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이 나이다

by 이성환

클레어몬트 근처를 맴돌며 7년을 지내다보니 여기가 이제 내 고향이지 싶다. 진심으로 벗어나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동네. 지겹다.


예루살렘 멸망 587년. 벌써 삼개월째 이걸 되뇌었다. 익숙해졌다.


생경한 만남이 시작이다. 아기는 세상을 격렬하게 거부했다. 쓰라리다. 그러나 싸매지 않는다. 새살이 돋아난다. 굳은 살이 생길 틈도 없이. 이미 그것을 좋아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그것에 기대고 있다. 그것과 나를 구분할 수 없다. 익숙해졌다.


익숙해진 후엔 그것과 썸을 탈 수 없다. 그렇게 나는 늘어간다. 세상은 여전히 미지이다. 썸 탈 책들은 여전히 한도 없다. 그러나 나는 내가 된 책을 아내를 품듯 읽는다. 흥분은 없으나 감동은 있다.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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