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U. 는 각성을 마치고 깨달음이 담긴 영화를 만들어 냈다.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글을 읽지 않으시길 바라며,
꼭 영화를 먼저 보시길 권장합니다.
재미있습니다.
잊혀진 언어로 쏟아붓듯이
말하는 촌스럽고 순수한
히어로가 오히려 더 특별하다.
이제는 사라진 표현 방식의 언어가 있다.
순수한 감정을 드러내고,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이야기 하는 날 것 그대로인 감정의 언어.
그것이 원래 사람의 언어이다. 기술적으로
편집을 하여, 세심하게 다듬어 마치 연산을
마친 것처럼 이성적으로 하는 언어가 이
자리를 대체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영화 속 극화의 세계에서 정제되고 계산된
표현은 불가피한 것이다. 슬플 때
울부짖어도 그게 그저 한 씬으로 지나가고 마는 것은 정밀한 계산에 의한 연기와
화면이 그저 수학 공식처럼 뇌리에서
스쳐가기 때문이다.
감정의 언어라고 할만한 것조차 그 행간의
세밀한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시대에, 잊혀진 언어로 쏟아붓듯이 말하는
촌스럽고 순수한 히어로가 오히려 더
특별하다. 그는 별생각 없이 말한다.
그를 주연으로 넣은 것이
신의 한 수다.
"아쿠아맨"의 주연배우 "제이슨 모모아"는
관객에게 잊힌 고대의 언어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하는 순수함 가득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그를 주연으로 넣은 것이
큰 흥행을 만든 신의 한 수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지만, 그의 잠재력은 이 영화에서
엄청나게 발휘되었다. 마블로 치자면,
"토르"급의 매력이 나왔다.
원형적인 영웅의 서사 중에 하나인
(여) 왕이 왕국 밖에서 만든 또 다른 자식이
왕국으로 돌아와 다시 왕이 된다는
스토리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위해
필요한 키로써, 그는 잘 들어맞았고.
관객의 마음을 열었고 따뜻하게 했다.
그동안 디씨 코믹스의 영화에 대해서
일관되게 지적했던 것은 히어로가
뭔가 인간미가 상실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이를 벗어나서 본연의 서사를 확실하게
가지고 순수한 감정을 오버에 가깝게
살포해내는 "원더우먼"의 모습이나
"저스티스 리그"의 최초 포석이었던
"맨 인 스틸"의 "슈퍼맨"의 모습은
확실하게 감동을 가져올 수 있었지만,
나머지 시리즈물은 거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감동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인간미가 사라진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꿈도 희망도
사랑도 없이, 흥행공식에 눌린 배우와
감독의 절망감이 어른거리기만 했다.
물론, "아쿠아맨"에는 "워너 브로스"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었다 싶을 정도로
모두 쏟아부은 듯한 영상기술과 이전
성공작의 포인트를 적절하게 믹스한
영리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해상 생물들과 교감하는
"아쿠아맨"의 모습에서 "아바타"의
느낌도 떠올릴 수 있고, 사막을 미녀와
함께 돌아다니며, 퍼즐을 맞춰서 비밀을
풀고 유물을 찾는 "인디아나 존스"의
어드벤처물도 떠올릴 수 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처럼 아틀란티스로
돌아가버린 여왕을 아내로서 그리워하며
2~3십여 년간 매일같이 기다린
"아쿠아맨"의 아버지의 모습에 애처로움도 느끼게 된다.
"와치맨"에서는 순수한 B급 히어로인
"나이트 아울"을 연기했던 배우 '패트릭
윌슨'이 오션 마스터가 되려는 야망을
지닌 왕 "옴" 역할을 맡았다. 그의 캐스팅엔
"와치맨"의 감독이었던 "잭 스나이더"의
영향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악당 연기도 정말 기계적이다라고
느낄 정도로 정밀하게 연기하며, "제이슨
모모아"의 "아쿠아맨"과 확연한 각을
세웠다. 사실 정당성을 가진 왕이고
아틀란티스를 위해 집단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나름의 대의는 있었지만,
그는 이 영화 속에서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계산적이며,
감정마저 컨트롤하며, 용서라는 것을
모르는 무자비한 존재를 연기"하여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순수하며,
감정을 컨트롤할 줄 모르고 인정에
치우치며 별생각 없이 착하고 힘만 센
인간적인 존재를 연기"하는
"제이슨 모모아"의 "아쿠아맨"의 매력을
확실하게 상승시켰다. 그는 두 번째의
관객의 마음을 연 키였다.
"앰버 허드"와 "니콜 키드먼" 두 배우의
매력이 영화 속에서 "아쿠아맨" 못지
않은 무력과 능력,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어필된 것도 세 번째의 키였다.
그리고 그다음의 2가지의 영화적 장치
같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 두 배우와
양념 격의 한국 배우 1인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윌리엄 데포"는 연기력과 독특한
외모 양쪽에서 자기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한 배우이다. 그는 원래 소니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이중인격을
가진 악당 "고블린"역을 제대로 소화한
것으로 유명한 배우였다.
이 영화에서는 신념을 가지고 "아쿠아맨"을
왕좌로 불러들이는 지능적인 참모 역할을
소화하며 그 어떤 배역에도 자신을 맞추는
배우임을 다시 증명했다.
해적으로부터 "블랙 만타"라는 "빌런"으로
"아쿠아맨"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생각에 복수심에 휩싸인 채 등장한 "야히아
압둘 마틴 2세"도 연기력을 증명했다.
아틀란티스인이 "아쿠아맨"과 싸우도록
전달한 무기를 개조하는 장면에서
마치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슈트를
개조하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하여, 일부
무기 공학자 같은 이미지로 매력도를
높였다.
그리고 한국계 배우 "랜들 박"은 마블
영화인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FBI 반장
역할을 하더니 이번에는 디씨 영화에
와서 아틀란티스 대륙의 비밀을 대중에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스티븐 신"박사 역할을
연기했다.
”옴”의 명령에 따라 해양 쓰레기를
해안가로 몰아놓으면서 강력한
쓰나미로 지상을 공격한 것에 대해
유일하게 아틀란티스의 공격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과학자로도 어울렸다.
이 배우가 가진 매력도가 증명된 것이지만,
재미있는 것은 "앤트맨과 와스프"란
영화에서 디씨 영화의 "로렌스 피시번"을
마블이 채용했듯이, 디씨도 적진에서
배우를 중복 캐스팅해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흥행
경쟁자라기보단 시소게임을 즐기는
협업 관계는 아닐까?
배우의 연기로 감동을 풀어내려 했지만,
훌륭한 영상의 비중 또한 크다.
마블의 어떤 시리즈에서도 보지 못한
영상의 신기원이 나왔다 싶을 정도다.
"제임스 완" 감독은 "잭 스나이더"가
이미 촬영 진행했던 부분을 많이 그대로
영화에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잭의 천재적인 영상만으로는
이전에 안타깝게도 전작 "배댓슈"를 크게
흥행시키지는 못했었다.
그렇다면 "아쿠아맨"의 성공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인간답게 행동하는
캐릭터가 제대로 된 서사와 더불어 등장하게끔 만든" 감독과 배우들로부터
나온 것이 분명하다. 저조한 흥행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각성한 뒤에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극 외의 "빌런"역할을 충실히 해온 "
워너 브로스"의 경영진도 깨달은 바가 있어
쓸데없는 간섭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전에 최고로 평가 받던 "원더우먼"보다도
이 영화는 더 높은 평가를 받고 큰 흥행을
이룰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후 작품이 계속 이렇게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생긴다. "인피니티 워"에서
마블은 또 한 번 최고점을 찍었다.
이제부터는 디씨가 그 고점을 향해
질주해도 좋은 타이밍이 아닐까?
다만, 하나 확실한 건 Justice League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닌 "아쿠아맨 2"편으로
이어지는 쿠키 영상이 끝에 나온 걸로 보아
재결성이 이뤄지는 영화는 나중에 숨을
고르고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원래 했어야 했던 순서였다.
조급함을 버리고 멀리 내다보면서
바로 지금 잘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자세. “아쿠아맨”의 이런 자세가
디씨의 히어로물 전체에 흐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