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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ZY Jul 03. 2023

비우고, 다시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우고, 이가경

문득 ‘충만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과연 이 세상에 충만한 삶을 사는 사람이 존재할까?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오바라 가즈히로는 앞선 세대에 비해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사는 편인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긍정적인 인간관계와 의미와 몰입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고 이야기한다.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사치스러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욕망 없는 세대의 충만함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잠시 상상해 보았다. 


충만함은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단어에 연결되어 나티코 스님의 말씀도 떠오르게 만들었다. 자꾸 채워졌으면 하는 공간은 늘 허전하게 만들어 차라리 알아차림(awareness)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셨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던 내 주변의 것들을 하나씩 알아차리다 보면, 더욱 나를 채우고 비울 수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들을 통해 점점 나다워질 것이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의 글을 읽을 때마다 활자들이 내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최근 브런치북으로 완성한 연대육아 이야기를 쓰면서 나의 지난날을 비워냈다고 생각했기에, 여러 생각들과 함께 감성이 뒤엉켜 더욱 사무쳤던 것 같다. 비우고 다시 나를 채워내는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도 실감했다. 우리의 관계도 그랬다. 이리 뭉치고 저리 뭉치며 온 가족이 열심히 살아내며 서로를 채워주고 있다가도, 각자의 위치를 존중해 주기 위해서 비워주어야 하는 시간도 있어야 했다. 



"

연대 안에서 무리 지어 살다가 

때가 되면 품에서 벗어나,

결국 열렬한 고독을 맞이하게 되는

인생의 사이클처럼 말이다.

ㅡ  비우고 다시 채우고, 이가경



나는 여러 사람의 관계 속에서 밝게 빛나려고 참 애썼다. 나름 사람 사이의 고독도 어느 정도 안다. 돌이켜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그저 좋은 사람으로 비쳤으면 했다. 내가 맡은 역할들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잘 해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긍정 에너지로 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어두워지거나 가라앉으면 그것은 내 모습이 아니고, 나답지 않다고 치부하기도 했다. 더불어 '나'라는 사람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나를 잃는 줄 알아서 나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이라 믿고 기를 쓰고 악착같이 버티던 이유였다. 


브런치북을 완성하면서 지난 나의 애증의 과거를 떨쳐버리면서 비워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프레임들을 줌 아웃하여 바라보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젠 좀 알 것 같다. 흐릿해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가 자유자재로 나를 부드럽게 변화시킬 줄 아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강한 사람이 되는 것임을 말이다. 



"

모든 날카로움은 단단한 것으로부터 상쇄된다.

부딪혀 마모되어 결국은 부드러워지는 거다.

ㅡ 비우고 다시 채우고, 이가경




머물러 있지 않기, 

나만의 호흡으로 살아가보기.

@ROZY




* <책이라는 거울> 연재물은 ROZY가 운영하는 ‘매일 열리는 ROZY’s 서재’의 도서리뷰 포스팅에서 북에세이 형식으로 추가 수정하여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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