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와 슬럼독 밀리네어, 파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어 주다
“The extraordirary journey of the Fakir”
가 원 제목이다. "파키어의 특별한 여행".
그런데 왜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이라는
긴 문장이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영화에는
제목의 긴 수식어로 들어가 있는 것일까?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추측컨대
흥행을 위한 프로모션을 저비용
고효율적으로 다양하게 하는 중에,
우리나라 사람에게 잘 알려진
"이케아"의 명칭을 사용하면
익숙함을 배가시키면서 PPL도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 더 중요한
옷장은 이케아의 옷장이 아니라
여배우의 옷을 담는 대형 옷 박스다.
그러나 이 인도풍 영화의 주인공
이름을 “파이 이야기”처럼 사용했다면
생소한 느낌을 주니까, “이케아”를
앞에 넣었으리라. 흥행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다른 무비 패스 시사회에 비교해서
이 시사회에는 미리 지정된 좌석 없이
먼저 오는 순서대로 좌석을 받게끔
되어 있어서, 상영 직전에 도착하니
남은 자리는 앞 쪽 2줄밖에 없었다.
2번째 줄을 택해서 들어갔는데,
롯데시네마의 차별화된 선택을
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맨 앞 줄에
다리를 올려놓을 수 있는 보조 의자를
하나씩 더 배치해 두어서 맨 앞 줄에
앉은 관객의 설움을 특별한 대우로
바꿔 놓았다. 표 값도 같게 했겠지만.
오히려 이케아와 연관된 마케팅으로
이 보조 의자가 이케아 제품이었다면
효과가 더 확실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롯데시네마가 앞 줄의 관객에게
설움을 느끼지 않게끔 한 역발상적인
맨 앞좌석 프리미엄 부여 전략에 공감했다.
이 영화도 현실 속의 앞 좌석,
가난하고, 여유롭지 못해 제 시간보다
일찍 기회를 잡지 못해서 불편함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스토리를 갖고 있었기에
왠지 유사한 연결성이 느껴졌다.
암튼 이건 비약이 심한 연상이지만.
영화의 초반부에서 펼쳐지는 과거 회상
방식의 스토리는 "슬럼독 밀리네어"와
"파이 이야기"의 초반부 내용을 떠올리게
현재 시점에서는 번듯한 선생으로
범죄를 저지른 아이를 계도하는 중에
자신의 인생의 성공 및 성장 스토리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물론, "파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주인공이 모든 것을
잃은 상태로부터 시작하는 것에서는
유사한 느낌을 갖게 만들어 준다.
프랑스 남자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아버지와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을
프랑스에 찾아가 아버지를 찾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자신의 가난함을 알고, 이를 비참하게
인식하던 소년은 사기꾼에 소매치기를
하는 밑바닥의 삶을 전전긍긍하다가,
자신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꿈에 그리던
프랑스행 비행기를 위조 여권과
위조지폐를 들고 타게 된다.
이 전반부까지의 스토리는 적지 않은
인도를 배경으로 한 현대물에서
종종 나타나는 내용이고, 가난하고
위태로운 삶에서 꿈을 잃지 않고
살고 있는 적지 않은 사람이 공감하는
스토리로써 적합하다.
그러나 한 가지의 변주가 다름 아닌
"옷장"에서 나온다. 언제라도 프랑스에
도착한다면 꼭 가보고 싶었던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 도착한 뒤에
이 인도 청년은 미국에서 온 백인 여자와
첫눈에 반한다.
부부라도 된 것처럼 서로 역할 놀이를
하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고,
사랑을 꽃피우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이 부분은 이제 제대로 이 영화가
판타지 장르의 영화라는 신호를
보여주었다.
원작 소설에선 이 장면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지 살짝 궁금했다.
청년은 그다음 날에 그 여자와 만날 약속을
하고, 그녀 역시 집에 돌아와서 같이 사는
친구에게 새로운 남자를 만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한순간 그 둘이 한눈에 반했다는 것.
그리고 그 여자는 결혼식 전에 도망친
전적이 있는 독특한 연애관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부연이 나오지만,
현실 속에서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 마치 양념처럼 나타났다.
그날 밤 적당히 묶을 숙소가 없었던
남자가 잠을 청했던 곳은 낮에 들렸던
가구 매장 안의 옷장 속이었고,
이 안에서 잠을 자던 중에 영국으로
매장 속의 가구가 트럭에 실려 이동하면서
그는 트럭 안의 몇몇의 불법 이민자와 함께
영국 경찰에게 붙잡히게 된다.
장면 장면 실제로는 차갑고 냉정한
처분을 당할 수밖에 없었을 그가
겪은 상황은 코믹하게 그려지거나
인도인이 주연이 되는 영화의
특징 인양, 보다 낙관적인 내용으로
버무려지기 일수다.
그리고 인도 영화의 특징 인양
갑작스러운 군무가 잡혀 있던 곳의
제복을 입은 영국인 세관원에
의해서 노래와 더불어 나오게 되는데
갑작스럽게 별다른 맥락 없이 춤과
노래가 나오는 장면은 "슬럼독
밀리네어" 이후 오랜만에 본 것이라
뜬금없었음에도 재미있었다.
그 뒤에 다시 스페인으로 강제
추방당하고 스페인 공항에
탈출하는 과정에서 여배우의
옷상자 속에 들어간 장면은
한번 더 주인공이 "옷장"속에
들어간 변주를 낳는다.
어쩌면, "옷장"이나 "옷"이라는
소재가 중요한 상징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은 꼭
"이케아"였을 필요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인공은 무언가
깨달음을 하나 얻게 되는데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주인공의 소년 시절 범죄를 저지르고
인도에서 감옥에 갇혔을 때, 감옥
바깥에서 벽돌을 빼고 손을 내민
노인이 소년에게 바깥 풍경을 이야기
해주면서 위로를 계속해주었었는데,
감옥으로부터 나와서 찾아가서 본
그 노인은 구걸 중인 장님이었다.
이것이 이 영화가 주려하는 가장
큰 메시지였다. 그 외의 스토리는
그저 즐거운 유희를 위해 펼쳐지는
판타지였고. 이것이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었음이 분명했다.
그 이야기를 적을 곳이 마땅히
없었던 주인공은 이를 자신이
입고 있던 옷 위에 적게 되고,
여배우의 숙소에 옷상자 속에
들어간 채로 왔던 주인공은
상자 밖으로 나오려다가
여배우에게 위협을 당한다.
이용한 여배우의 기지로 얻게 된
삶을 찾아보려 열기구에 올라탄 뒤에,
나이트클럽에서 정열적인
게다리 춤을 추어서 발리우드적인
감성을 흥건히 영화에 뿌리기도 했다.
여차저차 10만 유로라는 큰돈을
여배우의 전남편의 경쟁 심리를
이용한 여배우의 기지로 얻게 된
주인공은 이 돈을 갖고 새로운
삶을 찾아보려 열기구에 올라탄 뒤에,
망망대해에서 추락하다 해적선
비슷한 배에 떨어져 이번에는
리비아로 가게 된다.
돈을 그 배의 두목에게 빼앗겼던
주인공은 마침 내린 곳에서 우연히
영국에서 같이 붙잡혔던 소말리아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다시 돈가방을 찾는다.
그 돈가방 안의 돈을 2 천유로라고
속이며, 적은 사례금만을 주려했던
주인공이 리비아의 난민촌에서
그를 도왔던 사람을 포함한 수많은
난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10만 유로를
모두에게 나눠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판타지스러운 부분이자, 하이라이트다.
수많은 사람의 꿈을 위해 나눠줄 수 있는
상상이 만든 이야기뿐만 아니라 돈
그 자체도 기쁨에 겨워 나눠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적인
스토리인지를 떠올려보게 한다.
장님 걸인 노인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실천하는 장면이 나오고, 다시 프랑스로
찾아가 이미 다른 연인을 찾은 미국인
여자와의 슬픈 조우를 한 뒤에 그는
자신 또는 수많은 인도인이 갖고 있을
해외에 대한 판타지를 벗어나 다시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것들,
곧, 이야기와 교육적인 교훈을
가르쳐주는 선생이 되었다.
백인 여성도 그를 찾아와 사랑도
얻게 되고, 어머니의 유골이 담긴 함도
다니는 학생이 될지를 선택해야 하는
3명의 아이들과의 대화는 교훈적이기
날고 날아 그 무덤 가에 도착하는
장면은 "포레스트 검프"의 마지막
장면에서 정처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깃털 장면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인생의 불가해함을
설명하는 장면이었기에.
그리고 면담을 하던 감옥에서
4년을 보내든지 매일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될지를 선택해야 하는
3명의 아이들과의 대화는 교훈적이기
그지없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된 이 영화의
원작의 스토리는 이 영화처럼
극적이지는 않다고 영화가 끝난
후 GV 시간의 진행자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실제 원작과 영화 간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영화는
관객을 몰입시켰고, 웃음을
유발했으며, 핵심 메시지는
잘 전달되었다.
물론, 여기 이곳 우리나라도
여배우의 옷장이든 이케아든
우리가 실제 살고 있는 곳은
불행과 도전, 예측할 수 없는 난관,
수많은 난수로 가득한 곳이다.
내 글은 아주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왜 쓰는 것일까?
여배우의 옷장이든 이케아
옷장이든 작고 협소한 곳에
갇혀서 살고 있더라도
그 갇힌 공간 속에서도 나는
머릿속에서 남에게 나눠줄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력의 힘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자세가
진실을 다시 깨닫게 해 주는지도 모른다.
이야기와 더불어 나에게는 의미 있는
공간이 이곳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뻔한 영화이기도 했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더 수준
표현했고 잘 던졌다.
뻔한 부분은 그저 장치로
넘어가 주면 되고, 웃음과
깨달음만 가져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