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뒤떨어진 듯해도 마음을 사로잡는 바가 있었다.
교주 또는 한 종교의 창시자가 죽거나 사라져도 특정의 종교들은 그대로 살아남아 적지 않은 신도들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면서 살아간다. 이들은 나름의 교리를 발전시키고 원본 교리를 전통화하며 절대적인 진리 화한다. 때로는 그 교주가 그대로 살아 있다면 적잖이 실망할 형편없는 교리로 후행하는 경우도 있고, 원래보다 훨씬 더 진화하고 진보된 형태로 이를 업그레이드시키기도 한다.
메카닉 리쿠르트에서 보였던 것은 거의 클리셰들이 되어 있는 이소룡 류의 무술 영화로부터 그 이외의 수많은 변종으로 뻗어나간 홍콩 무술 영화들이 세련에 세련되기를 거듭하여 주요 배역의 배우들만 제이슨 스타댐이나 토미 리 존스, 제시카 알바로 바꾸고 양념 격으로 예스 마담의 히로인 양자경을 담은 할리우드 영화화한 홍콩 액션 영화의 교리가 살짝 달라진 일종의 종교 집단의 작품과도 같은 인상이었다.
스태프들의 이름을 일일이 다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무술 지도 등에는 홍콩 영화 등에서 활동한 무술 감독들의 이름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제이슨 스타댐이 보이지 않는 화면에서 나타나는 아시아계의 갱들의 모습은 그저 홍콩/대만/중국/태국 등의 무술 영화 화면에서 보여주는 질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단지 거들뿐" 이 문장이 어울린다.
일단, 이 영화는 철저하게 약간 구식을 고집하는 킬러로 제이슨의 킬러 배역을 묘사한다. 사고사로 꾸며서 살인 의뢰받은 대상자를 죽이는 일을 하는 것이 그의 전문 분야인데, 누구나 그를 그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하고, 그가 가진 불굴의 자부심도 엄청나게 높다.
그런 작업을 위해서 사용하는 전화기는 노키아의 폴더폰들이고, 칼로 얇게 사진을 떠다 붙이며 여권을 위조하거나 얼굴에 문신을 그려 넣는 방식으로 변장을 하는 모습도 약 20년 전의 기술에 가까워 보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있는 구식의 시대 속에서 축적된 기술과 능력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대에 최고라고 불리면서.
공교롭게도 이 영화 속에서 제이슨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홍콩 영화의 전성기 동안에 많이 나온, 그 당시에는 최신 기술처럼 얼핏 보였던 트릭들이다. 그리고 제이슨은 바로 그 시대의 뒤를 이어 일정 기간을 풍미한 액션 스타였으므로, 이 영화는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들과 주연 배우의 전성기를 멋지게 포장해서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장면들과 이미지, 장치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품위 있게 노년을 맞고 있는 홍콩 영화 속의 미녀 액션 배우 양자경과 약간 저문 듯한 할리우드 영화 속의 미녀 액션 배우 제시카 알바 사이, 양 세대 간에 흐른 시간도 얼핏 스쳐 지나간다. 그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시점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제는 확실한 노년에 접어든 토미 리 존스이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는 살짝 자신의 시대를 지나쳐버린 액션 배우로부터 완전한 노년에 접어든 액션 배우들을 배치함으로써, 최신의 트렌드를 찾고 있는 일정 연령 이하의 관객들의 취향은 배제했다. 타깃층은 30대 후반부터 60대까지의 홍콩과 할리우드 무술 액션 영화의 팬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액션 현역 복귀'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올스타전을 치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치밀한 척은 하지만 군데군데 요즘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영화들과는 다른 허술함이 느껴진다. 고층 건물 바깥으로 나와 있는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살인 대상을 사고사로 죽이기 위해 투명한 수영장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은 뒤에 소형 폭약을 끼워 넣다가 대상자와 눈을 마주치게 되지만, 바로 건물 외벽을 타고 도망치면서 대상자가 수영장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서둘러 폭약을 터뜨리고 결국에는 수영장 바닥의 구멍으로 떨어져 죽게끔 만든다.
그다음에 TV 뉴스에 수영장 바닥에 구멍이 나는 영상이 나오는데, 경찰은 타살의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앵커의 대사가 나온다. 바로 그 구멍이 남과 동시에 건물 외벽으로 미끄러져 도망가는 제이슨의 모습이 찍혀있지 않을 수 없는 타이밍인데도 말이다. 영화 스태프들이 아직 이러한 디테일에 대해서 큰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이는 부분이다. 화끈한 액션씬이나 폭발씬이 있다면 세부 디테일은 그 뒤로 사라져 보이는 효과가 있었던 시대말이다.
이 장면 이전부터 '좀 구식이다, 뒤떨어져 있다, 치밀하지가 못하다' 이런저런 느낌의 씬들이 있었는데도 제이슨의 뛰어난 몸놀림과 액션의 배치들에 눈이 팔려 느끼지 못했던 엉성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성실하게 자신이 살던 시절에 열심히 연마하고 습득했던 기술들을 꼼꼼하게 다시 구현하고 있다는데 박수를 치게 된다. 이 씬은 미션 임파서블 류의 영화와 비교되고픈 야심을 담은 씬임에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스마트 기기들이 판치고 창작 능력과는 별개로 비평 능력이 첨단으로 뻗어가고 있는 모바일 문명 시대에 도전한, 이 약간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이 영화에 출연하고 영화를 만들어간 모든 이들은 나름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복고풍의 액션이라기 보다는 복고적일 수 밖에 없는 필연을 가진 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아직도 "몸으로 보여주는 액션의 순수한 힘을 존중하고, 한 여자와의 사랑에 자신의 커리어와 목숨을 거는 남자를 멋지게 여기며, 같이 정상에 오른 전문가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협조할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을 공감하리라 기대하여 배신이 반전 스토리가 되지는 않는 올곧은 스토리"같은 단순함으로 내 주변 연배의 사람들과 그 연배마저도 넘어간 관객들의 마음을 끌고자 했고, 적어도 내 마음은 잘 끌어당긴 것 같다.
물론, 영화 곳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장면과 내용, 스토리의 전개는 익숙하다 못해, 아무런 추리력이나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 매우 편안하다. 그저 옛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서 과거의 추억들을 다시 한번 변주해서 들려주고 돌아가버린 느낌. 그게 남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적어도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찜찜한 느낌보다는 훨씬 좋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