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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n 25. 2015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드라이한 우화

모든 것들을 거두고 난 뒤에 보여주는 우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015)

Mad Max: Fury Road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휴 키스-바이른, 조쉬 헬먼

액션, 어드벤처 | 오스트레일리아 | 120 분 | 2015-05-14


조지 밀러 감독이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인 것도 글을 쓰기 직전에야 알게 되었다. 물론 매드맥스 1~3 시리즈와 이 영화가 출세작 중에 하나임이 분명할 멜깁슨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나머지에 대해서는 무지하기 이를데 없었기에 조금 검색을 해보았더니 총 17개의 작품들을 만들고 때로는 영화에 본인 명의로 출연도 했던 사람이다. 해피피트란 영화는 직접 다 보지는 못했지만 끝무렵 부분만 잠시 케이블에서 스친적이 있었는데, 웅장한 배경에 귀여운 팽귄이 잘 믹스된 이 작품이 지구의 환경을 구하자는 메시지를 꽤 잘 만들어 던지고 있었던 것이 이제와서 언뜻 기억이 난다.


매드맥스 1을 보았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기는 하지만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도로에서 멋진 쟈켓을 입은 젊은 시절의 멜깁슨이 질주했던 영상과 그가 보여준 카리스마 정도만 어렴풋이 떠오를뿐이다.


그 영화와 최근에 만들어진 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내 기억 속에서는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다. 다만 구조가 매우 간단한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을 흥분도 높은 지점까지 끌고 가는 방향이 확실히 각인되었다. 멜깁슨만큼의 매력은 발휘하지 못한 새로운 매드맥스, 톰하디 덕분에 샤를리즈 테론의 잔상이 좀 더 머리 속에 많이 남아있는 영화로 인식이 되는 것이 기억속의 인상의 대부분이 될 것 같다.


지구가 디스토피아화된 배경에는 역시 핵전쟁이라는 내용이 예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나온다. 복고풍의 인류 문명 파괴의 내용이 변주되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70세가 넘어가는 감독이 이 시대에 맞는 속도감 높고 볼거리가 많은 감각적인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감독이 말한 방법론이 멋지게 들어맞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매드맥스 1편을 만들어낸 뒤 40여년이 가까이 지난 뒤에 다시 만들어낸 매드맥스가 더 젊어보이고 재기발랄해보이기까지 한 것은 그가 계속적으로 통찰의 과정을 겪고 있으면서 인간 세계의 원칙에서 깨달은 바들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회가 진화하는 과정이 한편으로는 고무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하기도 하다. 현대 세계의 복잡성을 제거하면 매우 기초적이고 자유로운 세계가 탄생하고, 기본적인 우화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기본적인 우화가 이 영화에서는 나온다. 스마트폰 문명, 모바일 생태계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나이를 지긋이 먹은 감독님이 이렇게 간략하게 이야기를 잘 추스리고 디지털화된 영상으로 잘 낸다면 통한다.


권력자가 어떻게 자원을 통제하며 대중의 추종을 받기 위해 자신의 명령을 받고 전쟁을 치루는 전사들에게 환상을 선사하는가. 전쟁을 치루기 위해 록 사운드라는 마약과도 같은 수단을 제공하며 실제로 마약까지 칠하는 자원 침탈자의 모습은 사실은 점점 더 1% 미만의 권력 집단이 어떻게 더 대중들을 마비시키며 동시에 자신들을 위해서 힘닫는껏 끝까지 충성하도록 만드는가를 다시금 드러내어 보여준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는 실상 미래에 생길 어떤 가능한 상상의 영역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그러한 디스토피아적 요소들이 잔뜩 보여지고 있다. 영화는 이런 상황들을 다시금 드러내 준다. 그들이 녹색 도시를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녹색도시보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 더 전진하고자 할 때, 매드맥스는 꿍한 표정 속에서 이제 우리의 행복은 저먼 어딘가에 있지 않고, 다시 도망쳐온 곳으로 달려가, 그곳에 있는 불합리를 해결하고 진정한 자원의 공정한 분배가 가능한 세계를 만들라고 하는 다소 혁명적인 메세지를 선사해준다. 하지만 혁명같은 것으로 들리기에는 전술적인 판단인 정도로 이해되고 끝나긴하지만. 매드맥스의 "미친 생각"은 정확히 우리가 도망쳐 나오고자 하는 현실 속에 해법이 있다는 진리였다. "파랑새는 없다"는 말이다.


설국열차와도 약간 닮아 있지만 답답한 결말을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도록 드러낸, 거장의 결말이 좀 더 맘에 든다. 그러나 조지 밀러 감독 역시 거대한 자본 시스템의 상부에 위치한 투자한만큼 돈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도구적 인물 중에 한분일 따름이다. 현실을 벗어난 세계를 영화로 보여주면서 메세지는 오히려 현실로 돌아가라는 내용을 던지는 이 영화는 단순히 어벤저스류의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경지를 잘 전달하고 있고 그에 맞는 보상을 흥행으로 받아들였다. 자격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가본 적이 없는 나라이지만 이곳에도 여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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