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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30. 2016

<차이니스 조디악>-성룡의 귀환

아시아로 돌아오는 성룡의 모습을 그리다

2012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마치 1992년에 만들어진 것 같은 복고스러움이 묻어 있다.

차이니즈 조디악 (2013)

12 Chinese Zodiac Heads

감독 성룡 출연 성룡, 권상우, 요범, 장람심, 요성동

정보 액션, 어드벤처 | 중국 | 123 분 | 2013-02-27

     

이 영화가 시대를 앞서 가거나

신선함, 혁신으로 가득한

영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이 뻔해 보였다.


그래서 내내 보지 않았었고

기억에서 접을까 했었다.

그러나 아시아의 몇 되지 않는

영화사에 획을 그은 배우가

다시 나름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는데 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나름 필요 없는

부채감을 계속해서 내게

주고 있었다.


2013년도에 LA를 타고 가는

비행기에서 그다지 마음을

당기는 영화들이 없었던 탓에

내 손은 저절로 움직이듯이

차이니스 조디악을 골랐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내내 느낀 것은

이 영화는 "용형호제 3"라고

불려도 무리 없는

작품이라는 사실이었다.

<젊디 젊은 모습의 성룡이 나타나는 성룡 최고의 출세작인 용형호제 1과 2편이 동시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영화는 그나마 건질 수 있는 향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른바 셀프디스라는

자기 영화 속에서

탐욕스러운 예술품과

고미술품 도둑질을 해온

과거를 반성하고

이를 반전시키고자 하는

성룡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이 세상이 용형호제를

만들어오던 시대와는 다르게

변화했음을 인식하고 담았다.


성룡이 한 단계 또 성숙했다는

느낌이 들어 영화의 마무리는

다소 영화가 종합 선물 세트답게

그다지 먹고 싶지 않은

과자들이 딸려왔음에도

열심히 한 봉지 한 봉지 뜯어서

꾸역꾸역 다 먹고 난 뒤

감동이 몰려오기는 했다.

'아 드디어 다 봤다...'

 

성룡이 자기 자신답게 나름

신선한 도구, 이를테면

인라인 스케이트 바퀴로

온몸을 감싼 스피디한 갑옷을 입고

내리막길을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한 1-20년 전의

용형호제 필름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이미 한번 옛날에 본 작품을

또 보고 있다는 인상마저

자아낼 정도로 영화의 질은

"조악"하다.


조디악이 조악해 보이는

소재인 것도 실은 자연스럽다.

이 시대의 젊은 관객들보다는

성룡 영화를 보고자란

나 같은 3-40대를 겨냥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필름의 품질과

영화의 한씬 한씬을 담은

영상의 모습도 이전에

홍콩과 중국으로 오가면서 찍었던

영화에서 크게 나아간 것은 없다.


하나 더 나온 장치는

스카이 다이빙 장면인데

이 장면 속에서 정말로

온몸을 망가 뜨리 듯이

하늘에서 떨어져

화산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성룡의 모습은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의 진정 어린 연기와 겹쳐져

감동을 배가시킨다.

 

그럼에도 그 장면이

대단히 새로운 장면으로는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런 장면을 실제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자연스러운 촬영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

영화의 스태프들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오히려 그 때문에, 몸을 아끼지 않고

초스피드로 아크로바틱 한 무술을

계속하고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성룡의 진정성 어린 액션이

더더욱 손에 잡히듯이 다가온다.


그런 영상과 그런 앵글이

결국에는 이러한 성룡의 모습에서

오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워" 등의 미국에서 찍은

영화에서는 다가오지 않는

열과 성의를 다한 액션과 연기가

이 영화에서는 느껴진다.

 

실제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는

한류 따위에 농락당하는
중화권의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마저

아끼지 않고 냈던 성룡이지만

비즈니스맨답게 이 영화에서는

한류 스타인 권상우 씨를 출연시켜

한국 내 수익성을 신경 쓰는

모습을 그려냈다.


이전의 용형호제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던 알란 탐이

부인을 2명이나 두고 살았던

사람임이 드러나고 인기를 잃어

더 이상 영화 출연을 하지 못하게 된

현실도 있었겠지만

훌륭한 파트너로서

권상우 씨를 출연시켰음에도

차지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임팩트가 적은 서브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임팩트 없는 무술 장면과

더빙된 중국어로 처리된 대사 등은

권상우 씨가 중화권에서

좀 더 성룡의 후광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배우였음을

드러냈다고 본다.


유승준 씨가 이 영화 속에서

생각 없이 총을 흔들어 대고

별 볼 일 없는 외모와

늙수그레함을 보이는 뜬금없이

등장한 해적의 일원으로 나타났지만

팬심을 자극했다라기 보다는

안쓰러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래도 작지 않은 배역 비중을 준 것은

또한 나름 티켓 파워를 보여주리라는

생각이었으리라.


병역 관련 말 바꾸기만 없었다면

유승준 씨가 이런 영화에서 맡았을 배역은

오히려 권상우 씨의 배역이 아니었을까?


좀 더 강력한 무술 씬을

만들어갈 수 있는 하드웨어, 곧,

신체를 갖고 있는

그의 이러한 상황이 나름 아쉽다.


말 한마디의 배신에 전락한

아쉬운 배우이자 가수이다.

병역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터인데,

그도 어렸고 기획사도

언론에 대한 이해가

정말로 부족했다.


짧지 않은 이영화를 계속 보게끔

끌고 가는 동력은 내가 보기엔

성룡의 무술과 아기자기한 스토리나

대단한 영상들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날 고미술품을 훔쳐

도덕적인 판단을 일소하고

돈벌이만 해왔던 영화 속의

주인공이 이를 반성하고

차이니스 조디악, 곧,

중국 12 지신 두상들을 찾아

온전하게 중국 정부에 반환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진지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용형호제와의 연결성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

껌을 던져 먹는 장면을 반복하며

팬들에게 자신에 대한 향수를

다시 떠올리게 한 갖가지의

기억들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그도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고

더 이상 그가 쌓아 올린 상상력과

연기의 패턴, 영상의 배열 규칙,

스토리 생성, 유머러스함은

파격적으로 자라나거나

변화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에게 있는 진정성만이

그로 하여금 사람들이

그를 다시 찾게 하는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하고 성숙한 삶에 대한 이해

시대에 대한 이해가

그의 영화에 계속해서

배여들 수 있다면

그는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나처럼 그의 영화에 대해서

짧지 않은 감상을 남기는 팬들을

그의 인생의 마지막까지

데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즐겁게 보았고

향수 어린 느낌으로

영화 보기를 마치고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나도 그와 같은 인생의 족적을 남기고

삶의 후반에는 이전 것들을 되풀이해도

사랑받을 수 있는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참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하나의 자연인으로서의 나,

개인으로서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희망이 날아들어왔다면

이 영화는 나름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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