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분의 일

[D-4] 17일 만에 책을 완성할거다. 13일 지남

꾸준히 글을 쓰다보니 느낀 것

by 박창선

-이전편-

https://brunch.co.kr/@roysday/839



이걸 처음보시는 분들은 대체 뭐지??이거? 싶으실 것 같아서, 앞에 개요를 좀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아는 분은 그냥 패스해주세요 :)

저는 지금 10번째 책을 집필중입니다. 주제는 [AI놈들이 만든 매끈매끈하고 흠잡을 데 없지만 왠지 기분나쁜 결과물을 뛰어넘는 인간만의 독보성]입니다. [AI vs 인간]을 만들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AI가 좋다며 맹신하는 풍조나, AI의 결과물을 치켜세우는 행태, 'AI로 뚝딱'이러는 강의팔이 등 존나 호들갑떠는 그런 모습을 싫어합니다. 뭐 원래 책이란 개인적인 의견을 정돈해놓은 것이니 호불호는 있겠습니다. AI는 AI나름대로 발전할 것입니다.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되나요. 저는 일단 AI를 몹시 잘쓰고 있고, 녀석과 함께 일하는 것의 편리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또는 적어도 내 색깔을 잃지 않는 사람냄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이걸 주제로 쓰고 있는데 지금 2년째 몇번을 썼다 지우고 멍때리고 게으름피우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에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여 구독자님들께 일종의 치킨 공약을 걸고 17일만에 책을 탈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 4일 남았습니다. 현재까지 쓴 꼭지는 16꼭지입니다. 남은 4일 내내 1-2꼭지씩 써야 끝납니다. 만약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댓글로 정성껏 잡도리해주신 우리 몇몇 구독자님들께 치킨을 쏘기로 하였습니다.






그, 제가 담배를 끊은지 3개월 됐어요. 원래 그 이를 꽉 악물고 자는 버릇이 있어서 치아에 온통 세로로 실금이 많이 가있었대요. 그러다 작년 겨울인가, 해외원정 등반다녀오고 나서 몸이 엄청 무리하고 그런 상태였거든요. 보름달 아시죠. 그 가운데 크림든 빵. 그거 먹다가 어금니가 세로로 쪼개진 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임플란트를 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수술했으니 술담배 하지말고 무리하지 마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릴 듣고 나왔는데 뭔가, 그냥 그 때부터 갑자기 안피게 됐어요. 금단증상도 딱히 없었고... 10일쯤 지났을 무렵인가? 그냥 생각은 종종 나는데 어떤 느낌이냐면 [핸드폰 케이스 바꿔야 하는데...] 이정도 느낌이었습니다. 잠깐 들었다가 쓸데없다 생각하고 사라지는 느낌. 술도... 담배끊은 김에 끊다보니 10일 정도 지나니까...딱히 생각이 없어지더라고. 요즘 원정등반 훈련한다고 줄넘기하고 있는데.. 처음엔 천개 하는게 진짜 죽을 듯 힘들었는데...이것도 한 10일하니까 할 만 하더라고요.


갑자기 왜 이얘길 꺼냈냐면 뭐든 사람이 10일 이상 하다보면 체질같은 게 바뀌나봐요. 제가 심심해서 좀 세어봤거든요. 내가 하루에 몇 장을 쓰고 있는지.


일단... 책 한 꼭지쓰면.. A4 3장정도입니다.

프로젝트 하고 있어서 컬처덱도 쓰고, 기획안도 쓰고 메일도 쓰고...

그러면 방금 단어수 체크해봤는데 6,000자 정도. 이것도 4장쯤 되겠네요.

브런치에 쓰는 글도 2,600자 내외라서 한 3장쯤...


그러니까 매일 10장씩 쓰고 있는 셈이죠. 거기에 강아지 3번 산책시키고 밥먹고 일하고 아내가 시킨 거 하고 잔심부름 하고 저녁밥 차리고 하면...하루가 아주 밀도 있죠?

KakaoTalk_20260129_224008206.gif 강아지 산책 : 눈오는 날


매일 이렇게 써야 하니까 술도 못마셔요. 어차피 끊기도 했지만 강제로 못먹음. 어젠 너무 땡겨서 무알콜 클라우드 마셨습니다. 손은 꽤나 익숙해졌고 키보드는 바꿔야지 바꿔야지 했지만..결국 못바꾸고 탈고하게 될 듯 합니다. 여튼 이렇게 쓰다보니 이제 6,000~7,000자 수준을 쭉 써내려가는게 그리 힘들진 않네요. 이것도 스쿼트처럼 하다보면 느는 것 같음. 하지만 귀찮음은 왜 줄어들지 않을까. 이게 참 억울하단 말예요. 뭔가를 하면 분명히 늘거든요? 근데 그것에 저항하는 힘은 줄지를 알아. 달리기를 하면 더 잘하게 되지만 아침에 일어나는게 쉬워지진 않거든. 그래서 뭔가를 잘한다고 해서 항상 재밌다, 즐겁다, 쉽다... 이런건 아닐 겁니다.


4꼭지+에필로그가 남았습니다. 과연 내일, 모레, 글피 한 꼭지씩 써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긴장되시쥬? 저도 그렇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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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즘 인스타 하다보면 그 허무주의 펭귄 다들 한 번씩 보셨죠? 난 그거 원본으로 직관했었는데 이제와서 다시 역주행해서 뜨는게 너무 신기하네. 세상 참... 별 놈의 의미를 다 갖다 붙이더라고. 안보신 분들은 인스타에 허무주의 펭귄쳐서 영상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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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펭귄을 보면서 다들 실존적 의지다, 병이다, 독립적인 자아다, 깨달은 것이다...말들이 많던데 제가 보기엔 운동 끝나고 피자 먹자는 동료들을 뒤로한 채 글쓰러 가는 제 모습과 같습니다.


뭐 불평과 피곤함을 호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요 며칠동안 소중하게 필담을 주고받을 구독자님들을 만나서 더 기쁜 마음입니다. 지난 9년간 브런치를 쓰면서 이렇게 매일매일 다음카페마냥 안부를 주고받은 게 참 오랜만이네요. 엽혹진인줄.


여튼, 이제 강아지 마무리 쉬를 하러 가야겠습니다. 다녀와서 하나를 쓸까 말까... 저항하는 힘과 겨뤄봐야죠.

여러분의 투데이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목요일..제일 지겨운 날인데. 어떠셨는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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