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과도 같은 계율로부터 파계당한 자의 끝이 나지 않는 사투를 그리다
스포일러를 쓴다고 글 쓰는 세계에서
파계당하지 않는 것은 다행입니다.
이 영화의 흥행이 어떠했을지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아주 잘 되었을 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형편없었을 리도
없었을 것 같고, 그 정도다.
스토리의 참신성으로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내용의 중심에는 빈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액션이 이어질
이유와 이 암살자 조직의 역사와
네트워크가 길고도 방대하다는 나름
심오하고 규모가 큰 적의 존재감을
계속 나열하지만, 그 이상의 궁금증은
유발하지 못하고, 안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는 이미지의
향연, 여러 영화로부터 특징적인
액션을 모아 가지고 와서 좀 더
독특한 씬으로 향상해 선사하는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 감독의 핵심 역량이 "액션"에
있으므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방식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연기는 "키아누 리브스"와
"로렌스 피시번"이
"매트릭스"를 은근슬쩍 떠올리도록
중간중간해주면 되고, 매 회마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액션 히로인"이
등장하며, 적의 수준도 점점 높아지지만
"부기맨"의 압도적인 능력을 빛내 주는
선에서 적당히 멈춰준다.
액션의 강도가 높아지고, 씬의
복잡성의 정도도 높아지며,
이야기의 배경도 점점 더 넓게
확장되어 가는 "물량 확대"에
전통적이다 싶을 정도로 고지식하게
무게를 두었다. 덕분에 이전 작품이
가볍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다만, 밝혀지고 있는 적의 정체가
하나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너무도
뻔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허탈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어서
이제는 더 이상 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뻔하기 때문이다."
여러 영화가 중첩되어 떠오르고
이미 감독이 공표했듯이, "악녀"의
오토바이 검술 격투씬이 오마주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라는 한국 영화의
빗속 격투씬이 오마주 된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잔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빗 속에서의 격투씬은 여러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듯이 더 격렬하고 처참하다.
그만큼 더 디테일은 숨겨지지만,
상대와의 싸움이 더 힘겨운
것으로 그려질 수 있기에,
배우들 역시 더 힘들어지겠지만,
종종 활용되고는 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역시 잘 쓰였다.
총도 몇 방 맞고, 여기저기 상처 난
"존 윅"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인상은 제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말을 타고 진행한 격투씬은
나름의 백미를 선사하고,
도서관이든 어디든 상관없이
주어 든 무기를 활용하는
"제이슨 본"을 넘어서는
잡동사니 무기 활용법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연속되는 이 이미지의
중첩과 허세 섞인 액션의 연속.
밝혀지는 암살자 집단의 "위원"이
하나하나 그다지 위협적이거나
강력해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예상할 수 없는 반전이나
오마주를 벗어나 이를 넘어서는
착상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존 윅"시리즈는 마치
한국 영화 "달콤한 인생"이
그리고 있는 자신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조직에 대해서 반기를
들고일어나 그 조직을 궤멸시키는
스토리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했다.
대다수의 사람이 속한 것은 일종의
조직이다. 그 안에서 아무리 조직
문화가 종교집단을 넘어설 만큼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관료제의
폐해와 상방에서 하방을 무신경한
방식으로 통제하는 경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조직을
통제하고자 하는 자는 조직의 존속을
위해선 조직 내의 질서를 어지럽힐
자들을 그대로 놓아둘 수가 없다.
그곳에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의심이
있고, 그 의심으로 인해 만들어진
규정에 의한 규제와 억울함을
알아주지 않고 집행되는 처벌과
퇴출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조직의 구석 어딘가에는
소시오패스가 숨어 있고,
사이코패스가 활개 치며,
기타 반사회적인 파괴자가
즐비하게 있다. 그들을 막기 위한
규제와 규정이 억울하게도
충실히 조직을 따르고자 하는
선량한 조직원을 덮치는 것이
이 현실 속의 일상다반사다.
그래서 그 일상다반사가
특히나 많은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관객은 "존 윅"에, 잠시겠지만,
열광하는 것이다. "내 개를 건드린
놈에게 복수해 줘", "나의 의리를
배신한 자에게 복수해 줘", "내
존재감을 망가뜨린 자에게 복수해 줘"
라는 외침에 철저하게 호응하는
이 복수극은 결국에는 관객이
이뤄내지 못할 일상 속의 전복,
즉, "혁명"을 상상 속에서나마
가능하게 만든다. 결국, "매트릭스
_레볼루션"의 주제는 어느 정도
"존 윅 3_파라벨룸"에서도 이뤄진
듯하다. "일상생활 속의 혁명"이다.
그게 "매트릭스"란 영화 속의
유일자인 "The One"였던
"키아누 리브스"에게는 꽤
자연스럽다. 그는 한 때, 인류와
기계의 공존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인류를 지켜낸 거의
"신적인 존재"를 연기해냈다.
그가 글로벌적인 "암살자 조직"
이란 좀 더 작은 스케일 안에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절대적인
강자를 연기한다고 해서 어색함을
느낄 관객은 적어도 내 연배
내에서는 없다.
젊었을 때의 성공을 밑천 삼아
그는 앞으로도 이렇게 잘 살아갈
것 같다. 영화 판에서 파계당하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평범하게 화려하고도
가십으로 뒤범벅되어 있는
할리우드 배우의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외 따로 있는 이미지를 유지한다.
이것이 그를 기용해서 "파계"당하고
속해 있던 조직과 싸우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어필하는데 또한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최민수"라는 배우가
"아웃사이더"로 자신의 이미지를
독보적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처럼,
"자기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 방향을 잡고, 나쁜 이미지로
인식된다면, 그만큼 생존에 어려운
난관을 만나게 되겠지만, "키아누"라는
배우는 확실하게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것은 남과 같기
때문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이다."
라는 것을 말이다.
남에게 확실한 피해를 주지 않는
“남다름”과 “자기 자신 다움”은
혹 신경을 거슬릴 수는 있겠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막아서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인공지능이 몰개성 한
사람들의 모든 패턴을 읽어서
다 카피하는 순간을 늦추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