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그의 모든 이미지를 종합해서 그만의 지니를 만들다
이 영화 이야기를 하는데 스포일러가?
동화조차 안 보신 분 있을까요?
근 몇 년간 그가 출연한 영화 중에
정말로 수작이라고 불릴만한
영화는 유감스럽게도 없었다.
그는 진지하게 나오지도 않았고,
반대로 아주 재미있지도 않았고,
뛰어난 액션을 발휘하지도 않았다.
상대 배우와의 케미도 별로 없었고,
심지어 아들과 함께 나온 작품은
영화의 콘셉트와 맞지 않는 홍보
스타일로 인상을 구겼었다.
윌 스미스라는 배우가 어쩌면
점점 저물어 가는 배우가 된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감도 필요 없지만
들었었다. 어찌 되었든 그는 잘
살 것이다. 끝.
그러다 누구나 봤다고 이야기하는
알라딘이라는 영화조차도 선뜻
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그가 출연했다 하면,
종종 재미없는 작품이 걸렸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자마자 깨달았다
그것이 기우라는 것을.
알라딘이란 영화 속에서 오로지
그만이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를
했는데, 나머지 연기자의 연기가
본 지 며칠 지나고서는 거의
떠오르지 않는데 비해서 그의
연기만은 또렷하게 기억이 날 정도다.
어찌 보면, 그가 거의 혼자서
하드 캐리 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특히나 노래를 하면서, 랩도 하고,
춤도 추고, 쉴 새 없이 만담을 던지는
모습과, 최초의 회상 장면과 연결되는
램프로부터 자유를 얻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모습까지.
지니 역할을 그가 맡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램프 안에 갇혀
살며, 주인의 명령에 따라 소원을
들어주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갇힌 자"로서의 설움과 그로 인해
오는 강력한 유머 감각이 형상화
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이 역할만큼은 아주 코믹한 배우가
해도 안 어울리고, 너무 진지한 배우가
해도 안 어울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가수 생활도 일부 한 적이 있었고,
랩도 기가 막히게 소화하는 그가 했기
때문에, 새로운 이미지의 지니는
혹 간의 우려처럼 매부리 코의
아랍 계열의 배우가 아닌, 흑인이
한다는 것에 따르는 위험을 벗어난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연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화이트 워싱" 이슈를 벗어나기 위해
인도/아랍 계열 배우로 모두 깔아버린
배역진이 고증에 충실한 것에 반해,
너무 전형적으로 보여 지루했던 부분을
이 노련한 배우의 독특한 등장을
통해서 반전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르게 말하자면, 화이트 워싱 때문에
할리우드는 구미에 맞는 연기를 할 수
있을 흥행 배우를 적절하게 "알라딘"에
끼워 넣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듯하다.
"윌 스미스"는 화이트 워싱 논란 자체가
불가능한 덕에, "지니"를 독특하게 만드는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띄울 효과 만점의
할리우드 고참이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영화 속 현실 속에서 항상
약간씩 겉도는 그의 이미지는
배역에 충실해지지 않는 간극을
갖고 있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런 그가 CG로 구현되면서
오히려 더 간극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그런데, 계속 쓰다 보니 이런 방식으로
나는 어쩌면, "윌 스미스"라는 배우를
내가 설정한 이미지란 "램프"속에
"지니"처럼 가둬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갑자기 든다.
우리가 우리가 아닌 타인을
변화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것은
그 타인이 변화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일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이 변화하지 않는다라는
강한 신념이 어쩌면 "배우"나 "이웃",
"친구", "연인", "부하", "상사" 등의
우리 주변의 사람을 램프에 가두도록
하고, 그를 우리의 소원만 듣는 존재로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윌 스미스"는 자신이
갇혀 있던 배우로서의 전형성이란
램프를 과감히 벗어났기 때문에,
이 영화 속에서 성공적인 연기를
해낸 것일 수도 있다. 앞 서 이야기
한 내용과는 또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