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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an 15. 2017

<매그니피센트 7>-다양화된 인종 구성

시대에 맞는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를 만들어 내다.

서부극의 일부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수십 년 전 이탈리아 등 유럽 영화계에서 우후죽순으로 만들었던 대량 살상의 서부극 영화들이 유통되면서 이전까지 미국의 신화와도 같았던 정통 서부극의 "정의"와 "영웅"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진 B급의 서부영화들이 60~70년대의 할리우드 영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면서 나온 이름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같은 걸출한 스타들이 당시로서는 반항아 같은 이미지로 줄기 장창 등장하며 꽃을 피운 할리우드 스타일 화한 이 B급의 영화들은, 60년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각색한 "황야의 7인"처럼 본격적인 블록버스터로 제작되어 높은 흥행 성적과 호평을 받았다. 스티브 맥퀸과 율 브린너라는 당대 스타들도 참여하면서 "A"급의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인정받았다.

이 영화는 서부극 뿐만 아니라 후대 액션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마카로니 액션의 정점을 찍는 작품이 이로 인해 나왔다.

그리고 지금의 시대에 이 작품이 "황야의 7인"의  영문 제목명 "The Magnificient 7"으로 다시금 국내에서 상연된 필연은 어디에 있었을까?


마카로니 액션의 탄생 배경에도 나타난  60-70년 대의 자본주의의 부흥에 따라 나타난 선과 악의 모호함과 일본의 전국 시대와도 같은 군웅할거의 무법천지에서의 중층적인 혼돈의 시대상이 또한 이 오래된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와 중첩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오로지 한 인종으로만 이뤄졌던 7인이 다양한 인종으로 바뀌어 있다.


일단은 그러한 유사한 시대적 배경을 떠나서도 이 영화는 이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고, 관객들의 니즈에 충실하게 맞추도록 변화했다. 원래는 톰 크루즈 같은 백인 영웅주의를 대변하는 배우가 센터에서 덴젤 워싱턴의 자리를 맡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바마의 높은 국내외적인 신인도와 다양한 국가에 판매되는 글로벌화한 할리우드 영화의 유통망 등을 고려하며, 이 영화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끔 대폭적으로 이 7명의 구성을 바꾼 것처럼 보인다. 만약, 톰 크루즈가 나왔다면 흥행은 다소 저조해졌을 듯하다. 이미지가 너무 "이성적으로 정의로운" 캐릭터가 어울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말그대로의 불의에 대한 분노를 표현할 배우들이 필요했다.


북군의 일원이었던 덴젤 워싱턴은 당당한 자세와 의연한 리더십, 인디언의 언어도 소화하는 등의 모습으로 나온다. 실상 기존 서부 영화에서는 흑인에게 허용되지 않아왔던 리더의 역할이다. 더 나아가서 에단 호크와 한쌍으로 등장하는 아시아인인 이병헌, 전형적인 서부극에서는 백인들과 호전적인 싸움을 반복하는 아파치 족, 히스패닉까지를 포함한 7인은 말 그대로 다인종 국가로서의 미국의 현재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적은 인류의 공적이라도 되는 느낌을 준다.


이중에서 이병헌은 에단 호크와 단짝으로 나와 비슷한 체형과 외모를 가진 탓에 일정하게 유사한 분위기를 선사하면서, 동시에 적지 않은 영어 대사를 소화했고, 칼을 능숙하게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며 나름의 카리스마를 전달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캐릭터에 대해서 상호보완을 하는 측면이 있었다.


에단 호크의 배역이 가진 유약함과 다소 낮아 보이는 신체적 활동성은 이병헌의 배역이 가진 강인함과 높은 활동성으로 보완되었고, 이병헌의 배역이 가진 어눌한 영어 대사 구사 능력과 제한된 감정 연기는 에단 호크의 유려한 대사 구사와 다양한 감정 연기로 보완 되었다. 이렇게 짝을 지어서 둘을 붙여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스토리의 깊이는 그렇게 깊지 않다. 마지막의 액션 부분을 강조하고, 영웅들의 희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단선적인 구성에 더 집중하고, 7인의 각 인물들의 면면을 잘 드러내려고 한 탓인지 원작인 "황야의 7인"에서 나온 주민들 내부의 갈등이라든가, 악당 두목의 다소 복잡다단한 인격 등은 나오지 않는다.


인간성에 대한 나름의 통찰을 담고 나타나는 스토리 등의 극의 전개가 느려질 수 있는 부분들은, 에단 호크가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총을 들어 적과 싸우는 게 두려워 잠시 도망쳤다가 돌아오는 부분이나, 실상 마을 주민들을 돕기 위한 "정의"의 측면뿐만이 아닌 개인적인 동기를 갖고 악당과 싸우는 덴젤 워싱턴이 맡은 "샘 치좀"의 숨겨진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나오지 않는다. 크리스 프렛의 대사인 "So far, So good" 정도가 기억 속에 남는 대사다. 대세 배우답게 씬 스틸러이자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했고, 영화 속의 최후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흥행은 제작비 9천만불을 들이고 2억 5천만불 (미국 내 9천만불, 글로벌 1억 6천만불, 12/22 기준)을 거두어 나름 준수한 기록을 올렸다. 나우 유 씨미 2나 수어사이드 스쿼드, 아포칼립스 등의 허리우드 블록버스터, 국내에서 더 많은 관객 동원에 성공한 럭키와 터널보다는 내게는 이 영화가 좀 더 볼만했었다. 서부극의 역사를 다소나마 알고 있는 나와 같이 올드한 팬들에게 더 매력을 전달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병헌이 또한 카메오 격으로 등장했던 밀정보다는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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