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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reedom plus

<뉘른베르크>-4차 산업과 싸우다

지역 주민이 첨단 기술 앞에 저항하고 있는 지역

by Roman

누가 물어도 난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다만 몇 가지 부분에선 특정 사회주의자의

의견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공감한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새누리당,

자유 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우리나라의 우파라고 불리는

정당이 1900 중반에 했던 이야기에

비하자면 2019년에 하는 이야기는

훨씬 더 좌파, 이른바 사회주의에

가까운 이야기다.


수정 자본주의라고도 하고 중도 보수

라고도 한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니

변화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표를

얻기 위해 우파와 좌파의 거리는 종종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나는 우파에도 좌파에도 속하지 않았다.

다만 못되고 나쁘고 몰인정하고 이기적인

것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잘되고 좋고

인정 넘치고 이타적인 사람만 반기는 것도

아니다. 싫어하는 일을 해야 살아남는단 걸

잘 알고 있다. 무작정 좋기만 한 사람이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저항하고 싸우지 않고선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여러분들만큼

알고 있다. 착하기만 한 것, 말 잘 듣기만

하는 것은 또한 사회적 악이 되기도 한다.


뉘른베르크에 와서 느낀 것은

지역 이기주의나 다르게는 사회주의라고

표현하고 불리는 생각이 이 지역 주민을

어떻게 살아남아 있게 해주고 있는가였다.


“타다”나 “우버”나 사실 중도를 표방하고

자본주의의 발전과 경제 성장 등을

우선시하는 정부로서는 IT 산업의

발달과 소비자 선택권의 증대, 실업률

최소화 등의 논리로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서비스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 두 가지는 모두

위법이 되었고, 사업자는 처벌받던지

아니면 극도의 비난을 받고 퇴출되었거나

퇴출 수순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EU 내의 자본주의의 첨병인

독일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가 어떻게

취급받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뒤셀도르프에서 “우버”는 잘 운영되고

있다. 적잖은 이민자들의 직업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뉘른베르그에

와서 “우버” 어플을 켜보니, 사용 불가한

지역이란 신호가 마치 중국이나 한국처럼

떠올랐다. 그래서 놀랐다.


연방 정부 형태나 지역 자치가 고도화

되지 않고는 벌어지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물었다.

물론 독일어가 안되니 영어로 물었고,

이 분의 영어도 괜찮았다.



“왜, 뉘른베르크에선 우버가 안되죠?”

“택시 기사들이 단합해서 싸워 이긴 거죠”

“택시 운전사 연합 같은 게 있나 보네요”

“저 같은 경우에 택시 기사 한지는 20년

되었어요. 이걸 하려고 큰돈을 주고

라이선스를 샀지요.”

“아 사업자시군요.”


“근데, 제가 이 일을 그만두려면

라이선스를 팔아야 되는데, 우버가

시작되면, 이 가치가 0이 되어 버려요.”

“아, 그렇군요.”


“뉘른베르크에는 500대의 택시만

운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모두가 단합해서 우버를 막은 겁니다.

시작되면 지금 버는 돈의 반도 못 벌게

될 테니 다들 위기의식도 강했어요”

“대단하네요. 잘 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버가 들어와서 우버 기사들이

버는 돈보다 더 큰돈이 다 미국으로 들어

갈 텐데요. 지역 주민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컸었습니다”


나는 미국에 가던 유럽의

어디를 가던 아시아의 어딜 가던

우버나 우버 비슷한 서비스를

찾아 써왔다. 통상 2-30%는 싸고

택시보다 편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택시 기사들의

단합이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생각해보자, 나 같은 마케터나 영업 쪽

인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도

공유 서비스 개념으로 데려다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온다고 생각해보자.

가만히 놓아두면, 아마도 나의 안위와

경제 상황은 피폐해질 것이다.


아마도 나 역시 공유 서비스와 싸울

것이다. 남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개념에서 이것은

사회주의적 반항이기도 하다.


보다 좋은 서비스와 시스템이

더한 수익을 낳고 고용을 늘린다면

자본주의 정부 입장에서는 지표상의

개선을 위해 이 서비스를 인위적으로

막을 뚜렷한 동기를 갖기가 어렵다.


이 과정에서 도태되는 직업에 대해선

직업교육이나 전환 정책을 세워

다른 먹고살 길을 찾게 해줘야 할 텐데,

그런 우려 없이 길바닥에 공유 서비스를

뿌리는 것이 현시대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민 없는

소비자 중에 하나가 나인 것이다.

뉘른베르크의 택시 기사가 내게 던진 건

하지 않았던 그 고민이었다.


고민을 한 뒤에 그렇다면, 난 우버를

쓰지 않게 될까? 글세. 안 쓸 거라고

자신하긴 어렵다. 가장 현실적인

결론이라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법을 더 배우고 활용하는 것이

맞을 것 같고, 내가 좀 피곤하겠지만

렌터카 서비스를 더 선호해야겠다

싶었다. 어찌 되었든 회사 경비든

내 돈이든 아껴 쓰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뉘른베르크여서인지,

우버와 싸워 이긴 지역 이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택시 기사들은

프랑크푸르트나 뒤셀도르프의

기사들과는 다르게 신용카드 결제를

받아준다. 영수증도 현금을 내든,

카드를 내던 착실하게 끊어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손을 들어준

지역 정부에 세금을 내는 것을

반기고, 소비자에게도 이를 증명할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독일의 다른 우버 사용 지역에서

여러분은 종종 여러분이 탄 택시에서나

식당, 상점 등에서 현금만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세금이 최하

30%에서 49%까지 올라가는 이

나라에서 점점 더 사회적 보장은

누리고자 하지만 세금은 내기 싫은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자신의 살 길을 챙겨주지 않고

사정없이 공유 서비스의 침공에

대책 없이 놓아두는 국가 또는 지역 정부에

의무감과 충성심을 가질 국민 또는

지역 주민이 적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하나 더 뉘른베르크의 지역 정부의

어찌 보면 시대 역행적인 정책을 하나 더

목격한 것이 있다. 공항에 가니 셀프체크인

카운터가 단 한 대도 없었다. 기술 문명이

사람의 일자리를 경제 논리만으로

빼앗아 가는 것에 이 지역은 계속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유럽 연합 내의 자본주의 첨병

국가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면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한이 정해지고, 소외되고

특별한 몇몇 케이스 중에 하나처럼 보였다.

계속 변화하는 세상에서 이곳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중국조차도 우버를

내쫓고 현지화된 디디추싱을 사용한다.

공항에서 셀프 카운터를 내몰아도

전 세계 항공사 모두의 모바일 체크인까지

하지 못하게 막을 순 없다.


이 지역을 다시 오게 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이 저항이 얼마나 더 길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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