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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30. 2016

<애프터 어스>-공포는 선택의 문제

공포는 반응을 선택하는 문제다 그러나 진지함도 마찬가지로 선택의 문제다

포스터를 이렇게 찍었다면 홍보 시에도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애프터 어스 (2013)

After Earth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이사벨 펄먼, 조 크라비츠, 크리스토퍼 히브주

정보 SF, 액션 | 미국 | 100 분 | 2013-05-30


이 영화를 본 날은 2013년의

어느 토요일이었다.


뮤지컬 배우인 친구와

사실은 아이언맨 3을 한번 더 보러

친구의 집 근처의 영화관을

찾아간 것이지만


너무 늦은 심야여서

이미 그 영화의 다음 회차가

없는 상황이었다.


애프터 어스가 딱히 당기는

영화는 아니었고 실은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싶었건만

보다 잘 확률이 높은 심야였던

관계로 비교적 화끈한 장면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SF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애프터 어스였다.


시간 관계상 어떤 영화라도

관객이 없는 시간 대여서

관객석 뒤에는 커플 하나

친구와 나 이렇게 4명이

관객의 전부였다.


하지만 개봉한 지 2일밖에

안된 영화 치고는 살짝

열광적인 반응과는

멀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한때는 나이트 샤말란이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흥행의 보증 수표 같은

영화들이 나왔던 때가 있었다.


그전에 할리우드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스릴러,

호러물, SF물, 판타지물을

만드는 감독으로서의

샤말란의 독보적인 명성은

언제나와 같이

"식스 센스"의 샤말란이다.


이 영화가 준 충격과 신선함은

13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관객들을 그의 영화를 찾아

영화관으로 보내고,

영화제작사들이 그 명성을 믿고

영화를 맡기게 하는 파동이 긴

충격파와도 같다.


내가 본 그의 작품들은

한창 그가 줏가를 높이던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할리우드가 바라는

여러 종류의 감독들 가운데

사랑받는 한 종류의 감독인

그는 상대적으로 작은 제작비에,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영화를,

재미있고도 다소 심오한 의미를 담아

관객들에게 내놓는

독특한 감성과 미스테리어스함을

일종의 필살기로 갖고 있는

감독이었기에


매년 나온 그의 작품들은

적어도 이때만 해도

투자 대비 고소득의

영화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래의 영화들 외에

빅 피시나 빌리지 같은 명작들을

아직도 보지 못해서 아쉽다.


명불허전을 느낄 수 있었다.

싸인 (2002)

Signs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멜 깁슨, 호아킨 피닉스, 로리 컬킨, 아비게일 브레스린, 체리 존스

정보 미스터리, SF | 미국 | 106 분 | 2002-08-09


연기 대결과 스토리의 참신함과 영웅의 어두운 면모

언브레이커블 (2000)

Unbreakable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브루스 윌리스, 사무엘 L. 잭슨, 로빈 라이트, 스펜서 트리트 클라크, 샬레인 우다드 정보 스릴러, 판타지 | 미국 | 107 분 | 2000-12-09


반전이 나오는 명화를 평할 때 "식스 센스"급의 반전이라고 하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식스 센스 (1999)

The Sixth Sense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브루스 윌리스, 할리 조엘 오스먼트, 토니 콜렛, 올리비아 윌리엄스, 트레버 모건

정보 미스터리, 드라마 | 미국 | 107 분 | 1999-09-18


하지만 위의 영화들이 만들어진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

애프터 어스 전까지의 작품들은

안타깝게도 그다지 평론가들의

호의적인 평가를 낳지는 못했다.


오히려 조롱조의 성격이 강한

골든 라즈베리에 2 작품이

2007년도와 2011년도에

최악의 작품/감독상을 타면서

2006년도부터 2010년도까지

만든 영화들은 안타깝게도

흥행마저도 저조한

영화들로 남았다.

이 세영화들은 너무 욕을 먹어서 너덜너덜해질 정도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애프터 어스에

그가 감독으로 픽업된 것은

어쩌면 다시 흥행 감독으로

부활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에서 개봉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윌 스미스 부자가

한국까지 와서

설레발을 펼쳤으므로

나름의 반응이 나올지도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단 영화 외적으로

짚고 넘어갈 부분들이 있다.


이 두 부자가 한국 언론을

상대한 방식이 전혀

현지화되어 있지 않았다는 실수,

또 하나는 영화 속의

나름 진지한 주제와도

다소 이 두 부자의 행동들이

동떨어지게 보이도록 만든

마케팅 기획상의 실수이다.


이전에 아이언맨과 거의 일체화한

캐릭터의 분위기를 유지한

로다주의 경우에는

강남스타일 댄스를 추거나

한국 관객들에게

환심을 사고자 하는 행동들이

현지화와 영화 속 주인공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최대한 밀착이

잘 되어 있었기에

언론사들도 기운을 실어주기가

용이했고 비난이나 비판의 눈초리도

기울어지기가 매우 힘들었다.

이것은 꽤 스마트한 방식의

홍보였고 전략과 전술도 확고했다.


그러나 애프터 어스의

그 진지한 주제는

아이언맨의 가벼움과는 다르게

"공포는 선택의 문제이다".


무조건 공포의 대상 앞에서

공포를 느낄 이유는 없다는

강렬한 메시지가 주는 위엄과

무거움, 고상함을

이 영화의 두 주연 배우들은

한국 연예 프로그램들에

나타나서는 - 이 팀워크가

너무 잘 맞아서 문제인

스미스 부자들이 간과했던지

마케팅 기획을 꾸려가고 있는 팀이

그냥 흥청망청 영화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만 준다면

좋겠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신경 안 쓴 건지

- 거의 완전히 날려버렸다.


둘이 언론에 노출되는 내내

보여주었던 모습은

영화 속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위계 서열이 확고하게 서있고,

트라우마와 싸워야 하는 동시에

또한 고립되고 오염된 지구에서도

사투해야 하는 긴장감을

절대로 암시하지 않고 있었다.


인도 감독의 정서상 영화 속의

부자의 모습은 위계서열이

확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 정서는 실상 권력 간격 지수

(Power Distance Index)가

세계에서 높은 그룹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상존하는 문화다.


현지화 마케팅을 잘 이해한

직원이 애프터 어스의 홍보팀에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스미스 부자가 서로 격의 없이

친구처럼 대중들 앞에서

장난치는 모습들을 보여주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야

일상처럼 보이면 보일수록

더욱 인간적이고

더더욱 스타성이 있는 것 같아

흥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모든 나라에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방법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


미국 현지에서라고 하더라도

영화 속의 메시지나

연기한 모습과 너무 동떨어진

배우의 행동들은 실상 마이너스다.


영화는 그 때문에 그런 대중 홍보,

언론 살포의 과정에서 남은

스미스 부자의 과도하게 명랑한

잔상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관심을 자꾸 다른 이미지로

가져가 버리는 혼선 효과를 낳았다.

샤말란이 어쩌면 땅을 치고

통곡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뿐일까?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다행히도 그런 언론 홍보 내용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

영화에 대해, "매우 재미있었고,

영화 속의 주제가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줄 수 있는

무대 밖의 시공을 벗어난

무대에서의 시공간이

유리된 상태로 벌어지는

연기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장면이

나온다"라고 말하며

그 공포를 느끼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무심한 상태까지

빠져드는 장면을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다고 맞장구는

쳐줄 수 있었지만

실상 나는 그 영화 속의

하이라이트일 수도 있고

나름 반전일 수도 있고,

주인공이 한 단계 성숙하는

모습일 수도 있는

그 장면이 아주 큰

설득력 있는 장면으로는

다가오지 않았고

감동은 반감되었다.


이 영화의 흥행은

내가 생각키에는

스미스 부자들이 직접 찾아가서

영화를 홍보하지 않은 나라들에서

더욱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스타들인 나머지

그들의 행동이 미리 제어되지

않았고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

그들 둘이 나오는 영화는

이렇게 진지한 분위기를 깐 영화는

아니어야 할 거란 생각이 든다.


배우들이 진지한 태도를

선택할 수 없다면

영화가 진지한 태도를 가진

배우를 선택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은 공포를 선택하지

않는 것보다는 어느 쪽에든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물론 이미 로다주의 싸이 춤이

먹혀들어갔음을 알고 있었던

윌 스미스는 애프터 어스가

흥행하면 싸이와 같이

음반을 내겠다는

달콤한 멘트를 건네었던 적이 있다.

이 내용까지는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로다주가

한번 써먹은 싸이이고

두 번째로 내한 홍보를 하는 순간

같은 전략은 무용해져 버렸다.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현실에서 나 같은 일상인은

매일매일 하는 것이

그렇게 전략 없이 막 행동하는

경솔함의 반복이다.

다만 배우나 흥행 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은

좀 더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가식이나 전략이 없는

자연스러움조차

어떤 의미에서는 전략이다.

그러나 스미스 부자에게

이것은 한국 내에선

시도하지 않아야 했을

잘못된 전략이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제 영화로 들어가 보자.

이 영화는 여러 가지로

이전에 있었던 여러 영화들에서

나온 우주 이야기와 괴물 이야기들을

종합적으로 참조해서

장치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 장면들보다는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들이

더욱더 중요하기 때문에

우주 전함이나 미래 모습들이

더 첨단이고 신기하고

비주얼이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졌는가에 집중하고

보아야 하는 작품은 아닐 수 있다.


외계에서 살고 있는

3000년도를 넘어간

인류의 모습은
엄청난 기계문명의 발전과는

살짝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여 있다.

오히려 이 부분이 미래에 대한

샤말란의 상상력이

무조건 진보는 아닐 것이다라는

사고에 기반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디스토피아 같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도 않다.

다만 인간을 둘러싼 현실이

엄청나게 다른 것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힌두교적 윤회 사상이

그의 상상력의 일부를 막고

일부는 다른 모습을 띄도록

하고 있는 것 같다.


라이프 오브 파이(파이 이야기)가

정작 인도 출신인 샤말란에게

의뢰가 가지 않고 대만 출신인

이안 감독에게 간 것은

어쩌면 힌두교적 세계관의

테두리를 건너뛴 정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샤말란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니면 샤말란 자체가

힌두교를 여러 종교 중에 하나로

보는 관점을 갖고 있는

파이 이야기의 주제를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영화가 비교적 시간에 비해

빠르게 끝난 느낌이 드는 것은

치밀한 연출력과

샤말란만이 가진

관객들의 정서를 흡입하고

긴장해서 몰입하도록 만드는

집중을 이끌어내는 힘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주제가 보다

강력하게 드러나는 한 부분으로

관객들을 끌고 가는 것이다.

주인공이 공포라는 감정을

선택하지 않고 무심해지고

차분해지는 그 순간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 순간으로의 몰입을

결정적으로 방해한 요소가

다름 아닌 그 영화 속의 주연들이라니...

영화 외적인 장애가 된 부분들과

다소 개연성이 조금 희박해 보이는

대형 독수리가 주인공을

추운 날씨 속에서 살리고

대신 죽는 부분은

이 영화의 배급사와 감독이

내재하고 있는 필연적인 한계로,

영화의 흥행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그 이외에는 티 잡기 어려운

다소 저렴한 투자 비용 대비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도 식스 센스만큼의

참신함과 놀라움이 고플 따름이다.

언제 그런 경험을 다시 선사해줄까?

이번에는 한번 더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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