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Jul 18. 2020

<Georgia>-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대체 조지아 또는 그루지야로 불리는 곳에 무엇이 있는데요?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나 사람이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 살다 보면 다가온다. 합정역 근처 "북띠크" 서점에서 이 책 "Georgia-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의 "북토크"에 참석하기 위해 그 앞에 이른 순간.


이전에 그루지야라고도 불리고, 미국의 조지아와 헷갈리기도 하는 이 나라는 나 같은 독자에게 어떤 곳일까?


여행작가인 에린이자 Erin, 권호영 님이 우리에게 열어준 이 나라는 과연 어떤 곳인가?라는 여러 가지 궁금증으로 범벅이 되었던 머릿속이 어떤 식으로 더 명쾌하게 밝아질 수 있을까란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었고 현지에서 기억의 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아날로그적으로 하나하나의 기억을 떠올리는 소재를 하나의 파일로 간추려서 보관하는 치밀함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다른 나라의 여행지였다면 어쩌면 그렇게 큰 관심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신생 국가 중에 하나인 카자흐스탄에 2000년도에 들렸던 내겐 간간히 뉴스 등에서 다른 국가의 심심찮은 영토 분쟁 등의 이슈로, 러시아와 터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더불어 등장하고는 했던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내내 궁금함을 불러일으켰었다.


소연방 시절에 가장 휴양지로서 유명한 곳이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였다면 그루지야(조지아의 러시아식 발음)는, 카자흐스탄에서 단 두 번 마셨던 아무리 마셔도 몸은 취하지 않고 기분만 계속 좋아졌던 신기한 그루지야산 와인 하나 때문에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나라인 동시에, 책 속에서도 나오듯이 의료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그만큼 더 유사한 이미지도 갖고 있고 그 반면에 신비한 느낌도 섞인 채로 오랫동안 연상이 되는 나라였다.


작가님으로부터 "Gerogia"를 친필 서명과 더불어 받은 뒤에 손에 쏙 잡혀 들어오는 약간 아담한 사이즈의 책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밤 10시 30분부터 그다음 날 새벽 1:30분까지 수월하고도 빠르게 멈춤 없이 그렇게 잘 읽힐 줄은 그전까지는 잘 몰랐다.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조금씩 발췌독을 하면서 보았던 내용과는 다르게 잘 정리되고 다시 통합되어 써진 이 책은 일관성이 있는 흐름을 타고 조금의 지루함도 느낄새 없이 시선과 관심을 이끌어 갔다.

소소한 삶의 기쁨은 작가의 친필이 적힌 책을 받아서 읽는 것이다.

그렇게 책이 잘 읽힌 이유를 잘 알게 된 것은 "북토크" 시간에 참여해서 1시간 동안, 잘 만들어진 프레젠테이션과 더불어 작가님의 설명을 듣게 되면서였다. 우선, 책 속의 문장과 작가의 말하는 어투가 잘 동기화되어 있었고, 작가와 책의 내용이 마치 제대로 인격을 드러내고 전달하는 것처럼 밀착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여러 차례 자신이 이야기를 다시 잘 떠올려보고, 그 이야기 속의 연상되는 풍경과 그림, 자신의 느낌과 잘 밀착된 글쓰기가 이뤄진 책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머릿속에 자신이 들린 곳의 영상과 맞물리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와 전체적인 스토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정리되어 있었고,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를 경유해서만 갈 수 있었던 여러 여행지인 메스티아와 쥬그디디, 카즈베기, 시그나기의 일목요연한 풍경이 저절로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수 없게끔 잘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치밀한 구성의 승리가 보이도록 잘 쓰인 작품이다.

머리 속에 지리가 쏙 들어와 박힌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었고 현지에서 기억의 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아날로그적으로 하나하나의 기억을 떠올리는 소재를 하나의 파일로 간추려서 보관하는 치밀함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북토크" 중에 1시간가량의 여행 관련 설명이 끝난 뒤에 보게 된 하나의 파일철엔, 가득 차도록 수집한 현지에서 받은 모든 물품과 운송수단, 식음료 등을 사용한 내용이 세세히 적혀 있는 영수증과 맥주병에서 상하지 않도록 잘 불려서 뜯어낸 상표, 손상이 최소화된 상태로 보관한 여러 포장 봉투 등의 정말 세밀한 여행의 디테일이 추려져 있었다. 여행의 기억이 점점 더 왜 마치 잡힐 것처럼 또렷한 느낌으로 읽혔는가를 절절히 깨닫게 해 주었다.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은 이곳에 굳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의 내용은 매우 개인화되어 있는 내용인 동시에 접하는 순간 우리 각각의 독자가 여행객이 되었을 때 정말 간절하게 원할 정보가 잘 나와 있다.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감정과 정서까지 아우른다.


책 속에서 나온 원래의 일관된 수집 방식인 각 서점에서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어린 왕자"를 산 내용뿐 아니라 보석함을 구매한 뒤에 다른 기념품 점에서 사려고 했을 때 2배의 가격을 불러 뿌듯함을 느꼈다는 소소한 생활인으로서의 느낌까지 생생하게 책에서 느낄 수가 있었는데, 북토크 후의 구매한 기념품을 보면서 다시 이 내용이 자연스럽게 복기가 되는 말 그대로의 생생함을 경험했다.

책 속에 나온 대부분의 기념품을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었다.


책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작가를 직접 마주하고 듣게 된 이야기 하나하나와 그곳에서 마시게 된 두 가지의 와인, 무즈카니와 아르메니아의 각기 미묘하게 다른 맛도 공감각적으로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주었다. 책과 작가 그리고 그 둘을 둘러싼 이야기와 소재를 직접적으로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여행을 한 셈이나 다름없었다. 토기에 20년간 담긴 와인을 사 온 것도 직접 보고 그 안의 내용물의 출렁거리는 소리를 느낀 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경이로운 경험이다. 작가가 준비한 기간과 그곳에서 보낸 시간, 돌아와서 준비한 모든 시간의 아주 짧은 부분을 쪼개서도 이만큼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가성비가 높은 책 읽기와 북토크 참여란 말인가?

신비의 와인은 아니었지만 부드러움과 달짝지근함 양쪽을 음미했다.

그러나 한 가지 빠진 그것. 그 나라에 도착해서 직접 내 눈으로 그곳을 보고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깊이 있는 조지아에 대한 이해는 꼭 언젠가는 하리라 다짐하게 된다. 금년은 사실 작가를 통해서도 알려지고, 다녀온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도 알려진 덕에 조지아 관광 산업의 최고의 해가 되었어야 했던 연도라고 한다.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코로나"는 조지아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여행 산업을 거의 휴업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모든 시련이 끝나고 나나 다른 분들이 이곳에 가서 기존의 잘 알려진 미주와 유럽, 아시아의 각국의 여행 풍경과는 다른 경험을 누리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곳에 가기 전에 2~3시간 밖에 없더라도 꼭 필요한 준비를 비용과 시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꼭 봐야 할 책이 한 권 있다면, 그것은 이 책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현지에 가기 전에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이른바 "내상"을 입을 수 있는 우리에게 일종의 방패 같은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내용이었다.


이 책은 조지아의 역사나 사회가 처한 깊고도 더 넓은 차원의 내용과 결합되어 있지 않다. 그런 내용과 결합이 된다면 아마도 이 책은 여행기가 되기보다는 다른 장르의 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오늘 바로 비행기 티켓을 사고, 갈 곳을 정해서 조지아에 도착한 다음에 택시를 어떻게 타야 하고 숙소를 어떻게 예약하며, 여행지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고, 현지에 대한 경험을 모자람 없이 주어진 일정 하에서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에서 겪은 내용에 대한 신뢰감이 느껴지는 내용은 이런 식이다. 통상 "에어 비앤비"같은 숙박 서비스 어플로 미리 수개월 전에 숙소를 예약해두는 것이 작가의 여행 방식이지만, 막상 메스티아의 그림 같은 통나무 집을 예약하고 찾아갔을 때, 단지 30분이 늦었다는 이유로 그곳을 다른 손님에게 빼앗기고 하염없이 운 이야기가 나온다.


여행기를 단 하나의 방향이나 광고 내지는 홍보 형태로 쓰고자 하는 여행기 작가라면 이런 내용은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작은 에피소드로 구석에 짧게 언급되고 만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비교적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그런 경험은 이 나라 관광 산업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일례다. 그러나 그럼에도 현지에 가기 전에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이른바 "내상"을 입을 수 있는 우리에게 일종의 방패 같은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내용이었다.


조지아의 명예 홍보대사 같은 작가가 이런 내용을 그대로 솔직하게 쓴 것은 그가 겪은 경험을 얼마나 솔직하게 책 속에 적었을지 신뢰를 갖게 하는 특징 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그 외에 막무가내로 노래를 부르고 비싼 대가를 요구했던 무뢰한의 이야기나 자본주의의 서비스 개념이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서도 그 나름의 친절함과 인간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들의 오래전 공산주의 소연방 하의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문화가 나온다.


북토크 과정 중에 오신 분 중에 "조지아"를 잘 알고 계신 것 같은 연배가 있으신 여성 한분이 친절하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입을 다물고 이야기를 들으니 소중한 내용이 들려왔다. 이 또한 책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는 없는 내용이니 살짝 올려본다.


* 다 사가려면 돈을 더 내라

- 기념품 가게에 5개밖에 안 남은 물건이 있고, 1개당 가격이 20 라리라고 하자.

-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는 협상 방식은 5개를 다 살 테니 100라리보다는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달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몇십 개의 국가를 가서 여행 중에 협상을 할 경우 통용되는 이야기가 된다.

- 그러나 그곳에서는 당신이 5개를 다 사가는 통에 다른 사람들이 누릴 구매의 기쁨을 앗아갔으니 20라리를 더 내서 120라리에 사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과잉 생산 경제를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국가의 기념품 판매를 하는 분이 생각하기에는 합당한 논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화를 내게 만들기보다는 우리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회로를 가진 사람들이 어딘가 살고 있다는 신선함을 전달한다. 그것은 틀리거나 잘못된 것도 아니고 올바른 것도 아니며, 그저 다른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가면 언젠가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그들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옳은 것일까?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중요함이 점점 사라져 가고 개인화되는 우리나라의 모습, 경제적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에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점점 더 삭막해져 가는 우리의 타산적이기 그지없는 모습이 항상 합리적이기만 할까?


나는 어떤 대가를 받고자 이 서평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 관심의 흐름대로 행동하고 말하면서 이런 글감을 얻고, 내 생각에 잘 쓰였다고 생각하는 책에 대한 서평을 별다른 대가를 바라지 않고 쓴다. 책이 조금이라도 더 잘 팔리기를 기대하면서이긴 하고 내 취향이 인정받기를 바라는 바도 있다.


물론, 작가로부터 책 한 권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내겐 그저 알리고픈 책이 있고 그 책의 작가가 있으며,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명확한 이유를 글로 쓰기엔 애매모호한 습관이 있다. 그것은 그저 내가 지니고 있는 다른 문화양식이다. 굳이 가치 평가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조지아의 문화도 일면 이해가 간다.


조지아는 전 세계적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독특한 삶의 방식이 살아 있으며, 이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 중에 하나임이 분명하다. 책의 구석구석의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천연 풍광과 산업적으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과 삶의 모습으로, 우리의 자연스러운 본성이 여행자로서 누리고자 하는 대로 남아 있는 곳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작가에게 북토크에 참여한 사람이 남겨 놓는 질문의 하나로 던졌던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그루지야에서 평생 살라고 한다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괜찮을까요?" 써서 보내고 나니 이른바 이중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1. 그루지야(곧, 조지아)는 살만한 곳인가요? 2. 한국보다 살기 좋던가요? 본의 아니게 나름 트릭이 들어간 질문을 했던 셈이다.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답변을 기억한다. 순서 좀 편집해서 이야기하자면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a. 최근 조지아로 이민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b. 그 이유로는 아직 망가지지 않은 자연과 한국 사람에게 친절한 현지 주민이 있다.

c. 그러나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여행 간 곳이 좋은 법이다.


다른 많은 질문에도 답변이 있었지만, 일단 내 질문에 대한 그 답변이 우선 기억난다. 그 외에도 영어 선생님으로서의 직장 생활이 있었지만, 용기를 가지고 블로거로서 여행기를 작성하는 삶을 선택한 것과 이번과 같이 책을 출판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한 것은 본인과 그 직업의 세계가 그다지 맞지 않았다는 내용들이 질문에 대한 여러 답변을 통해서 나왔다. 동시에 그 직업의 세계 속에서 나름의 치밀한 구상과 집필법을 배우고 만들어낼 기회도 같이 있지 않았을까란 질문도 생겼지만 하지 않았다. 굳이 직업적인 노하우를 속속들이 알아야 한단 생각은 없었으므로.


책의 매 챕터 별로 사실을 근거로 꼼꼼하게 쓰인 각 장소별로 지불한 비용이 나와 있다. 그 챕터의 마지막 단락에는 손에 잡힐 것처럼 느껴지는 그 장소의 그 시간에 느꼈던 감정과 정서의 뚜렷한 문장이 쓰여 있다. 아마도 여행의 정보에만 치중한다면 무미건조해졌을 것이고, 감성에만 치우쳤다면 공허했을 텐데, 현실과 감정 사이의 절묘한 곡예로 균형을 맞춘 작업이 이루어졌다.


다음 작품 예정지는 아이슬란드로 들었다. 물론, 그의 블로그에는 쿠바에 대한 내용이 근래에 많이 나와 있다. 계속 그 내용들이 책으로 나오길 기대하게 된다. 계속 그런 제목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 nnn에 뭐가 있는데요?"란 시리즈가 반복되어 나오면서 절묘하게 들인 시간 대비 효율적으로 얻게 되는 정보와 이에 못지않게 풍부한 감성이 균형을 이루는 작가님의 책이 계속 잘 팔리게 되길 기원하고 독자에게 의미 있는 기억과 경험을 멈춤 없이 만들어 내길 바란다.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잘 되기를 기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