매거진 삶분의 일

[D-9] 17일 만에 책을 완성할거다. 8일 지남

오늘은 캄했다.

by 박창선

https://brunch.co.kr/@roysday/834


아, 이걸 처음보시는 분들은 대체 뭐지??이거? 싶으실 것 같아서, 앞에 개요를 좀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아는 분은 그냥 패스해주세요 :)

저는 지금 10번째 책을 집필중입니다. 주제는 [AI놈들이 만든 매끈매끈하고 흠잡을 데 없지만 왠지 기분나쁜 결과물을 뛰어넘는 인간만의 독보성]입니다. [AI vs 인간]을 만들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AI가 좋다며 맹신하는 풍조나, AI의 결과물을 치켜세우는 행태, 'AI로 뚝딱'이러는 강의팔이 등 존나 호들갑떠는 그런 모습을 싫어합니다. 뭐 원래 책이란 개인적인 의견을 정돈해놓은 것이니 호불호는 있겠습니다. AI는 AI나름대로 발전할 것입니다.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되나요. 저는 일단 AI를 몹시 잘쓰고 있고, 녀석과 함께 일하는 것의 편리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또는 적어도 내 색깔을 잃지 않는 사람냄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이걸 주제로 쓰고 있는데 지금 2년째 몇번을 썼다 지우고 멍때리고 게으름피우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에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여 구독자님들께 일종의 치킨 공약을 걸고 17일만에 책을 탈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 10일 남았습니다. 현재까지 쓴 꼭지는 10꼭지입니다. 남은 9일 내내 2꼭지씩 써야 끝납니다. 만약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댓글로 정성껏 잡도리해주신 우리 몇몇 구독자님들께 치킨을 쏘기로 하였습니다.





드디어 한 자리 수로 들어갔습니다. 보자..하루에 2꼭지씩 쓰면... 18꼭지..그럼 28꼭지..

이 책은 예상컨대 21~24꼭지 정도로 쓰려고 하거든요? 그럼..하루이틀 정도는 한 꼭지만 써도 되겠군요. 그저 놀 생각만 하는 한심한 작가의 잔머리가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혹시 궁금하실까봐..이 꼭지라는 건 책 목차에서 보이는 작은 구분을 말합니다. 소제목이 달린 부분이죠. 보통은 3,000~4,500자 정도를 쓰고, 경제경영서는 5,000~6,000자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1,500~2,500자 사이에서 끝내야 하더군요. 사람들이 숏츠에 익숙해져서 긴 글을 못 읽는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못 읽고 어른들도 못 읽어요. 최근엔 핸드폰 보면서 책 읽는 척하는 페이크북을 판매하더군요.


https://item.gmarket.co.kr/Item?goodsCode=3722203319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뭐 오만 잡것을 다 파는 중국쇼핑몰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지점이긴 했습니다. 쓰는 책의 주제가 그렇다보니 사람냄새가 펄펄 나는 장면들을 의식적으로 발견하게 됩니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사람냄새는 뭐였는줄 아십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_tWP_prAr7E&list=RD_tWP_prAr7E&start_radio=1

아일릿의 뮤뱅 카메라 감독님이었습니다. 아일릿이 뭔지 몰라도 그냥 보세요. 카메라 감독이 '팬'일 때, 그리고 대상에 대한 애정이 가득할 때,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와 의도를 완전히 이해할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은 이런 것이더라고요.


우린 '잘 셋팅된' 것과 '깊게 고민한' 것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그 둘을 인지할 것입니다. 설명은 못하겠지만, 잘 셋팅된 멋진 팝업스토어나 화려한 공간에서 자극을 받고 나온 후, 왠지 모르게 허전함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맥락이 소거된 강렬한 자극 후에 찾아오는 현자타임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깊게 고민한 것은 대단한 자극이 아니어도 구석구석 감동할 구석이 있습니다. '저걸 찾아낸다고? 저건 찐이다 진짜, 여기까지 신경쓴다고?'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죠


최근 그런 공간, 콘텐츠, 사람, 서비스를 새삼스레 느끼면서 소소한 감동을 많이 느끼는 중입니다. 한장한장 인쇄해서 뽑아보고 발로 뛰고, 굳이 손으로 잘라 재단을 해보며 실물 느낌을 보고 수정을 거듭하는 디자이너님이나, 3주에 걸쳐 매일매일 야근을 불사해가며 130명 모두 인터뷰 했던 조직문화 리드님 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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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효율과 발고생이 꼭 인간다움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사람다움을 만드는 건 [몸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자극과 몸으로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지식 외적인 센스와 본능, 반사적인 감각들이라고 말이죠. 물론 냉정하게 보자며 이 모든 것도 신호고 정보일 뿐이겠지만, 이를 인과로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는 '무지'가 사람다움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모르기에 통제할 수 없고, 그래서 더 해괴망측한 방향으로 튀어나가는 것이죠. 불확실성과 우연을 만들고, 가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b8d70e2eeee7882850fce0b0a418f72d.jpg 아..이걸 이렇게??


모른다는 건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2꼭지를 썼어요. [여러분의 세계관]과 진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의 시나리오를 짜는 법]


내일은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다움] [캐릭터를 만드는 법]을 써보려고 합니다 :) 오늘 글은 꽤나 차분했죠? 와인마셔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지금 몹시 졸립거든요..ㅎㅎ 모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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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자동완성 안되서 하나하나 손으로 쓴거예요. 모두들 감사드리고, 조금 더 따뜻한 일요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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