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Aug 27. 2018

<인랑>-기대 이하

원작의 한계에 부딪친 안타까운 작품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은 영화를

먼저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인랑"과 "마녀". 계속 못 보고 있다가

두 영화를 몰아서 볼 기회가 생겼다.


사실 김지운 감독님과 박훈정 감독님의

영화 중에서 하나만 골라서 보라고

묻는다면, 거의 무조건 김지운 감독님의

영화를 볼 관객임에도 불구하고

잘 끓여 놓은 라면 2개를 뚜껑을 열어

맛을 본 바, 더 맛있는 라면은 "마녀"였다.


평론가나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절대로 "인랑"은 이런 저조한 흥행을

받을 영화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지만, 일반적인

인식, 곧, 전문가적인 견해를 떠나서

티켓 값을 지불하고 일상의 무료함이나

답답함을 떠나 영화를 볼 관객이

이 영화는 정말로 재미없다고

평가하고 이에 따른 흥행 저조의 결과가

나왔다면, 비록 저주받은 걸작의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그 결과를

"말"이나 "글"로써 뒤집을 수는 없다.


관객의 마음을 얻지 못한 실패를

그 실패의 이유부터 잘 파악하고자

인정하면서 받아들여야만 다음 작품에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을 돌아봤을 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든가 "디 워"같은 "반면교사"

성격의 아주 훌륭한 예제를 영화사 속에

갖고 있다. 와중에 하나 더 끼워 넣자면

"워리어스 웨이"도 들어갈 수 있다.


이 안타까운 세 영화가 처절하게

실패한 이유를 돌아본 감독이나 관객,

배우는 그래도 이 선례보다는

나은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우리나라 영화의 수준이

보다 높은 전문성과 흥행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영화판의 적지 않은 영화

종사자분이 아직도 이 세 영화가 참

괜찮았는데, 관객이 몰라주었다거나

영화 외적인 이유가 더 컸다고

변명하고 살아왔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으리라.


고로, 관객이 여론에 호도되어

보러 오지 않았다는 변명은

"상업 영화"로서 흥행을 기대하고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피해야 할

변명이다.


저주받은 걸작인 "블레이드 러너"는

당대에 저조한 흥행 성적을 남기고도

긴 시간 당대의 흥행 작보다 더 긴

생명력을 갖고 속편을 만들어 내며

호평받았다. 정말 가치 있다면

그런 식으로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


동시대의 관객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하고, 이해했다고 느꼈던

관객의 페르소나가 왜 잘못 설정된

것인지. 이것을 고민해야, 그나마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을까?




앞서 거론한 실패작 세편에는

공통점 몇 가지가 있었다.


1. 감독의 높은 유명세를 강조


2. 스토리보다 CG나 대형 투자 강조


3. 애국심과 연관된 마케팅, 홍보


이 무서운 공통점을 연장한 작품이

"미스터 GO" 였었고, 바야흐로

"인랑"마저 이 안타까운 대열에

들어섰다. 물론, 성공작의 공통점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므로,

이 세 가지는 중요한 성공 공식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것 같기는 하다.


"인랑"은 김지운 감독님의 이전

작품인 "밀정"을 보고 감동했던

관객에게 의외성을 선사하면서

이제까지 우리 영화가 다루지 못했던

SF 애니메이션의 고급화된 실사화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란 기대를 주었다.


이웃나라 일본이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는, 글로벌 관객의 호응을 낳지

못하는, 자신의 거대한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뽑아 만든 “실사 영화화”의

실패를 우리나라의 보다 인정받고

전문성 높은 스테프와 한류를 불러

일으키는 배우가 합세해서 만든

영화라면 돌파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은 결국 "애국심"에 기대인

흥행 마케팅으로 확대되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인

"인랑"은 이런 면에서 소재로

채택하기에 좋아 보일 수 있었다.


일단, 그가 손수 시도했던 자신의

작품의 실사 화인 "아바론"이

폴란드에서 백인 배우를 동원해서

찍었지만 실패했고,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애니메이션인

"공각기동대"는 할리우드에서

"스칼렛 요한슨"까지 참여하여

실사로 만들었지만,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크게 모자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흥행 관련 기사) 


"인랑"의 자매 애니메이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붉은 안경"과 "케르베로스

사가"등의 작품은 초기에 실사 영화로

만들어진 "붉은 안경"이 조악한

품질로 인해 괴작으로 남았고,

오시이 감독이 제작했던 오래 전의

실사 영화 "인랑"도 마찬가지의 조악한

작품으로 실망스러운 평가를 받았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라는 나름

높은 위상을 지닌 애니메이션 감독임에도,

영화의 실사화에는 여러 번 실패한 감독의

원작을 우리나라에서 실사 영화화하는데

성공한다면, 역시나 같은 내용이라도

우수한 감독과 국가의 영화 스태프,

배우가 함께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매우 좋은 스토리이자 선례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할리우드의 마블이나 디씨 쪽에

좀 더 다가간 것이 한국 영화 아니냐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일본과의 큰 격차를 증명할 수도 있었다.


이런 의도에서 관객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더불어 국내 영화 산업의 대내외적 홍보,

이런 여러 가지 이점을 누릴만한

시도였으리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나

"밀정"과는 다르게 오히려 일본인이

만든 원작으로 실사화 영화를 시도한

것은 이 작품의 성공 자체가 관객에게

애국심을 충족시키는 결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근거에는 보다 밀도 높은 액션 연출력과

그래픽 능력, 배우의 더 높은 매력도,

감독의 앞 서 몇 번 성공했던 작품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와 실제

작품 간에 간극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러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영화의 품질 자체에 대한 밀도높은

고민이 이 과정에서 무게를 잃었거나

중심으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일단, 이 원작이 왜 일본을 벗어나서

큰 흥행작은 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은 있었던 것 같다.


그랬기에 실패할 수 있는 요소를

벗어나기 위해서 스토리의 설정을

뜯어고치고, 설정부터 마무리까지

대규모의 수술을 했다. 이 작품을

이렇게까지 변경하는데, 원작자가

동의했다면, 이것은 굉장한 일이다.


그만큼 이 시대에도 자신의 작품의

생명력을 다시 살리고픈 소망이

분명히 "오시이 마모루 감독"을

포함한 저작권 관계자에게는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작의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중요한 "특기대"의

강화 슈트를 원작 이상의 품질로 재현한

것은 주목받아야 하고 칭찬받아야 할

부분이다. 액션도 원작이 가진 수준을

벗어나 상당한 수준급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재미있었고, 박진감 넘쳤다.


그러나 원작은 정말로 차갑고, “밀리터리

마니아”와 일본 역사 속에서 만들어져

온 정치적인 구도, 행동양식을 잘 연결해서

일본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잘 이해하고

감잡을 수 있는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포커스가 좁은 작품이다.


이미 수많은 링크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원작은 "밀덕", 곧 "밀리터리

마니아"의 호응을 낳기 위해서 만들어진

"컬트 무비"에 가까운 작품이고, 만들어

지던 시대에 일본에서 유행했던 수많은

"이공계" 곧, 현실과는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실과는 다르게

펼쳐지는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를

그려내는 문법을 갖고 있다.


마블 코믹스나 디씨 코믹스, 일본의

수많은 애니메이션에서 반복되어온

평행 우주, 평행 현실의 이야기가

이 원작이 갖고 있는 이야기 구조다.


원작 "인랑"을 보지도 않고 적은

기사나 감상문이나 비판이 헛다리를

짚고 있듯이, 평행 현실 내용으로

개연성 있는 또 다른 과거나 현실을

그리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원작에 가한 성형 수술은

그다지 높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평행

현실의 내용으로 대체할만한 유사한

맥락의 이벤트가 김지운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에게는 잘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제작 기간 전후에 벌어진 정치적 시류에

맞게끔, 통일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끓어오르는 시점에 맞는 근 미래의

이벤트에 이야기 구조를 갖다 맞춘다면

흥행 극대화가 될 것이란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같은 극적인 스토리의

변경은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작화 붕괴

수준으로 이렇게 대충 만든 시나리오가

설득력도 갖추지 못하고 만들어졌을 리가

없다. 명확한 한계를 지닌 원작조차도

인랑은 나름 길고 넓은 서사적 규모를

가진 “케르베르스 사가”의 일부분인데

말이다.


도저히 김 감독님의 전작의 성공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특기대"의 슈트를 입고 격렬하게

뛰면서 학살하는 빨간 눈의 전사 외에는

별로 드러내지 못했다. 죽어간 누구도

안타깝지 않고, 살아남은 누구도

다행스럽지 않다.




우리나라의 근미래. 통일을 앞두고 통일

반대 세력과 통일을 추진하는 정부 간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바꾼 순간, 이야기의

균형감이 무너지는 요소가 많아져 버렸다.


왜냐면, "인랑" 원작의 평행 우주 세계에선

그 어느 편도 올바른 "정의"를 갖고 있지

않고, 단지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와 생존을

위해서 정글의 "늑대'처럼 서로를 속이고

말살하는데 거리낌이 없는데 반해서,


근 미래를 다루는 영화가 되어, "통일"이

통일을 추구하면서 생긴 타국가로부터의

경제 제재로 인해 발생한 경제/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의"처럼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제" 시 된 내용이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의 "정의"로 제시된 것이나

다름없으면서, 동시에 "통일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국외의 강대국과 내부의 정치

세력, 테러리스트로 통칭하고,


 마치 "통일"을 위한"고립주의"를 선택하는

집단이 "정의"로운 것처럼 보이게끔

만들려 했다. 그런 시도가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원작을 이해했다면,

이렇게 바꾸다가 탈이 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동물처럼 짖는 영화가 "원작"이라면

실사 영화 "인랑"은 원작의 어디를

뒤져봐도 제대로 어필되지 않았던

"정의"라든가 "인간성에 대한 신뢰", "사랑",

"진실한 배려"를 지닌 인물이 강력하게

나타나야 하는 극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매우 위험한 곡예를 하게 된 셈이다.


"인랑" 원작에서의 이야기는

실제 역사와는 달리 독일이 2차 대전에서

승리한 뒤, 일본을 독일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경제 발전이 급격하게

이뤄지게 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는

내용부터 차분하게 내레이션이 흐르면서

평행 우주 세계를 말한다.

절대로 이 이야기가 현실의 이야기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 설정의 중심은

독일식 무기가 나와야 하는데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의 대립이 벌어져, 이에 따라서

수도권의 경비를 담당하는 "수도경"이

탄생하고 "수도경" 내에 강력한 조직인

"특기대"가 또한 반정부 세력 내의 강력한

무력을 가진 조직인 "섹터"와 싸우면서

점차적으로 무력 충돌에 따른 피해를 내며,

각각의 진영에서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폭력이 점점 거세지는

충분한 이유가 제시된 것이다.


불모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이 세계 속에

배신과 피로 얼룩진 기관 간의 치열한

수싸움과 대결을 그린 작품을 억지로

멜로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누구였을까?


"특기대" 내에서도 암살조직으로 기능하는

"인랑"이라는 별도 조직이 있는데, 누구도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잘 모른다.

(이것만큼은 영화에도 설정을 남겨 두었다.

그러나 원작과는 달리, 이 "인랑"의 두목은 "

통일"이라는 명분을 진심으로 따른다.)


이 부분이 이른바 첩보물 팬이나 밀덕에게

흥미진진함과 관심을 유도하고, 그같이

비밀스럽게 활동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조직이 어떻게 활동을 할지 궁금함을 불러

일으키고, 기대 이상의 차가움을 선사한

것이 커다란 흥행은 거두지 못했지만

원작이 거둔 일관성 있는 방향의

결론이었고 나름의 일체성을 가진

극화의 결말이었다.


그러나 영화 "인랑"은 결과적으로

일체화된 극화로서의 결말을 만들어

내기에는 너무 모자란 서사를 가졌다.

감동을 주어야 할 몇 가지 포인트에서

아무도 감동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왜냐면 동의를 하려야 할 수가 없는데,

극화 속에서 동의하라고 하는 내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1. 근 미래로 잡았는데, 특기 대가

들고 다니는 총은 2차 대전의 독일제

유물이다. 슈트와 총기류 등을

원작의 분위기에 최대한 충실하게

보여주고자 했다면, 평행 현실

세계에 시대를 2차 대전 후로 바꾸는 게

맞았다. 이를테면, 2차 대전 독일 승리,

독일 지배하 한국, 독립 세력과 반독립

세력 구도라든지. 그 무기를 꼭 쓰고

싶었다면, 독일과 연결되어야 했다.

그것이 애니메이션 "인랑"의 핵심이

되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이것 없이는 독일군 군용 헬멧 모양이

나타날 때마다 설명할 내용이 없다.


2. 통일을 반대하는 극단 세력인 섹트도

알고 봤더니 "특기대"와 정치적으로

암투를 주고받고 있는 "공안(원작의

수도경)"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로써 원작과는

다르게 선과 악의 구도를 잡았음에도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통일"의 당위가

그 자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내용

없이, "통일"을 추구하고자 함으로써

강대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으므로

"통일"은 추구해 마땅한 것이다라는

순환 논리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내용이 최소화되어 있는

원작과 대비해서 "영화"는 우리나라

관객이 이미 매우 감정적이고,

"통일"에 대해서는 거의 무조건적인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무리한 믿음을

관객에게 들이밀고, "그렇지? 그렇지?"

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느낌마저

들게 한 것이다.


"밀정"에서 김지운 감독은 "무정부

주의적인 보편적 인도주의"라는 다소

세련되고, 현시대의 관객의 드라이한

이성에 호소하는 주제를 "클리셰"를

신선하게 풀어가면서 전달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과거 시대의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살포하는 개념의 영화를

답습하는 느낌을 주었다. 모호함에서

확실함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촌스러워질 필요는

없었잖는가.


3. 강동원과 한효주의 러브스토리는

한 템포만 연출상 참을 수 있었다면

최소한 원작 수준의 개연성은 줄 수가

있었고, 원작 수준의 개연성 수준이었다면

한효주 배역이 강동원 배역을 죽게 하거나

강동원 배역이 한효주를 죽게 해야

그나마 보는 입장에서는 완결성 있는

스토리로 보일 수가 있는 구조였다.


심지어 한효주의 배역은 원작 속의

순진무구하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모습에서 탈피하여, 직접 "공안"의

김무열 배역의 지시에 따라서

사람도 죽이고, 강동원 배역도

속이고, 이를 후회하다가 다시 고백

하는 변덕스럽고도 짜증 나는 캐릭터로

변화되어 있어서, 관객으로부터

연민을 받지도 못했다.


아파서 치료 받고 있는 동생이

병원에서 나오는데, 그 배우의

이미지도 아픈 이유도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여주인공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캐릭터임에도

효과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작에서는 산채로 늑대에게 뜯어

먹힌 "불쌍한 빨간 두건 소녀"라는

동화를 통해서 복선을 여러 번 깔고

첩보전의 희생자로서의 그녀를

불쌍하게 보이게라도 해주었지만

이 영화는 "한효주의 배역"이

"강동원의 배역"을 이용하려다가

잘 안되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톰과 제리같은 케미를 진지한

로맨스로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임무다. 그래도 그걸

합리화 하려는 인터뷰를 보니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본능적인 사랑이라......


4. 이 여자를 위해서 몸담았던 조직을

등지고서 조직의 두목인 정우성

배역에게 강동원 배역이 반항하고

싸우는 것도 그 때문에 그다지

설득력이 높지 않다.


"죽이라는데 왜 안 죽이는지" 묻는

말에 "죽이고 싶지 않다"라고 반항하는

것은 그저 사춘기 소년이 존경하던

삼촌이나 아버지에게 반기를 든

모습처럼 보일 뿐이다.


차라리 냉정하게 정우성 배역을

죽이거나, 반대로 죽임을 당하는

새로운 결말이었다면 임펙트가

살아날 수도 있으련만, 무슨 일인지

영화는 고집스럽게 모두를 살리려고

영화의 매력을 대신 죽이고 있다.

이 영화가 죽인 것은 영화에 출연하지

않은 이 영화의 관계자들이다.


이 과정에서 여자를 죽여할 이유를

"테러리스트니까 죽여 마땅하다"라고

정우성의 배역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부분은 또 하나의 균열이 되었다.


이전 원작에서 "아직 상대편(수도경,

섹터) 쪽에서 "인랑"이 여자를

잡고 있다고 믿고 있을 이 타이밍에

다시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죽여야

한다고 했던 필연성이 증발되는

동시에 “정의”로운 집단으로 포장

해보려 했던 “인랑”에 대한 시도조차

사라져버린다.

 

동시에 "테러리스트니까 죽여야 한다"면

그것은 꼭 "강동원의 배역"인 임중경이

죽여야만 할 필연성을 갖고 있지 않아

보였다.


따라서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하고 다른 "인랑"이 죽이고

끝나도 되었을 상황에 왜 싸우는지

납득 안 되는 관객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자랑하는

총격씬이나 액션씬은 군데군데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을 찾아서

이곳에 올리면서 이 장면은

참 괜찮았다고 이야기를 하기엔

또한 그 매력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물론, 강동원이 연기한 임중경이

남산 타워나 하수도 공간 등에서

보여준 원작 "인랑"의 수준을

뛰어넘는 액션의 스피디 함과

민첩함, 둔중함을 벗어던진 호쾌함

등은 장점으로도 보인다.


그런데, 이거 왠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무게감 있게 만들었다가

여러 로봇이 방방 뜨는 가벼운 작품으로

바뀌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의

흥행은 확실히 저조해진 "퍼시픽 림 2"가

떠오르려고 한다.


"인랑"은 사실상 안타깝게도 액션과

그래픽의 측면에서도 이야기의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인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저 2~30분짜리 동영상으로

유투브에 남겨지면 좋을 정도란 인상이

남아 있다. 그것만이라면, 볼 가치가 있다.


"밀정"처럼, 뻔하지 않은 작품을

김지운 감독님이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하고, 이 영화도 또한 그런 작품이

될 것이라 믿었었다. 흥행이 아무리

저조했더라도 분명히 무언가 건져갈

내용이 있을 것이다가 남은 기대였다.


그러나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하나하나 다시 확인해보는 시간이

영화를 보는 시간의 거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때문에 실망감이 꽤 크다.


몰론 모두를 성공작으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이야기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다시 놀라움과 더불은 흥행 성공을

거두시기를 바란다. 다만, 일본 애니

원작을 다시 시도하는 것만은, 그것도

실사화에 성공하지 못한 경험이 있었던

작품을 다시 시도하는 것은 정말로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배급 및 제작을 담당한 회사가

무리한 납기로 밀어붙인 통에 치밀한

편집 과정이 생략된 것이 패착의

일부인 것을 근래에 알게 되었다.


230억원의 총제작비를 들이고도

영화의 완전성을 갖추기 위해

기다려줄 수 없는 이 조급함을

“워너 브로스”사가 디씨 히어로물에

이어 여기에서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 애니가 “트렌스포머”와 “올드보이”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실사 영화로써

메인스트림 무비다운 흥행작이 될

확률이 낮았던 것은, 아무래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제외하면 남게될

그 무엇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만, “총몽”을 실사화한 “Alita: Battle

엔젤”에는 한번 더 기대를 해보고 싶다.

https://m.youtube.com/watch?v=1VLo_N8zMp8

다른 사람도 아닌 카메론 감독의 작품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퍼시픽 림 2_업라이징>-절반의 중량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