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졌습니다. 내일 출근하시는 분들은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해주세요.
https://brunch.co.kr/@roysday/835
아, 이걸 처음보시는 분들은 대체 뭐지??이거? 싶으실 것 같아서, 앞에 개요를 좀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아는 분은 그냥 패스해주세요 :)
저는 지금 10번째 책을 집필중입니다. 주제는 [AI놈들이 만든 매끈매끈하고 흠잡을 데 없지만 왠지 기분나쁜 결과물을 뛰어넘는 인간만의 독보성]입니다. [AI vs 인간]을 만들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AI가 좋다며 맹신하는 풍조나, AI의 결과물을 치켜세우는 행태, 'AI로 뚝딱'이러는 강의팔이 등 존나 호들갑떠는 그런 모습을 싫어합니다. 뭐 원래 책이란 개인적인 의견을 정돈해놓은 것이니 호불호는 있겠습니다. AI는 AI나름대로 발전할 것입니다.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되나요. 저는 일단 AI를 몹시 잘쓰고 있고, 녀석과 함께 일하는 것의 편리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또는 적어도 내 색깔을 잃지 않는 사람냄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이걸 주제로 쓰고 있는데 지금 2년째 몇번을 썼다 지우고 멍때리고 게으름피우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에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여 구독자님들께 일종의 치킨 공약을 걸고 17일만에 책을 탈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 8일 남았습니다. 현재까지 쓴 꼭지는 11꼭지입니다. 남은 8일 내내 2꼭지씩 써야 끝납니다. 만약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댓글로 정성껏 잡도리해주신 우리 몇몇 구독자님들께 치킨을 쏘기로 하였습니다.
진짜 어깨와 팔이 너무 아픕니다. 미치겠음. 벌써 9일이나 지났어요. 9일 내내 구독자님들과 이렇게 대화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건 2015년이었습니다. 그러다 2017년이 아주 호황이었죠. 그 때 막 디자이너 어쩌고 하는 콘텐츠들이 대박 터지면서 책도 쓰고 뭐 잘 살았습니다. 여기저기 불림도 많이 당하고...ㅎㅎ 지금의 저를 대표하는 콘텐츠들이 많이 나왔죠. 지금은 잔잔합니다. 당연하거죠. 그 시기가 저에겐 이벤트였던 겁니다. 지금이 진실이죠. 차분히 조금씩 아주 느리게 오르락과 내리락을 반복하는 이것이 정상적인 패턴입니다.
그 수많은 시간동안 불안도 무기력도 패기도 오기도 있었습니다. 고민도 많았죠. 글이란 꽤나 직관적이어서 알게모르게 드러난 굴곡을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의외로 좋아요나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을 거의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요. 시간에 따라 보이는 프로필과 사라진 프로필이 있습니다. 한참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떠나시고 또 다른 분들이 눈에 보이죠. 버스같은 느낌이랄까요. 내리고 타고 그렇습니다. 무려 9년이나 흘렀으니 당연하죠. 세상에 9년이라니. 한 플랫폼에서 443개의 글을 쓰며 9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마 최근 몇 년간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가까이 소통한 건 지난 한 주였던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누군가와 펜팔을 주고 받는 것 같죠. 오늘은 어제 못쓴 0.2꼭지를 완성했고, 새로운 꼭지를 하나 썼습니다.
[사람냄새나는 협업은 어떻게 만들까] 입니다. 인류사 최대의 고민이자, 사실상 답이 없는 영역입니다. 최근엔 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수많은 툴과 방식들이 많이 도입되었어요. 수많은 회사에서 언급하는 협엽관련 단어들을 살펴보면 이런 것들입니다.
명료하게 명확하게 간단히 요약해서 맥락을 맞추기 확인하기 책임나누기 역할을 분명히 정확히 딱딱딱
제가 수년간 조직문화 컨설팅 비슷한 걸 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이제는 그것도 좀 내려놓으려는 상황에서 어차피 소신발언해도 괜찮을 듯 하네요. 저는 일에 딱딱딱 정확히, 명확히, 명료 어쩌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은 해야겠지만 그것은 답이 아닌 것 같아요. 가장 환상에 가깝고 추구하는 영역에 가까울 뿐, 실제로 일을 작동시키는 건 [그건 내가 할께(그내할), 답답해서 그냥 하는 마음(답그맘)]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선의와 급한성격이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죠.
그럼에도 우리가 세줄요약과 맥락, 요약,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조금이나마] 서로의 억울함을 줄이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것또한 조직의 선의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거든요.
인간의 모임이란 늘 그렇습니다. 인간은 일을 잘 못합니다. 모이면 거의 무조건 개판이죠. 하지만 적응합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적응을 해요. 백수저 요리사들도 모여서 조별과제 하라니까 다들 우왕좌앙 난리굿을 피우다가, 10분만에 대충 각자의 롤을 찾습니다.
빠르게 적응하고 다했으면 뭐할지 물어봅니다. 이 과정에서 명료하게 세줄요약을 하고 그런 과정은 없습니다. 맥락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없어요. 그냥 엉성하고 대강 돌아가며 뭔가 잘하는 듯 한데 또 의외로 그렇지 않고 이상합니다.
오르르 모여서 갈팡질팡하다가 답답한 누가 뾱 튀어나와 어쩌고저쩌고 하자고 하면 일단 그렇게 오르르 해보다가 안되면 불평불만합니다. 그러다 다른 누가 뭐라하면 또 오르르 그렇게 해봅니다. 그러다 하나하나씩 되게 하는 거죠. 조금씩 될 때마다 기쁘고, 뭔가 될 거라는 기대감에 다들 와아아! 거립니다. 실패하면 점점 시무룩해지다가 이내 뿔뿔히 흩어지죠.
사람의 협업이란 외계인들이 보면 아주 귀여운 그런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인간다운 협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좀 써보고 있습니다. 굉장히 의외의 요소들을 말하려고 해요. 저는 원래 그런 디테일을 좋아하거든요. 원론은 제미나이같은거 찾아보면 더 잘나와서..ㅎㅎ
여튼 재밌는 꼭지를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다시 쓰러 가야겠습니다. 오늘은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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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모두 반갑고 감사해요 :) 가장 울적한 일요일 해질무렵입니다. 그럼에도 저녁은 아주 맛있고 건강한 걸로 드세요. 저는 저녁 부대찌개 먹고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한 편 본 뒤 남은 걸 써보겠습니다. 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