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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05. 2019

<더 허슬 & 어쩌다 로맨스>-Plus Size의 습격

같은 플러스 사이즈 배우를 각 영화 속에서 어떻게 다루는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플러스 사이즈 열풍이 패션 시장에

몰아닥친지는 이미 수년이 흘렀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라고 외치며, 수많은

패션 업체, 화장품 업체 등이 이에 같이

호응하면서 점차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의 모델이나, 이들이 나타나는

란제리 쇼 등도 이전의 위상보다는

입지가 조금씩 줄어드는 상황이다.


비정상적인 몸매로 보이게끔 사진을

보정하는 것도 이제는 금기시되어

가면서, 점차적으로 이른바 서방

선진국 국가에서 만연화한 비만과

과체중의 몸매를 가진 모델이나

배우가 설 자리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길이란 캐치

프레이즈가 뜨고 있다.


이 현상이 좋은지 나쁜지를 평가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번 불어난

몸매를 다시 줄이는 것은 인내심과

자제력, 경제적 여유, 시간적 여유와

관련된 문제다. 이 캐치 프레이즈는

중산층 이하의 몸 관리가 어려운 사람을

소비자로 보고 진행하는 마케팅이란

것만은 확실하고, 이들의 주머니

사정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약간

가혹한 마케팅이란 생각이 든다.


이 시대에 가난한 이는 적은 박봉에

과도한 업무 시간에, 운동할 시간이나

몸에 좋은 음식을 선택할 여유가 없는

탓에 점점 몸에 붙는 살을 제어할 길이

줄어든다. 담배와 살, 안 좋은 건강이

중간 이하의 계층을 상징하고, 이와는

멀어지고 있는 삶이 상류층을 상징한다.


중년에 이른 매우 바쁜 산업의 비만인이

단 기간 내에 몸무게를 줄이는 방법은

밥을 굶거나 다이어트 약을 사 먹거나,

지방 흡입술을 사용하는 것 등의

극단화되거나 돈이 많이 드는 것들이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기 위해 다른

직장으로 옮기다든지 하는 선택지는

위험을 동반한다.


건강은 아주 중요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삶에서 바로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는

아주 쉽고도 간편한 방법은 없다.


최소한 시간이 필요하고,

끈기도 필요하다.

이게 없는 대부분은 그저

자신의 사이즈에 맞는 옷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 플러스 사이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늘어난 몸매와

체중 덕에 옷은 더한 내구성이나 신축성이

있어야 하며,  


그러한 활동성만 고려된 것이 아니라

신체의 약점을 가리는 동시에 나름 미적인

만족감을 비만인에게 줄 수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다.


비만 인구 비중이 60%인 미국 시장에서 플러스 사이즈 마켓은 매년 그 성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 최근 패션 기업은 돈을 더

번다. 원단의 소요량도 크고, 들어가는

소재의 가격도 높아지며, 최종 제품의

단가도 상대적으로 높아, 수익도 좋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나 배우가 팔리는

지점은 다름 아닌 이 산업적인 이점에도

있음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 수많은 패션 기업이 플러스 시장에

진출하는데, 영화제작사 또한 이 시장의

수익이 쏠쏠하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산업의 필요에 따라서 인체에 대한

이미지와 평가도 달라지고, 젠더의

상이성도 용인되고, 젠더 인권의

상승도 가능해진다. 결국 소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이 글로벌

첨단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메커니즘이다.


여권의 신장을 필두로 만들어지는

강력한 여성 히로인의 영화가 쏟아지는

것과는 별도로 이제 분장이 아니라 진짜로

비만이면서도 매력적인 인상을 가진

배우가 2019년 한 해 동안 2편이나

되는 할리우드 개봉 영화의 단독 주연

과 공동 주연의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리벨 윌슨"은 매우 귀엽고 매력적인

인상을 가진 비만 배우다. 좋게 말해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자 배우"이지만,

얼마 전만 해도 비만은 악덕으로 불렸던

대상이었다. 이제 이 배우가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의 중심에 올라섰다.

그는 플러스 사이즈 배우로서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것은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아직

미국처럼 거대화 되지 않은

우리나라 같은 시장의 관객에게는

습격이나 다름없다.


아직 다수의 기업이 비만을 퇴치해야 할

악덕으로 보고 슬림한 몸매를 최우선

덕목으로 마케팅하고, 다이어트 약을

파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이 영화는 어쩌면 시대를 앞 서 나온

우리를 습격하고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리벨 윌슨"이 나온 영화 2편을

근래에 모두 보게 된 것은, 이 배우의

연기력이 꽤 뛰어난 동시에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로맨스(Isn't it romantic)"는

분명히 이 배우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충분히 드러냈고, 비만인이 실 생활에서

받고 있는 설움과 압박, 문제를

드러내면서도 잔잔한 웃음과 말 그대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세요라는

아주 멋들어진 결론을 제대로 말했지만,



"더 허슬(The Hustle)"은 그러나

"앤 해서웨이"와 공동 주연을 시키더니만

"리벨 윌슨"을 하나의 대극적인 배우처럼

만들어, 더욱 웃기게 묘사하는 악수를

두면서, 관객의 고정관념인, 비만인은

게으르고, 무식하고, 단순/충동적이다란

일면 대중적인 편견에 호응하는 코미디에

기대어서 극을 끌고 가다가, "여성 인권

신장도 신체 긍정 명분도 아닌" 그저 웃다

마는 어정쩡한 상태로 극을 끝냈다.


두 영화를 보면서 같은 상징성을 가진

배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두 영화 중에 "더 허슬"이 매우 허술한

영화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 영화 속에서는 은근히,

슬림한 역할을 하고 있는 "앤"이

같은 사기꾼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머리도 더 좋고,

남자들로부터도 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갖가지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전의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서의

사기 도둑단의 일원이었던 이미지를

다시금 재활용하는 동시에 사회적 편견을

계속 강화해 주면서, 돈 많은 남자에게

사기를 치는 지능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얼핏 여권 신장의 이미지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리벨"과 함께 대상으로

했던 남자에게 역으로 사기를 당한다.


"더 허슬"은 플러스 사이즈 마케팅으로나

신체 긍정 메시지의 측면, 배우인 "리벨

윌슨"의 이미지의 측면, 세 가지에서

모두 안 좋은 결과를 낳은 작품이었다.

두 작품 중에 하나만 보라면,

"어쩌다 로맨스"를 추천하고 싶다.


이제 그녀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배우가 점차적으로

미국 영화 등에 많이 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통상, 경제 불황기에는 살집이 있는

여자가 보다 남자에게 인기가 있고,

호황기에는 반대라고 하는데, 앞 서

이야기한 대로 이 현상은 플러스 사이즈

시장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기반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므로, 이제는 그런

구분도 의미가 없어질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배우라는 직업의

방향은 어찌 될까? 궁금하다.

"자기만의 매력"이라는 설명하기

어려운 장점을 가진 배우가 신체

사이즈 불문하고 득세하는 시대가

오게 될 것 같다. 표준 사이즈만이

각광받지 않는 시대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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