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비눗방울

서툴러도 괜찮아, 다시 시작하는 마음

by ROZY


큰딸이 처음 비눗방울을 불던 날을 생각한다.

작은 고리에 비눗물을 묻혀 입가에 대고,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조심스럽게 ‘후’하고 바람을 불어넣는 그 순간.


어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처음 해보는 아이에게는 신기한 일이었을 테다.

마법사가 허공에서 투명한 구슬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입김 하나로 작은 우주를 만들어내는 기적처럼 말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둥근 비눗방울이 떠오르면서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햇빛을 받은 비눗방울이 무지갯빛으로 일렁이며

공중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박수를 쳤다.


2024년 12월, 나는 <그날의 위로>라는 연재를 시작했다.

소공로 우편박물관에서 크리스마스 소원 트리를 보며 느꼈던 마음을 적어냈다.

“말을 하게 해주세요”라는 누군가의 소원을 마주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던 그 온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첫 글을 올리고 나서의 마음은,

처음 떠오른 비눗방울처럼 가볍고 반짝였다.

하지만 그 감정도 잠시, 공중에서 터져 버리는 방울처럼

나도 멈추고야 말았다.

고작 한 편을 썼을 뿐인데.


글을 쓰고 난 후, 나는 문득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

무엇 하나 깊이 아는 것도 없이,

방향 없는 말을 흘리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했던 나조차

먹고사는 일상 속에서 점점 굳어지는 것만 같았다.

다른 이들의 단단한 문장들을 마주할수록

'이런 내가 글을 써도 될까?' 하는 마음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자꾸 위축되어 주저하기도 하고

이어 나갈 용기조차 낯설어졌다.


그리고 오늘, 다시 내가 쓴 글을 돌아보았다.

그때 그 순간에 쓰려고 노력했던 나 자신이 기특해 보였다.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해 보려 했던 태도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부족해 보여도, 그것마저 나였으니까. - 그 기록이 나에겐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비눗방울을 처음 불던 아이가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불 수 있게 되듯이

새로운 시작은 모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어색하고 서툴러도, 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지는 때가 올 것이다.


모차르트가 세 살 때 피아노를 처음 만져보며

한 음 한 음 눌러보던 순간을 생각해 본다.

그 작은 음들이 훗날 위대한 교향곡이 되었듯.

아인슈타인이 네 살 때 아버지가 준 나침반을 보며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처음 궁금해했던 그 순간도 있었지.

그 작은 호기심은 상대성이론으로 이어졌음을 떠올려 본다.


중요한 건 완벽한 비눗방울이 아니라

불어보려는 마음, 그 작은 용기가 아닐까.


잠시 주저했던 시간 동안 모아 담은 이야기들과

그 밖의 활동들도 다시 시작해 볼 참이다.

이번에는 좀 더 천천히,

좀 더 따뜻하게.




“Let me light my lamp,” says the star,

“And never debate if it will help to remove the darkness.”

— Rabindranath Tag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