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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31. 2015

<여자 없는 남자들>-중년에 기억하는 첫사랑의 달달함

하루키가 또 한번 전달하는 잃어버린 감성의 복원

이 단편 소설집이 출간되기 직전에

발간된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비해서 이 책에 대한 광고는

그다지 많은 곳에 대대적으로

뿌려지지 않았었다.


경색된 한일관계도

어쩌면 출판계가

요란 벅적하게 이 단편집을

홍보할 여지를

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슬쩍 나온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사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이 대단한 무엇인가를

전달하거나 지식의 보고 인양

위대한 깨달음을 전달할리는 없다.


그렇지만, 대단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잊고 지낸 것이나,

내게서 사라져가는 것,

있어야만 보다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내 안으로부터 되살려준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실제의 자기 자신,

그리고 인간으로서 주어진

본연의 조건들을 맹렬하게

자기 바깥으로 던져버리고,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만이라도

다른 존재가 되어야 하는 우리에게

우리가 아직 온전한 인간이었을 때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우리 안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사라졌는지도 모른 채로

살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다.



여자 없는 남자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8-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 소개: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여자 없는 남자들"은 하루키의

여러 소설들을 관통하면서

항상 나오는 우리 안에 순수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본능,

그리고 상처 입기 쉬운 인간성의

온전하게 약한 부분들이 무엇들인지를

착실하게 여러 변주들을 통해서

다시 보여준다.


우리 중 누군가가 보낸 꿈과 야심,

저 멀리로 간 순수한 사랑,

상처 주고 입었던 기억들을

어떻게 다시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를

여러 다른 이야기들을

통해서 점점으로 이야기한다.


이 글이라는 것이

결국 그 글을 쓰는 사람

자체를 치유하는 것은 되지 못해도

읽는 사람은 치유할 수 있는

것이구나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어,

다시금 나로 하여금

이렇게 글을 쓰도록 만들어 버렸다.


이 글이 하루키가 인세를 받은

출판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본래의 자신을

계속 잃어가면서 살아온 사람이

바로 이 글을 마주 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좀 더 당신답기 위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강해지기 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글을 읽고 나서 나에게 남는 여운은

내가 보낸 사람들 그리고

나를 보낸 사람들이 생각해보자면

마냥 냉정한 사람들만은

아니었다는 진실의 단서들이다.


나 역시 매정한 척 뒤돌아 섰지만

구구절절이 밝힐 수 없는 나름의

이유를 갖고 헤어졌었고,

상처 입지 않은 척해보았지만

실제로 상처 입은 곳을 잘 싸매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자각이 나온다.


이 정도의 자기 회복과 복원이

내부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단편 소설은 씌여진 값을

톡톡히 해냈음에 틀림없다.


그럼으로써, 다시 돌아오는

큰 변화가 없는 하루를

약간은 다른 시간으로 만들어준

책이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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