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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29. 2016

<카를로스 곤의 르네상스>-CFT를 말하다

복합기능팀이 추진하는 혁신의 위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르네상스

저자 : 카를로스 곤 지음

출판사 : 이레 | 2002-09-20 출간

카테고리 : 경제/경영

책 소개: 도산 직전의 일본 닛산자동차 경영을 맡아 1년이라는 최단기간에...



CarlosGhosn의 자서전.

신뢰받는 것만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만큼 큰 만족을 주는 것은 없다.


10개 정도의 회사 밖에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 예측되는 자동차 시장은 이제 바야흐로, M&A라는, 이른바 기업 간의 최후의 전쟁이라는 시나리오가 연작 드라마나 영화처럼 수시로 반복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2000년도를 전후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걸출한 합병 소식에 즈음하여, 르노와 닛산이라는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카를로스 곤이라는 비즈니스 역사의 또 하나의 획을 긋는 화제의 인물이 대중 앞에 나타나게 된다.


복합 기능팀(CFT : Cross Functional Team)이라는 개념은 그의 이야기 속에서 자꾸 반복된다. 그 자신이 바로, 비즈니스 스쿨과 엔지니어링을 복합적으로 공부한 뒤에, 연구직으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 생산부서부터 일을 시작하여, 경영과 재무, 인사, 생산, 영업을 두루 망라하는 경험과 지식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에, 그 절절한 필요성과 우수성을 몸소 보여주면서 납득하고 있는 인물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팀의 실효성과 성과를 충분히 확신한 상태에서, 신념과 믿음으로 기업의 개혁에 앞장설 수 있었던 도구로 이 복합 기능팀을 운영함으로써 스피디한 인플레이션 환경 하의 미쉐린 브라질을, 그리고, 국유기업으로서의 비효율, 비수익으로 경직된 르노를, 그리고 현재, 지나친 기술지향과 부서 간 교류 부족으로 무너져갔던 아사 직전의 닛산을 각각 회생시키고 강력한 기업들로서 거듭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하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들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서, 그 근원과 원칙에 충실할 수 있게 된 뒤에 다시 기업으로서의 부흥을 맞을 수 있었다는 것은, 마치 인간으로 되돌아가자는 기치를 내걸고 본연의 자유로움을 찾아 나섰던 '르네상스'의 모습을 이 차가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볼 수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아웃사이더, 히딩크(네덜란드인)와 카를로스 곤(레바논계 브라질인) 은 이방인들로서 그들이 처음 경험하는 사회를 보다 멋지게 다듬는 데 성공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갖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하나의 시점과 관점, 문화 영역, 지식의 분야에만 멈춰있지 않는 '복합적인 세계에 대한 이해 능력'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고도산업자본주의 사회의 또 다른 마키아벨리(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에서 나타난)들 인지도 모른다. 정치, 경제, 문화, 학문 등등의 영역들에서 이러한 복합적인 기능을 지닌 인물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나로 하여금 여러 가지 직능과 직무, 산업이 융합된 존재로서 나를 만들어간다면, 그런 사람들처럼 어쩌면 고유의 존재로 남을 수 있고, 복합기능팀 같은 복잡한 조직을 구성해서도 리더십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도록 만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직업이나 이 산업에서 전문성을 만들고 인맥이라는 자산을 만들었으니 여기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편히 먹고살 방안을 모색해보자"라고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솔잎과도 같은 직장이라는 무대에서 도태되고 사라지는 모습들을 자주 목격하는 요즘. 내가 갖게 된 방향이 전혀 허무맹랑한 곳을 향해 세운 표지판은 아니라고 점점 더 확신하게 되고 있다.


인터넷에 산발적으로 뿌려진, 예전엔 전문 지식이었지만 이제는 개방된 공유 지식들의 급속한 팽창과 자유로운 공유. 그리고 뒤이어 다가오고 있는 인공지능의 발걸음은. 일반적인 직장인으로서는 한 가지에만 몰입해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여실히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말 그대로의 Multi Player로서, 전문적 지식이나 영역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각종의 세상의 널린 지식들을 효과/효율적으로 편집해서 경제적인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진정한 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자들만이 어쩌면 직장이라는 세계에서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인간들"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2000년도 경에 중장비 수출입을 하는 벤처회사에서 해외영업사원이자 웹사이트 기획과 웹디자인, 해외지사 관리를 했었고, 이후 마이크로화이버 회사로 옮겨서 4년여간 매년 10여 차례 이상 해외출장을 병행하면서 생산관리와 더불어 100여 개의 브랜드 업체들에 대한 해외 수출영업을 했고, 그다음에는 중국에서 6개월, 방글라데시에서 3개월 상주하며 생산관리와 더불어 해외 수출영업을 하는 대형 봉제업체에서 3개의 대형 유통 브랜드 업체를 위해 1년 여간 일한 뒤에, 글로벌 섬유회사에 입사하여 7년 여간 미국과 유럽, 중국 등지에서 생산한 원사를 브랜드 마케팅과 더불어 6곳의 국내 원단 회사에 판매하고 이를 다시금 50여 군데의 봉제업체와 2,000여 군데의 브랜드 업체들에게 유통시키는 국내외 영업을 진행했었다.


한 가지 변함없었던 것은 내가 근무하는 동안 첫 번째 회사를 제외한 모든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들은 모두 매년 평균 2자리 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운이 좋았고 시류를 잘 타고 있는 것이다라고만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운이 14년 여간 끊임없이 반복되니 더 이상 운이라고만 할 수도 없을 정도가 되었다. 조증에 가까울 정도의 자기 확신과 오만함에 찌들어 살았던 적도 있었지만, 바로 그 타이밍에 깨달음이 하나 더 다가왔다. "이대로 계속 살아가다가는 성장이 멈추는 그 순간에 나는 자신감을 잃고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지게 될 것이다"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 경고음은 작지 않았고 또렷한 발음으로 말까지 하고 있었다.


그다음에는 섬유업계를 과감하게 떠나서 컨택센터 업을 주종으로 Business Process Outsourcing을 하는 회사에 공채로 들어와서 1년여간 마케팅 팀장을 역임한 뒤에 산업의 실제를 더 잘 알고 싶다고 요청하여 컨택센터 어카운트를 관리하고,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 신규 어카운트 오더 수주 영업과 기존 어카운트의 확장 영업을 성공시켰다. 해외진출이나 장기요양 비즈니스 등의 신사업의 TF에서 일할 기회가 계속 주어져서 불과 최근까지도 장기요양 비즈니스에 대한 사업 타당성을 경영진에게 납득시킨 해당 TF의 일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TF에 속할 때마다 내려진 발령을 1회 정도만을 제외하고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금의 시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이 다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더더욱 다변화하여 계속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인으로 나를 갖추어갈 수 있는가이며, 그럼으로써 내가 속해 있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생존 지속성을 얼마나 더 높일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붙박이로써 한 군데의 부서나 어카운트를 맡아 전문성과 인맥을 키우며 그곳을 하나의 자신의 확고한 영역으로 만들어 살아남겠다는 거의 '전래 동화와도 같은 직장인 생존전략'은 이미 페이스북이나 일반적인 블로그들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공유되어 초등학생들까지 널리 알고 있는 전략"이다. 물론 정론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전략이 유효한 시간과 가능한 업종이나 직무, 산업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가 이종업계인 섬유산업의 봉제업체를 인수하였고, 이 인수에 관련된 현황 파악 등을 위한 TF에 몸을 실은 지 3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시금 섬유산업에서의 경험을 어느 정도는 되살리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나는 돌아온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대로의 융합이 왠지 모르게 내 뜻대로 앞을 향해서 전진하고 있는 듯한 영상을 그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출근하는 하루하루의 시간이 상쾌하고도 의욕적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게 주어진 "르네상스"의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며, 의도했던 대로의 궤적을 타고 경력의 경로가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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