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Feb 03. 2018

<러빙 빈센트>-생생한 회화

어려운 예술 영화로 생각하고, 보지 않는다면 후회할 작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독한 고흐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의 포스터만 보고 나서

그저 접근하기 어려운 영화일 거라

지레짐작하고, 보지 않을 수많은

관객에게 그래도 메시지를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영화를 본 뒤에

저절로 들었다.

배우들이 연기하고 고흐의 그림의 배경 안에서 그림으로 움직이도록 작업을 했다. 배우와 실제 그림의 싱크로율이 높다.

10여 일 가까이 되는 해외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본 영화 중에

감상평을 쓰고 싶도록 손을 근질

거리게 만든 것은 이 영화와

"토르-라그나로크" 두 편뿐이다.

이 두영화가 막상막하급으로

재미있었다.


오히려 예술 영화라기보다는

추리물이나 감각적이고도

실험적인 영상물로서 더 뛰어나다고

인정받아야 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100명의 화가가 참여했다고

하니, 실제로 예술성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든 것만큼은 분명하다.


보기 전에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고흐의 작품을 영화 속에서

하나하나의 현실로 재현하면서

답답한 다큐멘터리류로 흐르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에 가까운

생각이었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같은 오해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하나하나의 장면이 실제로

고흐가 그린 그림으로부터

시작해서, 실제 배우의

동작 위에 고흐의 작풍과

같은 색감을 입혀서 실제로

눈 앞에서 고흐의 그림이

생생하게 현실로 만들어지는

생생한 경험을 하게 했다.

실제로 이 회화 속의 인물은 고흐 본인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이미지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회화속에서 선택한 인물에 맞는 배우를 주연으로 채택했다.
우체국 직원의 배우와 고흐가 그린 그림, 싱크로된 영화 속 모습
우체국 직원의 아들의 배우와 고흐 그림과 싱크로된 영화 속 모습
배우와 영화 속에서 구현된 배우 모습
이 원화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일일이 작가들이 그렸다는 이야기다.
이 여배우의 미모와 매력은 회화로 변한 뒤에도 드러난다.


그 시대가 손에 잡히듯이

느껴져 왔고, 그 시대에 속해

있던 사람들의 순진무구함과

소박함, 감정이 체험되었다.


고흐의 그림 중에 나온 건물

아래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이미 자살로 생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에게,

그전까지 우편물을 전달하던

우체국 직원이 자신의 아들에게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인 테오 반

고흐에게 보낸 엽서를 직접 갖다

주라고 하는 스토리가 시작된다.

고흐의 그림의 배경 안에서 두 배우가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영상 기술도 녹아 있겠지만, 내내 굉장하다는 느낌이 왔다.


이 아들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다소 중성적인 외모에도 불구하고

다혈질에 싸움을 무척 잘하는

양면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로

등장하는데, 엽서를 전달하러

가는 과정에서 고흐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 거라는 심증을 갖고

여러 사람과 고흐의 그림에서

나온 지역 곳곳을 다니며

탐문을 하는 역할을 한다.


이같은 장치가 자연스럽게

고흐의 그림이 계속 장면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영화 중반에 가다보면, 이 회화가 너무 생생하여, 현실처럼 느껴질 정도가 된다.

그가 고흐의 죽음까지의 과정을

추적하는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그저 고흐의

인상파 화풍으로 계속 나오고

있는 영화 속의 모든 장면들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이로왔고 하나하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창 밖으로 거리를 보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이런 그림이 나오지? 라는 경이감도 생긴다.

그 과정에서 점차적으로

고흐의 그림의 매력을 이해하고

고흐가 빛과 세상의 풍경에 대해

가졌던 관점이 어떠한 것이었을지

이해해 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일반인에게 잘 이해되지 않던

아름다움과 깊이라고 할까

이른바 심미적인 매력이 절로

전달되도록, 영화의 스토리와

배우의 연기가 긴장을 풀새 없이

잘 이어진다.


미술을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었던

고흐가 높은 완성도의 그림을 그려

내자 오랜 시간 미술을 공부했던

그의 주치의가 질투를 느꼈다거나


실제 고흐가 천재임이 분명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를 사랑했던

주치의의 딸이 고흐가 가난하고

아직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치의로부터 고흐와의 연애를

허락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전도유망한 미래를 위해서

포기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잘 알지 못했던 내용도 나온다.

분명히 살아서 인정받을 수 있었을

높은 재능과 실력을 갖고도, 일찍 생을

마감한 그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생긴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고흐의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고갱과의 갈등이나 귀를 잘라내고

자화상을 그렸던 고흐의 정신

이상자 같은 행동이 가십거리로

남아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다음과 같은 보다 그의

실제에 가까운 내용이 기억에

자리 잡히게 된다.


1. 그는 마치 성실한 회사원처럼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자신의

그림을 열심히 그렸던 직업 정신

투철한 화가였다.


2. 늦게 그림을 시작하여, 동생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에

계속 미안해했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동생마저 고흐의 그림이 인정받고

성공하기 전에 생을 마친다.


3. 자신의 또 하나의 후원자이기도 한

주치의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질시를 동시에 받았다.

고흐와 같은 이미지를 갖지만 내면이 다른 사람이라고 고흐가 기거했던 호텔 주인의 딸이 이야기 하는 주치의

4.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화 속에서는 거리의 불량배였다가

나중에는 금융업자가 되었던 이의

총에 맞았다는 설이 나온다. (고흐는

그 당시 소년이었던 그의 앞 길을

막지 않고자 내내 죽기 직전까지

자살을 시도했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괴벽에 천재이기 전에.

5. 한 인간에 대한 평은 거의 모든

사람의 관점에서 각각 다르게 만들어

진다는 깨달음을 전달한다. 고흐에

대한 인상부터 그의 죽음에 대한

평까지 모두의 입장에서 다른

내용이 나오고 있다. 우리의 일상도

아마 이럴 것이다.


이 다섯 가지 포인트만 영화 속에서

건져도 영화는 충분히 볼만했다.


그리고 화려한 동영상과 증강 현실의

볼거리가 즐비한 시대에 사그라져

가는 2차원 회화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현대의 관객에게 제대로

선사했다는 것은 극찬받을 부분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영화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 같다.

말 그대로 고흐에 의한, 고흐를

위한, 고흐에게 바치는,

관객에게 그의 매력을 재조명하는,

고유의 작품 중에 하나인 것이다.

마치, 그의 그림처럼.


하나하나의 장면이 모두 뛰어난

영상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널려

있는 사진 파일 중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영화 속에서야 얼마나 더 많을까?

보지 않는다면 후회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블레이드 러너 2049>-걸작이 낳은 걸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