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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05. 2018

<퍼시픽 림 2_업라이징>-절반의 중량감

현실로부터 멀어져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가다

스포일러가 넘치는 글입니다.

영화를 보시지 않았다면

다시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리 볼 영화가 없다고 해도

보지 말아야 할 영화를 보아선

안된다라는 경구가 떠올랐다.


물론, 모두가 욕을 해도

잭 스나이더의 팬인 나로서는

"배댓 슈"를 보고서 장렬히

산화한 영화 속에서 그래도

건져낼 내용을 구석구석

찾아낼 수는 있었다.


물론, 이 영화도 볼거리와

더 화려한 액션이 넘치기

때문에, 물량 그 자체로는

전작을 뛰어넘는다.


또한 반전이 잘 숨겨져 있고,

설정도 좀 더 보강되어 있어

스토리 상으로는 어쩌면 보다

세련되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어쩌면 전작의

유일무이했던 장점. 거대 로봇이

최근의 영화 속에서는 잘 드러내지

못한 "중량감", 그것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중량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 싸우는

인원과 로봇의 수는 훨씬 더

많아졌다. 그에 상응해서

적의 물량과 힘도 강해졌고,

더 영악해졌으며, 무엇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답게

낙관적인 해피엔딩이 밝게

그려지는 결말을 맞았다.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답다는 말에 맞는 스토리는

이제는 오히려 보기가 힘들다.

할리우드 영화가 파격을 추구하면서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해피엔딩은

제 3세계 영화의 몫으로 남겨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중과 부적, 적에 맞설 정도의

뛰어나고 강한 힘을 갖고

있지 않았어도 강력한 팀플레이로

결국에는 승리를 쟁취하는 스토리라

관객에게 사랑받을만한 감동도

줄만한 측면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 무게감이 현실적인 것보다

애니메이션의 차원으로 돌아간 것이

전작을 보고 2탄을 기대했던 팬의

마음을 허전하게 만들 정도로 영화는

가벼워졌다.


영화가 끝난 뒤에 올라가는 스태프의

이름에 분명히 "길예르모 델 토로"가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제대로 된

제작이나 감독 역할을 해내지 못했거나

배제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 전작의 미덕을 무너뜨린

이 작품의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설명하지 못한다.


영화는 이전 영화와는 다른 파격을

낳기 위해 전편의 영웅의 아들을

등장시켜, 영웅이라기보다는 그저

밑바닥 좀도둑질을 하다가 잡혀서는

영웅의 아들답게 전설을 배경으로

뒤에 단 교관으로 만들고,


천재적인 "예거"제작 능력을 가진

소녀를 이야기에 끌어 넣어서

아수라장이 된 지구에서

변두리 삶을 살던 두 인물이

성장하면서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려고 했다.


그리고 어설픈 로맨스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는지

전작에서 엷게나마 있었던

남녀 간의 애정 관계를 완전히

배제했다.


여기까지는 현명한 선택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린 소년 소녀가

올라타서 조정하는 이전 예거보다

더 업그레이드되고 강력해진

로봇의 더욱 강력한 액션이

세간에 뿌려졌던 실망감보다는

살짝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종사 2명이 완벽한 싱크로율을

가지고 보여주는 액션에 동기화되는

로봇의 액션도 전작보다 더 섬세했다.


그러나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CG 상에 가려야 했을 촌스러운 부분을

부끄럽게나마 자연스럽게 가렸던

전작과 달리 환한 대낮에 싸우는

이 모든 다양한 로봇의 모습이

때로 위기를 겪고, 파괴되고,

조종사가 죽는 등의 다양한

모습을 더 제대로 드러냄에도

이를 실감 나게 느끼기가

적어도 나이가 들어버린

관객에게는 더 어려워졌다.


답답한 스토리를 활기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고자 한 노력이

그만큼의 결실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에서 더 많은 흥행을 누리고자

채용한 중국 여배우와 더불어

중국 자본의 강력한 입김이

들어갔을 것이겠지만,

선진 과학 입국, 첨단 산업의

선두와 같은 이미지를 중국색과

일치시키고자 하는 내용은

미국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던 관객에게

거북한 느낌을 주었다.


미국의 영웅은 변두리의

부랑자로 추락하였고,

최고 기업의 최상의 두뇌를

가진 이가 중국인이라는

이 설정. 그리고, 결과적으로

지구를 지킨 것은 이 주연배우에

필적하는 인물의 역할 비중이

컸다는 것이 중국 내의

관객에게는 어필하는 바가

컸을 것이다.


실제로 기사를 검색해보면

중국 시장에서 북미 시장보다

2.3배 큰 흥행을 이루었다.(링크)


그러나 "퍼시픽 림" 전작의

분위기와 너무 달라진 이질적인

전개에, 중심이 되는 관객층이

중국인으로 급작스럽게 변화한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전편과의

연결고리를 적지 않게 잃어버렸다.


그러고 나니, 영웅적인 장군의

아들이 각성하고, 마지막 쿠키에서

나타나 이제는 수동적으로 적을

맞아 싸우지 않고 쳐들어가겠다는

3편을 만들겠다는 선언이, 그다지

감동적인 울림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된 김에 중국 자본의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하면서

중국 배우가 마지막을 장식했다면

3편의 무대가 중국으로 변화하면서

전혀 다른 색상의 작품으로

연결되리라는 기대라도

불러일으킬만하건만,


이 작품이 무게감을 잃어버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화한 작품인 상태로,

구식의 미국식 블록버스터의

해피엔딩을 추구하리라는 의도가

 뻔해지니, 중국 외 지역의 관객에게는

기대감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영화사 입장에서는 전작보다

더 큰 흥행을 거둔 성공작이다.

이것은 "나우 유 씨미 2"에서

주걸륜을 앞세운 마카오 씬으로

중화권 관객을 불러들인 것과도

같이 실질적인 수익을 더 영화사에게

안겨 준 것이다.


결국,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의 영화사의 전략은

중국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공을 들어 접근하고, 이곳에서

수익을 가져올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더중심을 둬야 한다는

강력한 시사점을 선사한 또 하나의

작품이 된 것 같다.


이와 연관되어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을

염두에 두자면, 미국의 영화가

중국을 파고들 방안은 중국 내에

중국 자본과 탄탄하게 결합된

최소한 배급사나 제작사와

함께 영화를 만들어 중국 색의

비중을 크게 만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보인다.


그러나 그 때문에, 속편부터가

중국을 겨냥한 작품으로 변화하는

"퍼시픽 림"같은 작품의 미래는

왠지 어두워보인다. 이제,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남기보단

마치 일본풍으로 각색되어

괴작이 되어버린 "레옹 2"나 "울버린"

처럼 앞 뒤가 불균일한 작품이

계속 만들어지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의 러시가 끝나고

한풀 가라앉은 다음에야

재미있는 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영화 보기 전에 체크해야 할

리스트가 아래처럼 나열되기에 이른다.

이 체크리스트 없이 영화를 보았다가는

중국 이외 국가의 관객은 계속 낭패를

겪게 될 것이니까.


1. 영화에 대한 중국 자본의 참여 형태

2. 중국 또는 중화권 배우의 역할 비중

3. 전편 감독의 영향력이 살아 있는가

4. 중국 외 타 지역 흥행을 신경 쓰는가


이 네 가지를 보고 나서 영화 보기를

결정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나는 중국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싫어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투자가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전에 만들어진 팬에 대해서

충분한 고려를 하고 만들어야

범세계적인 흥행을 잘할 수 있을 텐데

기본을 지키지 않는 품질의 영화로

이러한 성공 가능성을 줄이는 결정이다.


중국이 범세계적인 강국으로

존경스러움까지 받으며 성장하고

싶다면, 먼저 세계인의 관점을

잘 이해해야 하고, 범 세계적인 관점을

잘 흡수하고, 제대로 자기화 한 뒤에

자기 관점을 납득시키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잘했던 국가가

"로마"였고, 그다음에 "미국"이었다.


이제 중국도 "중화사상"을 강요하는

흐름보다는 "중화사상"안에 타국의

장점을 흡수하고 동화시키는 현명함을

발휘해야만 진정 무서운 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개 관객인 내가 기대하는 것은

중국자본으로 만들었거나 중국에서

성공하려고 하는 속편을 만들더라도

큰 우려 없이 그것을 볼 수 있는 미래다.

이건 제작사가 만들기보다는

잘 만든 작품을 만든 감독에게

영향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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