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Jun 27. 2015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인공지능의 공격

인류 절멸 원인 두 가지를 믹스하다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The Avengers: Age of Ultron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정보: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41 분 | 2015-04-23


인류의 절멸을 그린 종말론적인 서사를

"길게" 가진 작품들 대다수의 공통점은

그 원인이 인류에게 있다는 것이다.


한방에 외부적인 자극이 다가와서

"딥 임팩트"를 맞아서,

또는 "아마겟돈"처럼 절멸의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외계의 침공도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악마가 창궐하기도 하며,

반대로는 신의 심판이 따르기도 한다.


"고질라"로 대표되고  "퍼시픽 림"과도

연결되는 지구 안에 있는 정체불명의

괴수들이 지구를 공격하는 내용도

나왔지만 근래에는 그것이 주류가

되지 못한다.


지구 내외부를 탐색하고 연구해온

인류에게 더 이상 알지 못할

지구 내부의 공격 세력이나

외부의 공격 세력이란

내용의 설득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인류의 절멸을

인류 자신의 원인에 의한 것으로

그리는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해) 이러지 마시오"라는

도덕적인 훈계를 깔고는 한다.


이 원인의 소재로는

핵폭발이나 세균 무기 등이

주로 2000년대 초까지 등장하다가


넷 문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이후에는

인공지능에 의해서 양산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고 제거하며

궁극적으로 씨를 말릴 것이다라는

스토리로 전환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진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야장천 되풀이되면서

끝없이 변주되는 스토리다.


앞과 뒤, 좌우, 위아래가 다를 뿐.

그중에 조금 사회주의적 시선이

가미된 것은 결국 극단화된 빈부의

격차가 만들어낼 절멸의 모습을 비유한

"설국열차" 정도였고 이는 약간의 불편한

시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트렌드에 호응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매드 맥스라는

사막의 처절함을 드러내는

디스토피아 무비가 리메이크되어

출현하게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움직임이

제작자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큰돈을 투자할 수 있는 방향이

이제 인류의 절멸 스토리를

인류의 책임과 결부 짓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스텔라"도 물론 그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적인 영화 같다.


수년 전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제작은

그 트렌드를 초기에 퍼뜨리는 역할을

나름 해낸 것일 수 있다.


최근의 리부트는

이제 진부해 보이는 이전 시나리오의

대폭적인 수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어벤저스 2는 이미 이 같은 트렌드를

마블코믹스에서 수십 년이나 앞서서

찾아갔음에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에

이를 축약하여 좀 더 자극을 극대화하고

범대중적으로 각색한 내용으로

세련화하여 던져 넣고 있다.


인류를 어벤저스 1에서 구원한

아이언맨과 헐크가 합심해서

지구를 좀 더 평화로운 세상으로

지키자는 기치 아래,


외계인인 토르의 동생 로키의 창에 있는,

우주의 신비한 파워를 담은

돌의 코드를 뽑아내어

인공 지능화하는 내용이

원래의 코믹스 스토리와는

다소 다르게 나온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 머신

"울트론"은 영화 "매트릭스"의

"아키텍처"같은 생각을 가진

프로그램처럼 나타나

적극적인 액션으로

인류를 절멸시키고자 한다.


"지구에 위협이 되는 것이

바이러스와도 같은 인간이므로

이를 절멸시켜야 한다."라고

에이전트 스미스 요원과 유사한

주장을 하면서 말이다.


영웅 같은 존재가 실수를 하면

이해해주는 심리를 노리며 바꾼

스토리는 나름 영리하고

아이언맨은 "시빌 워"의 복선처럼

캡틴 아메리카의 잔소리를 듣는다.

둘 간의 박터지는 싸움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마블의 수많은 스토리가

이미 갖고 있는 내용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나

절묘하게 이미 저물고 있는

"외계인의 인류 공격" 스토리 트렌드와

"인류가 인류 절멸 이유 제공"이라는

현재의 트렌드를 잘 믹스해서

관객들의 몰입감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선호 인구를 늘렸다.

난 이 영화가 종말론에 근거한

종교들의 전파와

파생된 사이비 종교가 창궐하기 좋으면서

동시에 확산력조차 높은 시장인 한국에서

천만이 넘어가는 흥행 대박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최고의 마케팅 믹스를

잘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 한국 배우를 고용하고

수많은 로케이션 장소 중에

한국을 선택했을까 등등을

좀 더 세세히 따져본다면

이러한 대중적 심리 상태를

염두에 둔 면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제작비 환급을

엄청나게 준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 같은 지원을 한 것은

이 영화의 시리즈가 계속 진행되다 보면


아마데우스 조라고 불리는

한국계 천재가 나타나

작지 않은 역할을 하게 되므로,

국가 마케팅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메이킹 영상까지

모조리 찾아내서 보다 보면

한국에서 제공한 적극적인 지원에

고맙다는 표현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정적인 의견들도 만만치 않은 걸 알지만,

자주 가던 강남역 부근의

어린 추억들이 묻어 있던 자리들이

다 나타나서 나름 기분이 좋았다).

"인터스텔라"의 감독과 배우들은

그다지 한국 시장에 대한 홍보 노력에

큰 힘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나름 커다란 흥행을 이루어내었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놀런"감독의

둔감함이 약간 드러난다.


만약 놀란 감독이 중국에 가서

기자회견을 할 힘을

한국시장에도 조금 더 기울였다면

한국 내의 흥행 역시

30% 이상 더 커졌을 것 같다.


마스터피스라 불릴 만큼의

고퀄인 배트맨 3부작을 완성한 그이지만

이점은 아쉽다.


물론, 한국은 중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벌이가 적은

시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너넨 좀 인구가 적은 거 같아)


그런데 왜 비슷한 심리상태일 수도 있는

일본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박이

이뤄지지 않는가?


끼워 맞추기 식으로 사고를 해보면

비슷한 답이 나온다.


일본인들은 이미

이러한 인류 절멸 스토리를

수많은 방식으로 재현한

나름 광범위한 애니메이션 백신을

이미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맞으며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일본 애니메이션 "총몽"의

인공지능 기계들로 대체되어버린

인류를 그린 스토리를

차기 작품의 스토리로 선정한 이유도

이런 트렌드에 막강한 새로움을

불어넣을 스토리가

마블이나 D.C. 를 제외하고

어디에 있는가를

그가 감잡았기 때문일 거다.


일본 사람들이 어벤저스류의

인류 종말 스토리를 볼 때의 감흥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부터

본의반 타의 반으로 격리되어 있는

한국만큼 일어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


http://news.donga.com/Main/3/all/20150525/71451307/1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의 어벤저스 2 흥행성적을

만들어낸 인구수에 비해 불가사의할

정도로 (혹시, 현실도피를 하고

싶어 하는 걸까?) 영화 인구들이 많은

시장처럼 보인다.

"울트론"은 어찌 되었듯 멋지게 박살 나고,

어벤저스 2는 후속 편을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로

이미 정한 뒤에 또 다른 흥행 스토리를

그려내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그 스토리의 배면에는

초인간의 혈투 때문에

망가지는 지구가 그려질 것이다.


D.C. 에서는 저스티스 리그 편성

전 단계로서 배트맨과 슈퍼맨의

충돌을 그린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역시

"시빌 워"에 대한 대항마적인

성격을 갖게 될 것 같다.


또한 현재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극단적으로 보수화되고

경제 논리에 의해서

모든 가치관을 뭉개는

글로벌 신자유주의가

암운처럼 드리운

현재의 글로벌 암흑시대도

이 영화가 건드리고 있는

한 측면이 아닐까 싶어 진다.

참으로 약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부분은,

극단적인 교리의 종교집단들이나

다단계 업체들이

점점 더 글로벌화한 세계에서

세를 불리고 확장하고 있는

역사적으로 반동적이고 퇴행적인 상황도

이러한 트렌드에 호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의 경제적 위대함은

더더욱 커지고 있지만


99%의 인류는

먹고 살기는 이전 시대에 비해

좀 더 나아졌다고 해도

자꾸 왜소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트렌드가 말하고 있는 것은

불안하지 않냐? 는 질문 같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은

이런 영화에 표값을 지불하고

잠시 현실을 잊어보고자 하는 것인지도......

가까운 미래에 인류의 일자리는

1억 개 가까이가 사라진다는 내용이

마치 정설처럼 되어 가고 있다.

모바일 어플로 대표되는

넷 지구 산업의 재편성 앞에서,


빅데이터를 껴안은 인공지능이

결부된 새로운 산업이

생산력 측면에서는

미약해 보이기 이를 데 없는

단순 노동력을 점차적으로

지구 밖으로 내몰고 있다.


이제 밀도 높게 새로 배우지 않고

현시점에서 상대적으로

독창적이지 않은

인공지능이 대체 가능한 일자리에

인간을 기용할 기업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자영업이 얼핏 대안 같고

"메이커스"같은 책이 전달하고 있는

Start Up의 창궐은

또한 나름 희망을 전달하고 있지만

배울 돈과 시간,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모자란 사람들에게는

꿈과 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이제 40줄에 접어든 나도

인공지능에 대한 이론과

업무적으로 바로 유효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래밍과

더불어 바뀌어가고 있는

IT의 패러다임부터 다시 배워

새로운 세상에 대응하는 걸음마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과정은

40대가 넘어선 사람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강제적인 의무와도 같은 것이다.


내가 더 기술에 능숙한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는 입장이 된다고 해도

전혀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는

고용된 사람들의 모럴해저드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없을뿐더러

경제적으로 유효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삽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시대의 문화 창작자들은

이런 트렌드를 잘 이용해서

같이 잘 먹고살길을 찾는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도 일부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괜히 쓸데없는 짐을

얹어주고 있는 것일까?


한국 영화 산업이 "설국열차"와 같은

SF 장르의 영화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대안적인 측면을 수행할 수 있다면,

문화적 소프트가 약하다는

현실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

잠시 생각해본다.


원래 우리 민족은 약한 듯 약하지 않고,

독창적이지 않은 듯 독창적인 방식으로,

인류 전체와 절묘하게 문화적인 썸을

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아직 이 문화적 소프트를 새롭게 조합해서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열려 있는 길이라고

생각할 자유는 남아 있다.


누가 하든 해야 할 일임에 분명하다.

결과는 예단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시도만으로도 위대하지 않을까?


김구 선생님의 말씀은 유효하다.

우리는 아직 문화로 1등 하는

나라가 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효율성과 편의성만을 강조하는 교육은

우리를 이 세계 속에서 필요로 하는

존재로 만들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계를

현명하게 넘어설 무대로

문화를 광범위하게 재조명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서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는 미래를

이 시점에서 바꿔놓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우리는 종말론을 믹스한 마케팅에

휘둘리는 취약한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아닐 것이다.


1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져도

10억 개의 사람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 누가 미리 알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설국열차>-아쉬운 마무리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