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문명에서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어렵다.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지나쳐 가 주세요.
이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그곳은 다행히도 몇 시간 정도는
모바일 문명이 미치는 영향권을
공중에서나마 벗어난 비행기
안이었다.
만약 극장 안에서 영화를 보았다면,
결국에는 해피엔딩인 이 영화가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서스펜스를 유지하면서 잘
만들어졌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았기 때문인지
내게 다가온 것은 우리의 삶이
모바일 문명 안에서는 흔적 하나
제대로 지우지 못하고 사는
감옥 속의 일상과도 같다는
메시지였다.
한국계 배우인 존 조가 나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 같은
중년의 한국인이 이 영화를
고르는 것은 크게 낯설지 않은
경로다.
더구나 행방불명된 딸아이를
찾아가는 영화 속의 긴장되고도
나름 절망적인 상황은 아이가 있는
아빠로서의 부성을 적절히
자극한다.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딸아이. 어머니의 부재와 더불어
어딘가로 엇 나가기 충분한
배경 속에서 우리가 익히 알 듯이
SNS의 세계에 속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이 마치 딸아이를
덮치 듯이 다가선 정황이
여러 개의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
드러난다.
맥북의 스크린을 배경 화면으로
애플의 페이스 타임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전달되고, 국내에서도
유명한 여러 SNS 서비스의 익숙한
이름이 나타났다.
딸아이는 잠시 노출을 하는 불량
청소년은 아닐까라는 의혹을
드러내기도 했다가, 피아노 학원에
냈어야 할 대금을 돈세탁하듯이
가상의 계좌를 만들어 빼돌린
비행을 저질렀음을 알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돈을 빼앗기기도
목숨을 잃은 사람으로 조작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구글 검색과 맥북 컴퓨터, 애플
페이스북은 키워드 검색을 통한
능수능란함과 더불어 사건을
해결해 내는 일반인의 기재로
나타났다.
수사 기관에서 나온 경찰이
사실은 그 경찰의 아들이 저지른
잘못을 드러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이른바 공권력의 이미지를
사용한 범죄자였음에도, 이를
일반인에 직장도 제대로 갖지
못한 남자가 간파하고 궁극적으로
이기게끔 만든 것은 이 세 가지 기재가
가진 나름의 파워풀한 "검색 능력"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실제 이 한국계
배우가 아니라, 모바일 문명 하에서
키워드와 개인 정보를 취합해서
추적한다면, 그 어떤 의혹도 사적인
개인이 밝혀낼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드러내 주는 "모바일 검색"의 촘촘한
기능이다.
일일이 나오는 커서를 움직이고
적절한 키워드와 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마치
구글과 애플, SNS를 어떻게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교육하는 매뉴얼처럼 보였다.
딸아이는 기적적으로 돌아오고
아버지는 끈질기게 자신이 가진
작은 능력이나마 치밀하게 사용해서
딸을 살려낸 나름의 소시민 영웅으로
그려지기는 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 영화는 이 과정에서
휴머니즘보다는 모바일 문명의 무서움과
더불은 공포 마케팅을 우리에게 은연중에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정보는 이제 구글과 애플과 SNS의
손에 확실하게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나 바꿔서 MS가 되었든
카카오톡이 되었든, 어찌 되었든
우린 확실하게 통제받고 있다.
그걸 잊지 말고, 또한 누군가를 찾기
어려울 경우, 모바일 기재를 최대한
활용해서 찾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이런 캠페인도 느껴질 정도다.
제작비의 적지 않은 부분을 이 영화
제작사는 모바일 문명의 대표 키워드가
되는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