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구독자가 0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듦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

by 박창선

팔로워수가 줄어들고 있다. 나락갈 짓이라도 한건가 싶기엔 술자리 옮길때마다 몰래 한 명씩 사라지는 느낌이다. 마치 슬슬 내려가는 나의 슬픈 S&P추종 VOO처럼. 슬금슬금 빠지더니 작년 23,000명대에서 이젠 22,100명대로 내려가고 있다. 팔로워 숫자에 신경쓰지 말라면서 본인도 실버버튼을 목표로 하는 아내의 사랑스러운 조언에 끄덕여 보지만 아무래도 일희일비에 특화된 나란 존재는 슬슬 내려가는 저 숫자가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구독자 빠지는 이유를 물어보니 여러가지가 있겠다더라. 고객 계정이 사라지거나, 내가 게을러서거나, 요즘 글이 노잼이거나, 알고리즘 문제거나, 뭐 내부 경영요인도 있을 것이다. 게으름도 포함해서 대부분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것들이다. (게으른 건 어쩔 수 없다. 인정?)


여튼 줄어드는 대한민국 인구같은 나의 구독자 추세를 보아하니, 5,6년 후엔 완전히 0이 되어 사라질 수도 있겠다. 또는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수많은 서비스가 그러하듯, 브런치의 존폐여부를 유저들이 결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자연감소해서 바닥이 되든, 갑자기 사라지든 어떤 방식으로든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는 결국 최종장을 맞이할 것이다. 한동안 그걸 잊고 있었다.


브런치 작가는 내 타이틀이 아니며, 어디가서 자랑할 거리도 아니었다. 존나 나를 부풀려야 하는 링크드인에만 그럴싸하게 적어놨다. 종종 반가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강의나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브런치 글 잘 읽고 있다는 극소수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잘 읽고 있는 글'이 뭔지 내심 궁금하지만 최근 뭘 보셨냐고 물어보긴 좀 민망하다. 예상컨대 6,7년전 판교사투리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그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브런치가 뭔지조차 몰랐다. 그냥 모르고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사회자는 강연자의 작고 하찮은 커리어를 긁어모아 선수입장 시키듯 소개했다. 브런치? 그게 뭔데... 웅성거리는 약간의 어수선함과 그걸 또 수습한답시고 [아 그게...그 블로그 같은건데...] 하면서 설명하는 사회자, 가운데에 낀 내 모습이 꽤나 머쓱하다.


물론 사랑도 받지. 매번 또는 수년 째 이 작은 글자들을 기꺼이 읽어주는 분들이 있다. 손가락에 꼽을 만큼 소수라서 더욱 소중한 사람들. 어차피 새로운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는 건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온라인 탑골공원마냥 고이고 고인 작가와 독자들이 한데모여 남의 집 숫가락 몇 개 있나, 요즘은 어찌 잘사나 현관문에 쳐진 발 사이로 기웃기웃대는 고 정도의 거리감과 친밀감이 더 오붓한 느낌이다. 최근 작가가 되어 인기몰이를 하는 감다살 작가님들은 예외겠지만, 나는 이제 분명 틀렸다.


여기 좋아요를 눌러줄 한 열댓명, 우리끼리 막걸리나 노나 마시며 기울어가는 망국지정에 취해나보세 흥청이는 것이다. 구독자는 슬금슬금 줄어가지만 대단히 그들을 붙잡고 싶거나, 새로운 팔로워를 바라고 싶지도 않다. 늘었으면 좋겠지만 애쓰지는 않는 이 게으름을 보라. 대단하지 않은 작가와, 적당히 무관심한 독자, 하얗고 무해한 플랫폼. 적으며 생각해보니 적당한 내리막을 걷는 적당한 가벼움도 괜찮은 것 같다. 뭐 그렇게 대략 정신승리를 해보자.


구독자가 줄고 줄어 10명 정도되면 그땐 다같이 모여 치즈김밥 싸들고 대둔산이라도 놀러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작고 작은 글에 매일 방문해주시는 여러 오래된 인연과 새로운 인연에 순간순간 감사함을 표한다. (뜬금없이 감동을 넣어봤다.)



매거진의 이전글더러움에 대한 경멸과 그것을 모조리 구축하겠다는 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