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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24. 2016

<엽문 1&2>-여성을 존중하는 영웅

배우자를 최대한 존중하는 엄청나게 강한 영웅의 이야기

엽문 1,2를 보면서 이 영화가 웬만한 최근에 만들어지고 있는 중국, 대만, 홍콩 영화들보다 훨씬 잘 만들어진 영화처럼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중화권에서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굉장히 좋았을 것이다. 외전 형식의 엽문전전(엽문 3)까지 최초의 영화로부터 2-3년 내에 만들어진 것을 보자면 한참 전 일이었지만, 장군의 아들 1,2,3 이 거의 매년 개봉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시기를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콘화 한 전설 브루스 리의 멘토라는 카피가 영문 포스터에는 나와 있다.

엽문 (2008)

Ip Man

감독

엽위신

출연

견자단, 이케우치 히로유키, 웅대림, 임달화

개봉

홍콩 | 액션 | 2009.04.16 | 12세 이상 관람가 | 105분

1편에서는 일본에 대한 컴플렉스를 2편에서는 서양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한다.

엽문 2 (2010)

Ip Man 2

감독

엽위신

출연

견자단, 홍금보, 웅대림, 황효명

개봉

홍콩 | 액션, 드라마 |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 영화에 어느 정도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영화가 각각 우리 역시 어느 정도의 저항감을 갖고 있는 일본과, 그리고 영국이라는 당시 제국이었던 두 나라의 "힘"을 위주로 한 제압에 약한 나라의 국민적 영웅이 뛰어난 실력으로 저항한다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 이 영화는 최초에 여성이 만들었다는 영춘권을 사용하는 엽문의 여유롭고도 꼼꼼한 권법을 내세우는 동시에.

2. 엽문이 동시대의 중국 무술가 중에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 그의 강함은 그냥 강함이 아니라 여성스러움을 존중하고, 여성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부드러움이 동반되며,

4. 분노했을 때 그 집중력이 배가되며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는 화끈함이 있다.

5. 또한 복수를 마무리하고 던지는 메시지에 "힘"을 통한 문제 해결이 아닌 사고의 전환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6. 고상하고도 멋지다.  

7. 엽문 2에서 엽문이 영국 복서를 쓰러뜨리고서 하는 대사는 "인간의 직위의 상하는 있더라도 인간의 격에는 상하가 없다"이다.


이전에 어려웠던 시기에 중국인들 또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차별을 범대중적으로 극복했던 영웅적인 인물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이소룡"이었다. 이 인물의 스승으로 나오는 사람이 엽문이기에, 영화를 제작하는 쪽에서 이러한 이미지가 다시금 엽문에게 잘 덧 씌워지게끔 상징성을 만들어 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 설정은 일관성 있게 아주 잘 이루어졌다.


엽문의 부인으로 나오는 엽문보다 키가 크고 아름다운 부인 앞에서 이 한없이 강한 남자는 사실 꼼짝 못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엽문 1의 첫 장면에서 엽문은 부인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허락을 얻은 뒤에야 대련에 임하고, 엽문 2에서는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뒤에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부인의 눈치를 보며 수련생들에게 수련비를 구걸하다시피 하는 다소 쫌스러운 생활인의 모습도 보여준다. 물론, 부인은 엽문이 복싱 챔피언과 공개 대전을 위해 연습하는 동안 둘째 아기가 태어난 사실조차 수련에 방해될 것이라며 알려주지 않는 호응을 해온다.


사실 이런 모습들이 요즘 유부남들의 모습이니, 보는 유부남들에게 이런 남자가 보여주는 파워 있는 무술이, 어느새 자기를 이입시킨 주인공으로 변화한 상태에서, 더더욱 후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남자가 일단 명분이 있는 싸움에 나서서는 결국에는 승리하고, 고상하고도 보편적이면서 범아시아적인 메시지를 세상을 향해 던진다라는 것이 이 영화의 단순한 줄기이다. 단순하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영화 속의 디테일은 매우 섬세하게 잘 꾸며져 있기에 이 단순함 속에서도 관객들은 다소의 몰입감을 체험할 수 있다.


무술감독을 맡았던 홍금보가 영화에 등장해서 엽문과 호각세를 이루는 무술을 하면서 홍콩 무술계를 장악하고 영국 점령군과의 밀통으로 돈을 벌지만, 그럼에도 자기 주체성은 잃지 않는 인물로 나오다가 중국 무술의 체면을 세우던 중에 영국 복서에게 맞아 죽는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리얼리티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실전 무술로도 분류될 수 있는 복싱을 배운 스테미너가 뛰어난 복서는 정형적인 무술로 단련된 중국 무술가에게도 대단히 위력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 이소룡이나 이연걸처럼 체격 조건을 극복하고 무조건 서양인들과 싸우면 다 때려잡을 수 있는 것처럼 중국 무술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는 영화 속 무술가들에 비해서 엽문은 이런 면에서는 보다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엽문 1에서도 중국 무술보다 일반적으로 보다 실전에 강하다고 볼 수 있는 가라데를 사용하는 일본군 장교가 엽문의 상대로 등장하는데, 이 일본군 장교는 3명의 엽문이 아닌 중국 무술가들은 가볍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엽문이 열 받아서 10명의 가라데를 하는 일본 군인들을 사정없이 한 장소에서 모두 후려 패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역사적인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1.2에서 나왔던 무술들 간의 상대 비교는 이렇게 된다.

중국인 보통 무술가 3명 < 가라데 고수

가라데 보통 무술가 10명 < 영춘권 엽문

홍권 고수 < 복싱 챔피언 <  영춘권 엽문

보통 중국 무술가 < 가라데 고수 < 홍권 고수 < 복싱 챔피언 < 영춘권 엽문


가라데를 하는 군인들 10명까지도 한 장소 같은 시간에 때려눕히던 엽문이 복싱 미국 챔피언과 호각세를 이루면서 싸우는 모습은 기존 중국 무술 영화에서는 사실 성립되기 힘든 내용이었다. 발을 못쓰는 복싱 선수가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무술가들보다 대등하거나 좀 더 강한 존재로 나오는 것은 실상 영화 속에서는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 엽문 1은 일본에서, 엽문 2는 영국에서 인기를 얻는 작품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시아에 살며, 서양과 일본이 드리운 지배력에 저항감을 갖고 있는 많은 아시아인들에게는 꽤 호응이 좋지 않을 수가 없게끔 잘 만들어졌다. 또한 날로 부권이 사라지면서 여성 권익이 높아지는 아시아에 어필할 수 있는 바가 많다.


엽문 2의 끝장면에서 오만한 아이로 등장했던 이소룡을 가르치는 스토리를 포함해서 시간 순서상의 엽문 3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그러나 이소룡이 성장한 모습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면 그만큼 엽문의 색다른 카리스마는 영화 속에서 위협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의 마초 이소룡에 대한 애착은 남자들의 가슴에 본능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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