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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05. 2019

<캡티브 스테이트>-지구 독립지사

지구가 외계인에게 강제 점령당한다면, 누가 제대로 저항할 것인가

스포일러를 쓰지 않고서는 

이 영화를 칭찬할 수가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구가 외계인의

침공을 받아 점령당하고, 

지구의 레지스탕스가 외계인에

맞서 전쟁을 치르는 스토리를

볼 때마다, 일본군 점령 하의

인고의 세월을 보낸 우리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V"는 내 또래의 아이들의 마음을

홀딱 뺏어간 자극적이고도 나름

감동적인 레지스탕스 스토리였다.


초록색의 파충류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하고, 잘생기고 이쁜 저항군이

피부 껍데기를 걸친 채로 잘생기고

이쁜 척만 하는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왜 그리 매 편마다

재미있었는지. 


이 영화는 "V"에서 나온 자극적인

스토리는 최대한 배제하고, 외계인의

모습이 나타나는 장면도 최소화했다.

더구나 외계인과 정면으로 붙어

싸우는 장면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포스터에 비해서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기대 안 해야 재미있다.


이 물체가 지구 상공을 지배함과 동시에 지구는 외계인에게 통제당하기 시작한다.


다만 어느 순간 지구 상공에 나타난

암석 형태의 수많은 UFO가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이며, 지구를 정복한

상황이 나오고, 국가 행정 체계가

모두 이 외계인에게 통제당하는 

상황을 매우 드라이하게 그린다.

오히려 이 장면 속에서 우린 적의

압도적인 무력을 실감하게 된다.


지구의 기술력 뛰어넘은 대형 로봇이 강가에 서 있지만, 지구인의 삶은 피폐해진다. 철도 깔아줬다고 우리가 일본에게 고마워하지 않는 이유가 잘 설명된다. 우릴 위해 깐 게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일순 불끈하는 감동에 휩싸이게 된다.

이곳에는 치밀해 보이지 않지만,

매우 치밀하게 계획된 희생과

인류의 독립을 위해서 이미 

목숨을 버리기를 각오한 수많은

사람의 모습이 한 번에 나타난다.


그것들을 치밀하게 숨기고,

"위악"을 보이며, 막판까지

최대한 자제력을 보인 연출과

이미 최고조에 달한 "존 굿맨"의

이미 이름 때문에 노출된 반전

연기력도 대단하고 "베라 파미가"가

선사한 깊이 있는 연기도 백미다.


이 둘의 연기력은 짧지만 매우 감동적인 울림을 준다.


아무것도 모른 체, "외계인"과

"독립 저항군" 양쪽으로부터 

이용당한 "애슈턴 샌더스"의

연기는 사실적이었다는 측면에서

박수를 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시를 당하고, 사랑하는 형을 살리기 위해 저항군을 배신하나, 결과적으로 저항군을 도운 역할로 나온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인류가 다른 

인류를 구하기 위해 어떤 희생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아주 숭고한

상상력이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에 빼앗긴

정치적이고도 행정적인 주권.

이로 인해 추락한 경제적인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외계인의 정복이 지구인에게

재앙인 것은 오로지 경제적인

침탈과 통제, 인적 자원의 

강제 동원, 문화의 금지와 

제한으로만 나타나는 

식민지 국가에 대한 강대국의

몰이해적인 처신으로 요약되어

나타난다.


유럽인들은 로마의 정복이

수많은 유럽 국가에게 일종의

축복이 되었다고 이해하기도 한다.


그것은 절정기의 로마 문명이 가진 

다민족과 다문화,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는 문화적 관용성과

이미 역사적으로 그리스나 

에투루리아 등의 주변 국가의 

문명과 문화를 흡수하며 체득한

정말로 앞서 나간 문명과 문화의

현지화가 제대로 이뤄졌기에 

나온 평가다. 


로마는 그 어느 국가보다 현지화에 

더 충실했었고, 식민지 국가의

국민을 로마 시민화 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해당 국가의

국민이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했고, 심지어 중앙 정부에 진출할

기회까지 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민지를 가졌던

일본뿐만이 아닌 구유럽 제국과

심지어 미국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의 문명과 문화, 인종, 경제력,

군사력에 대한 압도적인 우월성을

내세우며, 식민국가의 문명과 문화,

경제, 정치, 국민을 침탈해서

자기 국가의 부와 권력, 명예를

높이는 데에 보다 최선을 다했었다.


부와 명예, 권력을 대다수의 식민

국가의 국민이 잃었을뿐더러, 

열등 국민으로 치부되며 명확한

차별을 당하고, 쉽게 인적 자원

동원에 휘둘리며, 심지어 목숨까지

쉽게 잃을 수밖에 없었던 끔찍한 

식민지 무단 통치의 역사를 배운

관객은 이 영화 속의 "외계인 무단

통치" 상황을 보면서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그렇게 취급당하는

점령을 수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그 강점 기간 동안

영화 속의 경찰 간부 "존 굿맨"처럼 

관공서의 공무원 정도라도 하며,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점령국에

빌붙은 계층이 되었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수혜를 받은 기간은 될

것이겠지만.


마치 일본 순사처럼 저항군에 속한 지인의 동생을 취조한다.


대일 항쟁, 독립운동의 배면을 

글로벌하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어쩌면, 일본군과 싸우는 치열한

항쟁을 그린 영화보다 "캡티브

스테이트"같은 영화를 만들어

전인류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강제 점령, 무단 통치"의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이 강점기의 상황 속의 답답함을

그 어떤 영화보다도 글로벌 관객에게

제대로 보여준 영화가 "캡티브 

스테이트"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분명한 뭉클함을 불러일으킨다.

왜 이 장면이 감동적인지는 봐야만 알 수 있다.

이건 누가 봐야 하는 영화인가?

미국인보다는 오히려 이 영화 속의

상황을 분명한 역사로 갖고 있는

국가의 관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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