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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Nov 08. 2020

<포리너>-감독의 전공과 성룡의 연기력의 조화

마지막 장면 직전까지 성룡의 액션보다 연기력에 더 매료되다.

스포일러가 슬그머니 나옵니다.


코로나 판데믹을 맞아 영화관에 가는 것도

해외 출장 중의 기내 영화를 볼 기회조차

희소한 일이 되다 보니, IPTV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찾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돌려봐도 와차나 넷플릭스에서

이것만큼은 꼭 봐야 한다 싶은 게 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무료 사용 기간이 지나면

가차 없이 사용을 중단한 바, 볼 작품이

있을 거란 기대감도 생기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개봉기를 놓쳐 볼까 말까를 재던

영화가 IPTV에 어떤 감상문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무료인가? 이런 것이 선택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기회비용을 충분히 고려한

순수하게 이성적이고도 경제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팬심도 배우에 대한 선호도도

점점 엷어지고 있다.


"포리너"는 2017년부터 계속 눈앞에

어른거렸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단 이 영화 직전에 엄청난 망작인

"그린 랜턴"을 만들었던 "마틴 캠밸"

감독 작품이었다. 그런 것을 전혀 모르고도

무의식적으로 꺼려진 "감"이 작동했던

이유 같다.


그리고 예고편을 보면 알게 되지만,

늙고 기력이 쇠퇴한 상태의 "성룡"의

모습이 강조되어 나오고 있어서,

안쓰러움이 몰려온다. 어쩌면, 화끈한

액션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절로 생겼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분위기는 절대적으로

어둡기까지 하다. 액션이 약하리란 느낌과

주연 배우의 기력이 떨어졌으리란 우려,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의구심 이 세 가지가

따라오니 소비자로서 돈을 내고 볼만한

의욕이 생기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료라니 이제 문제는 시간을

내서 볼 의욕과 용기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어제 드디어 생겼다. 감상문을

몇 개 찾아보니 긍정적이라서였다.



"마틴 캠밸"은 복수극의 시나리오를

갖고 이를 펼쳐가는 것에 특화된

감독이다. 그의 성공작을 전부 보진

않았지만, "앳지 오브 다크니스"는

딸을 불의한 무리에 의해서 잃고

이를 복수하는 막다른 길에 이른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는데 탁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외에 007 시리즈를 다시 부활시키고

흥행을 밝게 만들었던 "카지노 로열"

또한 그의 작품으로써 극찬을 했던 바가

있었다. "그린 렌턴"은 이런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 아니어서 그는 자신의

성공 영역을 너무 벗어난 곳에서

영화를 만들어 큰 실패를 겪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포리너"는 그가 성공했던 전공을

다시 찾아 만든 영화라 할 수 있다.

"성룡"은 특수부대 출신이었던 과거를

갖고 있지만, 바다를 건너 태국을

탈출해 오는 과정에서 아내와 큰 딸을

비참하게 잃고, 남아 있던 둘째 딸마저

영국의 드레스샵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로 잃게 된 뒤에, 이를 복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아버지로

나온다.

극 초반에 폭탄 테러로 죽은 딸을 안고 절망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런데 정말 농담하나 유쾌한 액션 장면

하나 없이, 오로지 복수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는 집념에 빠져 있는

아버지의 연기를 너무도 잘 해냈기

때문에, 이 영화 속의 그의 액션보다

훨씬 시선을 끄는 것은 극 중의 그의

심경의 변화와 집요한 "맥가이버"를

떠올리게 만드는 간이 폭탄 만들기,

부비트랩 제작, 단기간에 적과 싸우기

위해 자동차를 활용해서 근력을 키우는

장면 등이었다.

가장 뛰어난 무력을 가진 존재로 그려지지만,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걷어 차여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물론, 그의 이전 작품들이 갖고서

살포한 강력한 무술 실력에 대한

이미지가 없었다면, 이 60대의 노년의

배우의 액션은 어쩌면 공허해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성룡"의 연기력은 빛을

발했고, 영화 속에서 이질감을 갖기보단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었다.

신체 사이즈와 연령의 차이를 뛰어넘는 무공이 계속되기는 한다.

"피어스 브로스넌"과 "마틴 캠밸"의

인연은 "007 골든아이"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성공했던

두 사람은 이 영화 속에서도 호흡이

잘 맞았던 것인지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고위층 악당으로서의 "피어스

브로스넌"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무려 영국의 부총리이지만, 영국으로부터

아일랜드 독립을 위한 극렬 단체들을

암암리에 지원하면서도 오로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며,

아내에게도 부정한 남자인 동시에

테러로 피해를 입은 중국인 노인을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다. 종국에는

그로 인해 제대로 파멸당한다.

테러가 터졌을 땐 불륜 중이었고, 아내는 조카와 불륜 중이며, 60대 아시아계 노인에게 자신이 당하는 이유를 내내 잘 모르다 완벽하게 복수당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중국 최고 주의를 노골적으로

깔고 있는 작품이다. 장점은

마지막 장면 전까지는 분명히

느껴지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복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살던 가게로 돌아와 주방에서

연인을 만나 위로받던 중에


영국 특수부대의 저격용 총에

머리를 겨냥당했던 그를

죽일지 말지를 고민하던 영국 특수부대의

수뇌부는 "차이나 맨(영화 속에서

그는 차이니스, Chinese라고

불리지 않고 Chinaman이라고 중국인을

비하하여 부르는 표현으로 언급된다)”

을 잘못 건드렸다간 골치 아플 수

있으니 '"잠자는 용"을 깨우지 말자'라고

하며 저격용 라이플의 적외선 레이저를

끄도록 명령을 내린다. 아일랜드인 여성

테러리스트는 현장에서 폭탄의 경로를

자백 받자마자 바로 사살했었음에도.


이 전까지 재미있게 영화를 봤던

중국인이 아닌 아시아인이라면

약간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장면이기는

하나, 이것이 바로 "중국"이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수많은 장점을 갖고도

그것이 이뤄지기엔 어려움이 많은

이유를 깨닫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 공격당한 "영국식

자기 중심주의"를 이기는 것이

"중국식 자기 중심주의"라니.


이 직전까지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다.

제목을 원작의 원제인 "Chinaman"

으로 했었다면, 아마도 영원히 보지

않았을 영화인지도 모른다.


주변 국가부터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미국이나 유럽과 대등해질 수 있을텐데,

일단 속국으로 만들고 싶어하니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는 주변 국가의 현실을 

그들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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