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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11. 2019

<엑스맨_다크 피닉스>-부활의 종언

퍼스트 클래스로 부활하고 다크 피닉스로 사망하다.

스포일러가 쓰여 있습니다.


보고는 싶지만 왠지 꺼려지는

영화가 있다. 볼 기회가 이상하게도

이런 영화에는 많이 주어진다.


그때마다 어디선가 읽었던

혹평이 떠올라서, 기질상 반골이라도

보지 않고 꾹 참고 넘어가게 된다.


더구나 그 혹평의 내용이 명확하게

기억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막연히

구제 불능의 영화라고 낙인이 찍혀

그저 손대면 감염이라도 될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감상문을 쓰고 있는 이 손가락에도 꺼리낌이 남아 있다.

“엑스맨” 프렌차이즈는 “퍼스트 클래스”

리부트를 통해, 이전의 “엑스맨 3”의

실패로 사라졌던 “엑스맨”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퓨처 패스트”도

다시 성공적인 시리즈로 지속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남겼다.


그러나 왜 “아포칼립스”를 보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듯한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까?


그 영화가 그다지 즐거운 감상 경험을

남기지 못한 뒤, 뭔가 이 리부트 시리즈가

그다음에도 그다지 썩 재미있지

않을 것이란 잔상과 예지 같은 것이

남았다. 그것은 또다시 조명된

“진 그레이”라는 배역 때문이었다.

배우의 매력이 모자라다 이런 성격의 이야기가 아니다. 배역 자체가 갖고 있는 함정을 말하고 있다.

나는 “엑스맨”의 끝에서 항상

비중이 커져 있을 때 그 시리즈의

종언을 고했던 “진 그레이”, 곧,

“다크 피닉스”의 이중적인 분열된

자아라는 스토리가 영화의 흥행을

막는 위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지금 하고 있다.


“진 그레이”의 역할을 맡은

여배우는 강렬한 인상을 지닌다.

“엑스맨” 시리즈의 최강자가

다름 아닌 그녀이기 때문일 것 같다.


그 인상은 두 가지를 모두 지녀야만 한다.

“선과 악” 그 양쪽에 모두 어울릴 것.

그것은 곧 뛰어난 연기력과 천부적인

인상 양쪽을 모두 가진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도 각각 다른 영화가

아니라 한 영화에서 그것이 다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압도적인 양면성을 갖고 있는 인상의 배우가 오리지널엔 있었다.

오리지널이라 부를 수 있는

1. 2. 3. 에서도 가장 흥행이 저조한

것은 “진 그레이”가 폭주했던 3이었고,


울버린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폭주하는 그를 제어할 수 없다.


“아포칼립스”에서 일부 각성했던

그의 능력은 그다음 시리즈에서

종언을 고하고자 하는 신호 같았다.

힘의 각성과 동시에. 시리즈의 종언이 예고된다.

사람은 자신의 다크 한 면이 튀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분노조절

장애인은 자신이 한번 화를 낼 때마다

망가지는 관계와 뒤늦은 후회를

경험하지만, 어김없이 그같이 불같이

화를 내는 순간은 다가온다.


그 장애를 장애로 인식하지 않는 한

그에게 그것을 고칠 길은 열리지

않는다. 첫 번째 “진 그레이”는

장애를 인식하였음에도 폭주하다

그를 가장 사랑하는 “울버린”에게

죽음을 당하고, 두 번째는 자신의

악행과 폭주가 계속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자신의 죄과를

짊어진 듯한 자세로 악랄한

“외계인 악당”과 함께 에너지를

발산하며, 소멸된다.


결론이 이럴 것이 뻔하다 보니

이미 관객은 그 결말의 스포일러를

“진 그레이”가 중심이 되는 영화에선

미리 감잡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그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배우가 훌륭한 연기를 해도

셰익스피어의 고전의 색다른 해석도

아닌 코믹스로서의 생명력을 가진

이 작품은 흥미진진함을 끝까지

유지하기가 몹시 힘들어진다.


“아포칼립스”는 극 내용의 산발적인 분산과

더불어 문제 해결의 키가 “진 그레이”로

끝나는 허탈감이 저조한 흥행의

중요한 이유였고,


“다크 피닉스”는 이미 그럴 줄 알았지만

뭔가 색다른 면의 “진 그레이”나

리부트의 프레쉬함을 다시 떠올려줄

각 등장인물의 면면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함에 따라 저조한

흥행을 선택한 결과를 낳았다.


“프로페서 엑스”의 갈등은 항상

똑같다. “레이븐”의 인간에 대한

적개심에 번민하며 어떻게든

힘들게 설득하려고 하는 노력.

배역의 매력과 배우의 매력이 동시에 증발된 레이븐

“진 그레이”의 분열된 이중적

자아를 만나 자신이 봉인하려고

했던 기억이 풀림에 따라 찾아온

“분노 폭발”을 막아보려는 노력.

앞 서 갈등이나 뒤의 갈등이나 머리 스타일만 다를뿐

“비스트”는 다시 연속적으로

“프로페서 엑스”가 자신은

선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자기 욕심 때문에

자기 자신과 그를 따르는 엑스맨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라고 또다시

힐난하는 역할이다.

교수 꾸짖기 전문 배우인가


이건 마치 프로페서와 다른 뮤턴트

여배우가 만나고 비스트가 옆에서

있다면, 갈등은 언제나와 다름없는

패턴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기시감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유사한 갈등을 겪었던 기억을

관객의 기억으로부터 봉인하기 위해서

“레이븐”을 극 중에서 죽일 수밖에

없는 무의식적인 당위를 낳은 것 같으며,


결과적으로 “진 그레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폭주한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미로

죽음을 선택할 것이란 간단한 댄스 스탭을

추러 그 돈이나 그 시간을 들여 영화를

보게 되는 것과도 같다.


갈등 구조가 너무 뻔하면, 변명의

여지를 찾아줄 이유를 관객이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런 것을 “구제불능”이라 한다.


그 때문에 “~피닉스”가 들어 있는

“진 그레이”가 부활하지도 못할뿐더러

영화도 흥행 부활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이제 다음 작품은 “호러물”처럼

만들어질 것으로 예정되었던 “뮤턴트”고,

여기에는 또 다른 방식의 “리부트”가

이뤄질 것이다. 결국 이처럼 하나의

거대한 코믹스 히어로물이 살아남는

방법이 계속되는 리부트 밖에 없다면,

이제부터 엑스맨 제작자나 감독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시리즈의 종언을 일찍 앞당길 생각이

없다면, 진 그레이의 각성은 최대한

미룰 것. 프로페서 X의 갈등은 이제

좀 다른 것이 될 수 있도록 할 것.


다만, 이 영화에서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가 잠시나마 다시금

화해한 내용은 약간의 안도감 비슷한

감정을 낳았다. 그 때문에 그의 유사한

분노 패턴인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것에 대한 불같은 증오와 더불은

파괴는 그나마 덜 진부해 보인다.


그러나 최초의 신선한 리부트에서

오리지널과 다름없이 매력을 발휘하다

걸출한 마지막 작품으로 퇴장한 “울버린”의

부재와 독창성과 신선함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로, “엑스맨” 특유의

마이너함과 안티 히어로적인 매력도

잃어버린 “엑스맨”시리즈가 빼앗아간

짧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게

하기엔 너무 약한 변주다.


그리고, 충격적으로 밝혀진 “진 그레이”의

유년 시절의 봉인된 기억은 영화의

초반부에서 처절한 장면으로 나오지만,

아내를 죽인 자신의 딸에게 조금의

동정심도 갖지 못한 채 두려워하며

비틀거리기만 하는 아버지 역할 배우의

연기는 안타까움과 공감보다는

그 자체로 부녀 관계에 대한

불균형 감을 낳았다. 이것은 무언가,

가족 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연출가가

만든 듯한 위화감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 같은 일이 발생했더라도

그 아버지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진 그레이”를 두려워하는

모습에 아버지를 공격하는 그의

연기 또한 절실한 마음으로 찾아간

뒤의 딸의 행동으로는 그렇게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설사 다른 인격에 압도되어 간다고

해도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했던 것만큼은 맞았던 거니까.


“진 그레이”의 폭주에 대해서

균형감을 맞추며, 그의 이미지를

약간은 반전시켜주기 위해 나타난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에너지 뽑아내기”

외계인은 끔찍한 느낌은 던져주지만


“엑스맨”과 “엑스맨” 간의 갈등과

“엑스맨”과 인간 간의 갈등을

잘 혼합해서 극화의 생존력을

높여왔던, 시리즈 전반을 지배해 온

“시그니처”를 잃어버리게끔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알맹이가 없이 겉껍질만 그대로인

정체성을 잃어버린 허깨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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