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분의 일

[D-3] 17일 만에 책을 완성할거다. 14일 지남

약간 망한 것 같은데?

by 박창선

-이전편-

https://brunch.co.kr/@roysday/840


이걸 처음보시는 분들은 대체 뭐지??이거? 싶으실 것 같아서, 앞에 개요를 좀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아는 분은 그냥 패스해주세요 :)

저는 지금 10번째 책을 집필중입니다. 주제는 [AI놈들이 만든 매끈매끈하고 흠잡을 데 없지만 왠지 기분나쁜 결과물을 뛰어넘는 인간만의 독보성]입니다. [AI vs 인간]을 만들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AI가 좋다며 맹신하는 풍조나, AI의 결과물을 치켜세우는 행태, 'AI로 뚝딱'이러는 강의팔이 등 존나 호들갑떠는 그런 모습을 싫어합니다. 뭐 원래 책이란 개인적인 의견을 정돈해놓은 것이니 호불호는 있겠습니다. AI는 AI나름대로 발전할 것입니다.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되나요. 저는 일단 AI를 몹시 잘쓰고 있고, 녀석과 함께 일하는 것의 편리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또는 적어도 내 색깔을 잃지 않는 사람냄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이걸 주제로 쓰고 있는데 지금 2년째 몇번을 썼다 지우고 멍때리고 게으름피우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에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여 구독자님들께 일종의 치킨 공약을 걸고 17일만에 책을 탈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 3일 남았습니다. 현재까지 쓴 꼭지는 17꼭지입니다. 남은 3일 내내 1-2꼭지씩 써야 끝납니다. 만약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댓글로 정성껏 잡도리해주신 우리 몇몇 구독자님들께 치킨을 쏘기로 하였습니다.




아.. 내일 뭐하냐면 오후3시에 충남 영동군으로 출동해요. 왜냐.... 겨울산행 종주가 있거든요. 거기서 1박하고 새벽부터 종주를 시작한답니다. 민주지산과 무슨 가학산인가? 그렇게 쭉 한바퀴 도는건데 저도 처음들어보는 산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내일은 노트북을 들고갈 수 없어서 여튼 하루는 날려버리겠네요...

image.png 저 하얀색을 삐잉..돈다


다녀와서 2꼭지를 써야 한다는 얘긴데.. 아. 현실적으로 과연 겨울산행 종주를 마치고 2꼭지를 쓴다? 이것이..이게이게 가능한걸까. 유일한 희망은 디데이인 월요일에 끝내는 방법인데. 이야... 스펙터클 하겠구만요.




오늘은 압구정로데오로 미팅을 갔답니다. 거기서 얘기를 하던 도중,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퍼스널 브랜딩]이런 것도 관심이 많으시냐~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이나 서사를 주로 쓰다보니 자연스레 그쪽 분야랑 연결된 것 같은데, 저도 곰곰히 생각을 해봤거든요? 음. 사전적의미에는 동의하고 그 함의에는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나를 규정하고 다듬는다. 일관성있는 캐릭터를 시장에 선보이고 그걸로 돈을 번다.

나를 파는 방법으로는 아주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일련의 상품성이 있다고 보긴 합니다. 그러나 그 단어 이면엔 조금 다른 맥락이 있었어요.

그걸 안하면 뒤쳐질 거야, 4주 강의를 들으면 할 수 있어, 빈칸을 채우는 템플릿을 써보면 할 수 있어, 너를 찾아, 뭐 탐색을 해, 다같이 모여서 워크샵을 해보자 그럼 딱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어!~

뭐 이런 식의 가벼움과 비교우위가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론 그렇지 않겠지만 판매하는 사람들의 뉘앙스가 그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요즘 시대에 퍼스널 브랜딩 안하면 뒤쳐지는 것. 이런 프레임이 맘에 안듭니다. 일단 나의 서사를 찾고 다듬는 건 그렇게 가벼이 되는 것이 아니고, 안한다고 해서 뒤쳐지는 것도 아닙니다.


퍼스널 브랜딩에서 말하는 나의 강점과 특징이 어디에서 발현되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인과를 명확히 선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극복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극복서사를 거치며 발생한 부산물이 있어요. 생각해보세요. 우린 역경과 위기, 힘든 시간을 겪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이겨냈습니다. 좋은 일이죠. 우리는 이걸 좋은 말로 성장이라고 합니다. 성장엔 반드시 대가가 따릅니다. 성장하며 파괴된 나의 일부가 있죠. 극복엔 상처가 뒤따르고 새로운 공포와 불안이 만들어집니다. 트라우마나 패턴의 형태로 말이죠.


특징을 만드는 건 극복 자체가 아니라, 극복의 과정에서 생긴 그 [상처를 어떻게 대하는냐] 이것이 그 사람의 강점과 특징, 특유의 비뚤어짐을 만들더라고요.


더불어 단순히 극복과 부산물 뿐 아니라, 그것이 만드는 해석도 혼란을 만들었어요. [아, 내가 이렇게 행동하니까 성공했어!] 라는 일련의 공식이 생기는 거죠. 이건 편향과 선입견을 만들어요. 극복과 상처와 해석이 만나면 삼체운동처럼 전혀 알 수 없는 방향의 에너지가 생깁니다. 문제는 이 모든 혼돈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너무 힘들었던 과거의 사건을 오롯히 혼자 묵묵히 견딤으로써 극복한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성실과 끈기, 지독한 집요함으로 성장합니다. 반면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의 트라우마가 생겼죠. 사람에 따라 그걸 대하는 방식이 다를 겁니다. 극대화해서 독고다이, 예술적 꼬장을 부리며 살 수도 있습니다. 그걸 사회적 가면으로 잠재울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걸 인지하고 다른 방향으로 해소할 수도 있죠. 결국 이 '처리방식'이 진짜 내면의 에너지가 움직이는 메커니즘이거든요.

image.png 명치를 움켜쥐며 해소하는 타입


그래서 전 "강점을 찾아봅시다. 극복한 사례를 떠올려봅시다." 따위의 단편적인 질문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건과 해석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사람을 키우면서 다치게 합니다. 우린 그렇게 성장해요. 무언가가 찢어지고 고통받으며 성장합니다.


여러분도 제가 매일매일 글쓰는 걸 보면서 성장하시겠어요! 라고 응원해주시잖아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쑥불쑥 올라오는 '척'의 감정들이 있단 말입니다. 인정욕구가 샘솟고, 1개 쓴 걸 2개썼다고 하면 다들 대단해 하겠지? 이런 어설픈 욕망들을 눈치채게 돼요. 무척 부끄럽고 내가 싫어지는 기분이 들죠. 결국 우린 둘 다 마주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강점이란 건 없어. 어떤 특징이 있을 뿐이죠. 그게 적정한 선을 지키면 강점이고 선을 넘으면 문제가 되는 겁니다. 본질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랄까.




오늘은 갑자기 진지한 얘길 해봤어요. 이런 고민을 하고 내 안을 파고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고 워크샵과 몇 개의 질문, 단순한 템플릿에 빈 칸을 채우면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트리거는 되겠죠. 그러나 궁극적으론 너무 뜨겁거나 두려운 어떤 구간을, 굉장히 지난하고 웃음기없이 건너야 하는 순간들이 오거든요.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꽤 힘들고 깁니다. 그러니 그걸 모두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나의 특징 따위 모르고 살거나, 잘못 오해하고 살아도 괜찮습니다. 수명이 줄어드는 것도 아냐. 사실 모른다는 걸 모르면 아무 문제 없거든요. 뭔가를 깨닫고 알수록 피곤할 뿐이지.

4E4C851134388A81A0.jpg 죽어라 번뇌 깡!



생각해보면 이번 책도, 그렇게 어려운 일을 너무 쉬운 몇 글자에 담아내는 건 아닌지 멈칫하게 됩니다. 하지만 큰 의미부여는 하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이 과정이 쉽다거나 한 번에 해결된다거나 어떤 꿀팁이 있다는 등의 얘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힘든 건 힘든거죠. 너무 어려운 거라고 겁을 주니 편집자님이 그럼 아무도 안 살 것 같다고 하셔서... 독려하는 톤으로 좀 바꿔보려 합니다.


여튼..내일과 모레... 체감온도 영하15도의 풍속 초속5m의 볼살 찢길 것 같은 강풍을 맞으며 아름다운 상고대 파티를 즐기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8시간 산행이니... 재밌겠구만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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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감사해요. 이번 주말 3개의 예기치 못한 행운과 우연이 생기길 바랍니다 :) 선물이예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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