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글을 쓰다보니 느낀 것
-이전편-
https://brunch.co.kr/@roysday/839
이걸 처음보시는 분들은 대체 뭐지??이거? 싶으실 것 같아서, 앞에 개요를 좀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아는 분은 그냥 패스해주세요 :)
저는 지금 10번째 책을 집필중입니다. 주제는 [AI놈들이 만든 매끈매끈하고 흠잡을 데 없지만 왠지 기분나쁜 결과물을 뛰어넘는 인간만의 독보성]입니다. [AI vs 인간]을 만들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AI가 좋다며 맹신하는 풍조나, AI의 결과물을 치켜세우는 행태, 'AI로 뚝딱'이러는 강의팔이 등 존나 호들갑떠는 그런 모습을 싫어합니다. 뭐 원래 책이란 개인적인 의견을 정돈해놓은 것이니 호불호는 있겠습니다. AI는 AI나름대로 발전할 것입니다.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되나요. 저는 일단 AI를 몹시 잘쓰고 있고, 녀석과 함께 일하는 것의 편리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또는 적어도 내 색깔을 잃지 않는 사람냄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이걸 주제로 쓰고 있는데 지금 2년째 몇번을 썼다 지우고 멍때리고 게으름피우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에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여 구독자님들께 일종의 치킨 공약을 걸고 17일만에 책을 탈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 4일 남았습니다. 현재까지 쓴 꼭지는 16꼭지입니다. 남은 4일 내내 1-2꼭지씩 써야 끝납니다. 만약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댓글로 정성껏 잡도리해주신 우리 몇몇 구독자님들께 치킨을 쏘기로 하였습니다.
그, 제가 담배를 끊은지 3개월 됐어요. 원래 그 이를 꽉 악물고 자는 버릇이 있어서 치아에 온통 세로로 실금이 많이 가있었대요. 그러다 작년 겨울인가, 해외원정 등반다녀오고 나서 몸이 엄청 무리하고 그런 상태였거든요. 보름달 아시죠. 그 가운데 크림든 빵. 그거 먹다가 어금니가 세로로 쪼개진 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임플란트를 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수술했으니 술담배 하지말고 무리하지 마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릴 듣고 나왔는데 뭔가, 그냥 그 때부터 갑자기 안피게 됐어요. 금단증상도 딱히 없었고... 10일쯤 지났을 무렵인가? 그냥 생각은 종종 나는데 어떤 느낌이냐면 [핸드폰 케이스 바꿔야 하는데...] 이정도 느낌이었습니다. 잠깐 들었다가 쓸데없다 생각하고 사라지는 느낌. 술도... 담배끊은 김에 끊다보니 10일 정도 지나니까...딱히 생각이 없어지더라고. 요즘 원정등반 훈련한다고 줄넘기하고 있는데.. 처음엔 천개 하는게 진짜 죽을 듯 힘들었는데...이것도 한 10일하니까 할 만 하더라고요.
갑자기 왜 이얘길 꺼냈냐면 뭐든 사람이 10일 이상 하다보면 체질같은 게 바뀌나봐요. 제가 심심해서 좀 세어봤거든요. 내가 하루에 몇 장을 쓰고 있는지.
일단... 책 한 꼭지쓰면.. A4 3장정도입니다.
프로젝트 하고 있어서 컬처덱도 쓰고, 기획안도 쓰고 메일도 쓰고...
그러면 방금 단어수 체크해봤는데 6,000자 정도. 이것도 4장쯤 되겠네요.
브런치에 쓰는 글도 2,600자 내외라서 한 3장쯤...
그러니까 매일 10장씩 쓰고 있는 셈이죠. 거기에 강아지 3번 산책시키고 밥먹고 일하고 아내가 시킨 거 하고 잔심부름 하고 저녁밥 차리고 하면...하루가 아주 밀도 있죠?
매일 이렇게 써야 하니까 술도 못마셔요. 어차피 끊기도 했지만 강제로 못먹음. 어젠 너무 땡겨서 무알콜 클라우드 마셨습니다. 손은 꽤나 익숙해졌고 키보드는 바꿔야지 바꿔야지 했지만..결국 못바꾸고 탈고하게 될 듯 합니다. 여튼 이렇게 쓰다보니 이제 6,000~7,000자 수준을 쭉 써내려가는게 그리 힘들진 않네요. 이것도 스쿼트처럼 하다보면 느는 것 같음. 하지만 귀찮음은 왜 줄어들지 않을까. 이게 참 억울하단 말예요. 뭔가를 하면 분명히 늘거든요? 근데 그것에 저항하는 힘은 줄지를 알아. 달리기를 하면 더 잘하게 되지만 아침에 일어나는게 쉬워지진 않거든. 그래서 뭔가를 잘한다고 해서 항상 재밌다, 즐겁다, 쉽다... 이런건 아닐 겁니다.
4꼭지+에필로그가 남았습니다. 과연 내일, 모레, 글피 한 꼭지씩 써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긴장되시쥬? 저도 그렇습니당.
그 요즘 인스타 하다보면 그 허무주의 펭귄 다들 한 번씩 보셨죠? 난 그거 원본으로 직관했었는데 이제와서 다시 역주행해서 뜨는게 너무 신기하네. 세상 참... 별 놈의 의미를 다 갖다 붙이더라고. 안보신 분들은 인스타에 허무주의 펭귄쳐서 영상 보세요.
이 펭귄을 보면서 다들 실존적 의지다, 병이다, 독립적인 자아다, 깨달은 것이다...말들이 많던데 제가 보기엔 운동 끝나고 피자 먹자는 동료들을 뒤로한 채 글쓰러 가는 제 모습과 같습니다.
뭐 불평과 피곤함을 호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요 며칠동안 소중하게 필담을 주고받을 구독자님들을 만나서 더 기쁜 마음입니다. 지난 9년간 브런치를 쓰면서 이렇게 매일매일 다음카페마냥 안부를 주고받은 게 참 오랜만이네요. 엽혹진인줄.
여튼, 이제 강아지 마무리 쉬를 하러 가야겠습니다. 다녀와서 하나를 쓸까 말까... 저항하는 힘과 겨뤄봐야죠.
여러분의 투데이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목요일..제일 지겨운 날인데. 어떠셨는지들
@별이별이 @고양이수의사 @쿠키상자 @힘날세상 @NARRIVO @리안천인 @릴라 @Onda @글밥김선영 @백주현 @늘푸른노병 @초맹 @한송이 @이손끝 @아리초이 생일축하! @독립탐정언론신흥자경소 (와 신기하다..) @AI러이채문 @태하 @무당벌레 @이경진봄날의달팽이 @이다연 모두 반갑고 하루 고생하셨고 내일만 참읍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