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Sep 07. 2019

<엑시트>-재난 영화의 다른 출구

재난과 가족, 멜로물의 공식을 약간 뒤틀면서 벗어나, 흥행 성공에 이르다

스포일러가 진부하게도 들어 있습니다.


거의 천만 관객을 돌파하기 직전의

이 영화를 때마침(?) 간헐적인 비를

동반한 태풍이 몰아치는 오늘 보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칭찬을 했으므로, 보지 않으려 했지만

마치 재난처럼 이 외의 다른 영화는

관심을 갖기도 어려웠고, 집 근처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단 4개의 영화

중에 가장 준수했으므로 보게 되었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동네 백수에 대학 생활을 취업과

크게 상관없는 락 클라이밍 동호회에

바쳤던 주인공이 그를 박대했던 가족과

짝사랑했던 여자 그리고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도 구하면서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끝나지는 않는 미덕도 있다.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것도 없다.

그러나 왜 이영화가 관객을

사로잡고, 좋은 입소문을 받아

엄청난 흥행을 했는지는 각각의

디테일과 현시대의 한국을

돌아보지 않고는 잘 알 수 없다.


재난 영화가 주로 취해온 공식은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이에 더불은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 성의 스토리,

영웅과 더불은 사랑, 눈부신 휴머니즘,

주연급의 인물의 안타까운 죽음이나

희생이 더불은 내용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공식을

하나하나 잘 비틀어 비껴 나갔다.

이전의 재난 영화가 취하던 방법을

하나씩 벗어나면서 이전에 나오지

않았던 재난 영화의 매력을 펼쳤다.


주인공은 이른바 돈을 들여서

운동을 하는 곳에서 열심히

근육을 장식물처럼 키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5년 전 자신의 마음을

앗아간 짝사랑녀와 같이

산악등반 동아리에서 만든

취미를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동네 놀이터에서

철봉 위에 매달려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멋진 철봉 운동 연기와 근육이 나오지만, 낙차 큰 개그로 연결된다.

이 모습에 경탄하고 칭찬을

남겨주는 것은 동네 놀이터에서

소일하시거나 하릴없이 앉아

계시는 할머니들 뿐이고,


동네 아이들은 선망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지만, 그들 중에

하나인 조카는 "동네 바보

아저씨"로 보일 뿐인 삼촌이

부끄럽다.


이력서는 내는 족족 떨어지고

취미는 돈 버는 일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이 취한 "재난"이

등장한다. 이부터가 재난인

스토리가 나온다.


지진 같은 재난 뉴스조차

발등에 떨어진 불인 취업난보다

커다란 재난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에게 칠순 잔치 후에 펼쳐지는

"독가스"살포의 재난은 코너에

몰려 비틀린 인생에 그가

몰입했던 취미로부터 단련된

근육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기 자신의 재난으로부터

가족의 재난으로 이와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처한

재난으로 연결되는 상황이

기존의 재난 영화와는 다른

스토리를 제공한다.


독가스를 도시에 살포하는

장면도 끔찍하긴 하지만

정확한 동기가 파악되지 않는

우발적인 범행처럼 그려지고

있기에,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그려내는 무거움은

그다지 크게 지니고 있지 않다.

 

물론, 이 안에서 재난 상황 본부에서

방송국에 뉴스거리를 팔아치우는

자기 실속에 눈이 팔린 사람이

하나 나오고, 자신의 욕망과

안위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점장이 하나 나오지만, 주인공과

대극에 서서 상황을 꼬이게 하는

답답한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


주인공은 엄청난 영웅이라기 보단

앞 뒤 가리지 않고, 자신이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내어 상황에

맞춰 자신을 앞으로 내던지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초지일관 나오면서도,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우리네의

보편적인 정서에 호응하는 생활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다만, 그는 그런 행동을 통해서

가족을 구하고 연인을 구하며

나중에는 그렇게 구한 것에 대해

인정받고, 보상받기를 원하기보다는

어머니를 등에 업고, 짝녀의 애프터

신청조차도 어리숙하게 못 알아듣기도

하는 어리숙한 순수함을 보여주어

관객 대다수로부터의 호감을

잃지 않는다.


스케일을 도심에 독가스가 퍼지는

상황으로 한정함으로써,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재난에 처한

사람들의 공포와 재난에 의한

피해가 확산이 되고 있는 상황을

일일이 찍을 필요는 없게 했다.

가스로 사람과 도로 풍경이 모두 가려져 있다. 재난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이 엿보인다. 때문에 배우의 연기력이 더 중요해진다.

그럼으로써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두 주인공 배역. 조정석과 임윤아

두 사람에게 포커스를 집중시키고

먼저 떠나서 원거리에서 조정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가족과 두 주인공

사이의 씬을 중심에 둠으로써

온갖 재난의 상황을 큰 스케일로

묘사하려다간 분산될 수 있었을

상황을 집중화시켰다.


그 집중된 스크린에서 개그를

동반한 스릴감 넘치는 록 클라이밍

씬들을 배치하면서, 관객의 시선이

저 독가스 연기 아래의 공간은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면서, 그 윗 공간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 CG 등에 기대일

상황을 최소화하고, 주연 또는 대역의

단련된 근육을 사용하는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끔 끌어갔다.


어쩌면, 손익분기는 천만의 몇 분의

일인지도 모를 만큼 높지 않았을 것

같다. 건물의 옥상 세트를 주로

갖추고, 중간층 이상의 높이의

세트 몇 개 정도만 추리면 되었을 테니

그런 가운데서도 흥행을 높일 수

있었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우들, 특히나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었다.

이 두사람의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 씬들이 꽤 많이 나온다.

조정석도 오두방정과 단순함

순진함과 강직함, 용기를 보여주면서

다채로운 연기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는 동시에 단련된 근육을

사용해서 록 클라이밍 하듯

건물을 타올라가고 건물 사이를

뛰어넘어, 현실감을 더했다.


"건축학 개론"에서도 보여주었던

개그 연기의 감각은 여기에서도

변함없이 잘 이어져서, 하의는

팬티만 입고서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 같은 연기라든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면서도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눈 아래의 빨간 기운을 보여주는 등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참 연기력

좋구나란 감탄을 낳을 정도로

배역의 매력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그 외의 누가 또 이 정도로 해낼 수

있었을까 싶다. 근육이나 암벽 타기는

훈련의 영역이 되겠지만, 개그 연기는

그가 타고난 기질과 오랜 시간의

삶의 환경이 형성시킨 것이다.

그가 독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런 영화에서는 그를 대체할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가 없다.  


소녀시대의 "윤아"가 걸그룹 출신

배우에 대한 우려를 뛰어넘어서

조정식의 상대역으로서 손색이

없는, 이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얼굴과 인상이

망가지는 울음과 짜증, 원망과 배려를

오가는 다채로운 연기를 해냄으로써

연기력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초반부에 독가스를 들이마신 역할을 한 김지영 씨를 제외하고 조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었다.

기타 쟁쟁한 연기력의 조연급

배우가 보여준 재난 이전과 이후의

연기도 이 영화에서 이뤄진 재난을

넘어선 주인공의 무사 귀환을

관객도 기쁘게 느끼도록 이끌어준

중요한 요소다.


중요 배역 중에 관객의 흥분도와

눈물을 쥐어짜기 위해서 희생하며

목숨을 잃거나 아쉬운 상황에서

실족하거나 한 사람이 없었기에

관객의 심적 부담감은 적었다.


대신, 신파성의 연기랄 수 있는

부분은 재난 영화에서 잘 나오지

않는 것이지만, 각각의 어려운

상황에 마딱뜨렸을 때, 아노미에

빠진 것처럼 울어 젖히는 두

주연 배우의 모습이었다.


정말로 재난의 상황에 처한다면

이전의 재난의 영화 속의 수많은

주인공처럼 의연하게 앞에 벌어진

일에만 집중하면서 진지하게

장애와 위험만을 돌파하게 될까?


이런 질문이 제작 스태프, 감독,

시나리오 작가에게는 공통적으로

있었을 것 같다. 진짜 자신에게

닥친 재난 앞에서 인간은 울고 불며

혼돈에 빠지면서 당황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을

어떻게 억누르고 돌파하는가

이것을 그려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재난 영화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차이 같다.


방송사의 드론이 주인공들이

계속 달려가는 모습을 촬영한다든지

상황을 모바일 개별 방송으로 보고,

자신의 드론을 보낸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막다른 상황에서 살아날

활로를 찾게 된다든지, 이런 상황은

아직 이전의 재난 영화가 영화 속

현실로 가져오지 못했던 첨단 기술이

나온 나름 앞 서 간 영상이다.


또한 피시방에서 이 재난과는

상관없이 게임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이 재난 속의 주인공이 살기 위해

이동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던지,

모바일 방송을 하고 있던 BJ들이

모두 이 재난 방송에 집중해서

이 내용만으로 도배를 한다든지

깨알같이 지금 이 시간 현실 속의

모습을 영화 속에 나오게끔 했다.


이런 디테일도 이 영화가 또한 이전의

재난 영화와는 다른 점이다.


쿠키 영상도 봐야 한다. 왜 두 사람이

추락했지만 살아남았는지를 설명하는

한 컷 때문만이라도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파이더맨_파 프롬 홈>-적에게 대응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