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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24. 2016

<도둑들>-각자에게 맞는 옷

배우들 각자에게 맞는 옷을 입히다.

도둑들은 케이퍼 무비라는
옷걸이에 무엇을 걸쳐야 하는지
영리하게 잘 알고 있는 이가
"잘 입힌 패션"이라는 승부수가
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도둑들 (2012)

The Thieves

감독 최동훈 출연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임달화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35 분 | 2012-07-25


잘 맞는 옷을 입는다는 것은

비싼 옷을 입는다라거나

고급 브랜드 의류를 입는다거나

하는 이야기보다

더욱 중요한 패션의

본질적인 초석이다.


입는 사람에게 잘 맞지 않는

사이즈의 옷이나

그 사람이 의류를 입고

참여해야 하는 장소와 시간,

기타 이유들에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된다면

그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져

고급화되고 패션 디자이너의

명함을 달았건 간에

발가벗은 것만도 못한

패션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도둑들은 케이퍼 무비라는

옷걸이에 무엇을 걸쳐야 하는지

영리하게 잘 알고 있는 이가

잘 입힌 패션이라는 승부수가

잘 먹힌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잘 맞는 옷을 입은
배우들과 더불어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극사실주의를 벗어나서

만들어지는 가공의 극화를

토대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시나리오라는 알몸에

감독의 디렉션에 따라서

연출이라는 속옷을 입히고,

배우들을 갖가지의 레이어로

혼합해서 멋진 패셔니스타를

하나 만들어 내는 행위와도

같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다소 뻔해 보이는 스토리 라인.

어디선가 들어봤고

보았던 것만 같은

뼈대와 살이 붙은 알몸에

아주 잘 맞는 옷을 착용시켰다.


그중에서 가장 관객들의

눈에 들어오는 배우들이라는

이 옷들. 이 옷들을 통해서

보는 영화가 매우 멋졌기 때문에,

초대박의 흥행을 한게 아닐까?


이 옷들이 이 영화에 들어맞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더욱 중요한 것은

그 옷들이 되는 배우들이

맡은 그 배역이라는 옷이

또한 그 각각의 배우들에게

잘 맞추어져서 입혀졌는가가

결국에는 관객과 영화의

즐거운 소통의 관건이 된다.


배우라는 대상을 벗어나서

배우가 갖고 있는 위상이나

덧입혀져 있는 허위 위에

잘못 옷을 입힌다면

영화는 필히 잘 맞춘 줄 알고

입혔던 배역들이

지나치게 작거나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불균형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선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 망한다.


이게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얻은

자연스러운 성공작과

부자연스러운 실패작이라는

작품 간의 경계에

종종 나타나는 명암의 기준이다.


그러나 물론 위의 생각처럼

옷을 입는 개념에 비유해서

살피는 방식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그 성패의 명암이 갈리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상업적인 흥행을 목적으로

두고서 만들어진

대중을 위한 영화라면

일단 잘 맞는 옷을 입은

배우들을 잘 걸쳐 입어야만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진다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뛰어난 배우들은

어떤 옷을 주어도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

이 옷에 맞추는 분들이며,

어떤 옷을 입혀놔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렇게 분류할 수 있는 분들은

아래와 같았다.


1. 김윤석 씨라는 배우가

이러한 개념의 뛰어난 배우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많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상영된 이 분의

작품들에서

이분이 매우 자연스럽게

자신의 배역에

일체화되어 있었다는

경험을 여러번 했다.


처음 이 분의 연기를

확연하게 인식할 수 있었던,

"타짜"에서의 연기는

마치 은하계 바깥에서

새로운 종류의 배우가

영화판으로 뛰어 들어와

자기 자리를 하나

제대로 잡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이할 정도로 배역을 잘 입은

최고의 케이스였다.


"넘버 쓰리"에서의 송강호 씨가

주었던 신선한 충격 이후에

비슷한 급 이상의

충격이 왔던 기억이 난다.


도둑들 안에서의 "마카오박"도

이전에 경험했기에

형성되어 있었을

관객들의 기대감에

모자라지 않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외모가 뛰어난 분도,

작렬하는 카리스마의

주인공을 맡기 위해

골라서 출연한 분이 아님에도

이 영화 속에서 액션, 스릴러,

누아르, 멜로 그 어느 쪽에서도

모자람이 없는 매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거의 압도적으로

자기 배역을 자기 방식대로

잘 입은 노련함과 재능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 속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유사한 작품으로 볼 수 있는

"스니커즈"의

로버트 레드포드나

"오션스 일레븐"의

조지 클루니보다

더 강하게 한국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어필했다.


분명히 엄청난 노력으로

중국어 대사도

능통한 느낌을 전달하는

모습에서 감동했다.


2. 오달수 씨 역시

중국인 인척 하는

한국 도둑의 배역을

쓱 잘 입고서는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했다.


"마카오박"의 카리스마에

양념을 더해주면서

임달화의 팀의

굉장히 진지한 모습 속에

유머러스함을 배가시키고,

카지노를 터는 작업을 하는

과정 속에서는

한국 도둑들과

중국 도둑들 간의

긴장감을 잘 느끼게 해주었다.


다시 영화상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그와 계속 맞물리는

뽀빠이의 모습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충분한 서포트를 하고 있다.


튈 수 있음에도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었으며,

필요한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주었다.

과유불급의 연기와

또한 대단한 중국어 연기.

박수를 받아야 할

중요한 배우다.


3. 김해숙 씨가 연기한

씹던껌은 약간의 희극에서,

전지현 씨의 예니콜과

김혜수 씨의 펩시와

상호 작용을 하는

멘토 격의 역할을 하는

여성 드라마로,

그다음에는 임달화 씨와의

멜로씬과 더불어

액션의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희생자와도 같은 역할을 하며

범죄자의 비극으로,

이 영화 속에서

가장 그 각각의 씬들에서

낙차가 컸던 배역이었음에도

그 모든 것들을 잘 소화하고,

관객들의 아쉬움 속에 존재감을

남기며 사라져갔다.


내공이 쌓여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고수의 모습이었다.

임달화 씨가

그 연배에 비해서

아직도 홍콩 누아르

액션 배우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는 멋진 외양을

하고 있었기에,

그러한 외모의 측면에서

과연 둘 간의 멜로가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싶었던 우려를

한 번에 날려버렸다.


이 두 사람을 일본어를

사용하는 일본인 부부인척

하는 모습으로 잘 묶어

배치한 것은 감독이었겠지만,

이러한 배역의 효과를 키우고,

극 중에서 사라졌어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존재감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여러 벌의 옷을

순식간에 잘 맞춰 입고,

지지부진한 내용 없이

깔끔하게 사라진

차원이 높은 신공을

보여주었다.


위의 세분들은 이 영화에서

과연 뛰어난 배우의 영역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룹을 구성했다.

이 세 사람은 아마도

필수적인 배우들이었을 것이다.

 

이분들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타 비슷한 급의 배우들과

대치가 가능한 영역에 있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그 배우들의 관건은

과연 배역이라는 옷이

이 배우들에게 잘 맞는

옷인가였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영화가 확실한 성공을 거둔

여러 이유 중에 하나는

그 배우들에게 입힌

배역들이 다 잘 디자인된

맞춤옷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1. 전지현 씨의 예니콜은
이 영화를 통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배역이다.

막되는 대로 멋대로

살아온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은

이전에 아시아권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실상은 그녀가 입었던

바로 그 옷이다.


와이어 액션과

한층 대담해진

입담과 몸매를

무기로 사용하는

과감함이 강조되었지만,

이 영화 속에서 나타난  

큰 존재감은

이 영화 이전의

유일무이한 성공작인

영화에서 입었던

그 배역과 유사한 캐릭터가

주어졌기 때문에

확실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연기력이

하나도 나아진 바가 없고,

맞는 배역이 주어지기 전까지

배우로서의 도약이나

변신이 없는 상태로

굳어 있었다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국 석차 0.001%

수준의 어떤 옷이던

척척 잘 입는 배우가

아니었을 뿐이다.


향후 다른 영화에서도

아마 감독들은

그녀가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이제는 기준을

정확히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암살에서

전지현은 1인 2역 중에

하나로 말괄량이 외동딸

역할로 이 캐릭터를

한번 더 살려내었다.

쓰임새를 아는 감독이다.


샘 월딩턴이라는 배우가

아바타, 터미네이터,

타이탄 시리즈 등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동과 더불어

양 극단의 진영 중에

어디에 속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캐릭터 전문 배우가

되어 있는 것처럼.


그녀의 배역은

도둑들에서의, 아니 사실은,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그 배역이다라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물 만난 고기처럼

이 배역을 생동감 있게

만들었고 그 결과로

육감적인 매력마저도

관객들에게 다시 어필했다.


그동안 그녀를 주연으로 한 이후

흥행에 실패했던 수많은 극화들은

이 두가지와 거리가 먼 배역을

주었던 것이다.

그녀를 성공하도록 만들었던

그같은 캐릭터라는 옷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제 주인에 입혀진 셈이다.


2. 김혜수 씨의 펩시는

사실은 김윤석 씨의

마카오박과

짝을 잘 이루어서

영화 속에서

두 번째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해야 하는

배역이었을 것이다.


물 만난 고기인 예니콜이

스크린 속에서

펩시의 씬 스틸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이 글에서

김혜수 씨의 비중을
보다 중요하게

다뤘을 것이다.


사랑에 배신당하고 번민하며

복수심에 불탔던 캐릭터.

그리고는 다시

그 왜곡되어 버렸던

진실을 확인하는

두 가지의 캐릭터를 연기했고,

두목님의 사랑을 다시 받는

그런 역할이 주어진 옷이었다.


하지만, 그 옷은

잘 맞는 것이었음에도

캐릭터의 매력은 유감스럽게도

극대화되지를 못했다.


이 영화 속에서

필요했던 것은 정말로

육감적인 매력이었으리라.

그러나 물리적인 의미에서

입었던 의상들과

선사해준 실루엣은

그녀의 육감적인 매력을  

드러내 주지를 못했다.


와이어를 타지 않았고,

스판덱스로 꽉 붙은

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각각 너무 맞는 배역이란

옷을 입은 배우들 간의

상호 작용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메인 디쉬가 되어야 하는데

사이드 디쉬가 된 느낌이랄까...


도둑으로서의

전문성의 측면에서는

금고를 여는,

관객의 시각과 청각이

곤두서야 하는 장면에서

중국 배우 이심결에게

지성미라는 포인트를 뺏겼다.


육감적인 측면에는

전지현 씨의

예니콜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관능미라는 포인트를 뺏겼다.


멜로의 측면에서는

아주 미안한 이야기지만,

왜 그렇게 마카오박 같은

남자를 사랑해야만 할까라는

의문이 관객들에게 생겨버렸다.

(임달화 씨 같은 미노년 배우가

평범한 아주머니 같은 외모의

김해숙 씨와 목숨을 건

사랑에 빠지는데 말이다.)


3. 이정재 씨의 뽀빠이는

경박한 도둑, 배신자,

이기주의자라는 캐릭터를

너무도 잘 소화해내는 바람에

관객들의 공분을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가 높은 라이벌에게

끝까지 농락을 당하면서

처참하게 망가지지만.

하나 꺼리지 않고

이 야비한 캐릭터를 소화해낸

그에게 박수를.


이런 캐릭터가

그에게 잘 맞는 옷이었음을

경험했던,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가 하나 있다.


암살에서 그의 이 캐릭터는

한번 더 섬광을 발휘했다.


감독은 성공적으로 잘입힌

캐릭터를 재사용하는데

능하다.


그러고 나서

액세서리화 되어 있는

다른 배우들에 대해서까지

위에서처럼 조명하기는

다소 힘들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배역들이 존재감 없는

배역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상기의 배우들과

유기적으로 잘 조합이 된

훌륭한 배역들이었고

그 배역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실력 없는 낙하산들이 끼어든

흔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범아시아적인 흥행을 고려하고

해외 촬영을 한 현지의 느낌을

배가시키기 위해 채용한

중화권 배우들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1. 임달화 씨의 연기는

홍콩 누아르의 이른바

간지가 나는 연기였다.

그가 이전의 홍콩 액션

영화들 속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를 중첩시키지 않고

그가 보여준 총격씬들이

얼마나 그에게 잘 어울렸는지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어 연기를 김해숙 씨와

나누면서 보여준 그 눈빛과

대사들은 그에게도

중량급 연기자로서

충분히 쌓여 있는

내공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다만 영화가 한국 영화라는 것이

그의 존재감이 상승하기 힘들었던

제약 조건이었으리라.


2. 이심결 씨는

중국의 유명하고 아름답고

총명한 배우에게 기대하는

Undercover Cop. 의

전형적인 연기를 해주었다.

홍콩 경찰 물의 영상을

잘 재현한 배우라고 느꼈다.


3. 자 이제 낙동강 오리알처럼

남아 있는 배역이

여자만큼이나 아름다운

미모의 남자 배우 김수현 씨가

연기한 잠파노이다.

주체할 수 없는 젊음과 더불은

열정과 사랑을 보여주고 사라졌다.

이 배우가 영화 밖에서 얻고 있었던

인기에 비해서 배역이 작았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최소 수십만의 팬들은

이 영화의 티켓을 샀을 것이다.


4.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신하균의 잘 나가는 부잣집 아저씨

연기도 일품이었다.

짧아도 그 존재감은

나머지 하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중국 남자 배우보다는 더 컸다.

예니콜과 펩시 양쪽을 찝쩍대는

유일한 배역.


최근의 한국 영화들은

타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시도하고 있다.

특히나 중국어와 일본어를

작지 않은 분량에서 사용한 것은

이 두 국가로의 수출을

충분히 고려한 선택 같다.

물론, 중화권 내에서 벌어지는

현지의 느낌을 충분히 전달하는

효과성도 고려했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짤막짤막하게 본 내용을

설명만 해도, 들은 사람들은

극장으로 달려가

도둑들을 보고 왔었다.


보고 온 다음 아직까지

실망한 사람들이 없었고,

나의 와이프도 나를 위해

한번 더 극장에 가서

똑같이 재미있어했었기에,

단연코, 이 영화는

평론가들의 평가를 초월해서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성공작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아주 잘 맞는 옷을 입은 배우들과

더불어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솔직히 클리셰 투성이의

뻔한 영화다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스니커즈와 오션스 시리즈,

이탈리안 커넥션,

미션 임파서블 류의

케이퍼 무비의 여러 요소들이

보다 세련되게 구성된 것이

매력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후 "암살"로도 이어진

고집 센 장인처럼

케이퍼 무비에 특화된

최동훈 감독은

마켓 세그멘테이션을

제대로 하고

현명한 선택을 지속하면서

이러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그와 대적할만한

케이퍼 무비의 강자는

국내 영화계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쉽지 않은 곡예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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