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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Nov 28. 2020

<엽문 3: 최후의 대결>-대의와 라이벌

대의를 위해선 하나였지만 명예를 위해선 투쟁하다.

스포일러가 나와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물론 IPTV로는 무료인 영화였지만

이를 건너뛰어서 4편을 보았고

외세에 대한 중국인으로서의

콤플렉스를 씻어내는 영화를

계속 봐야 하는지, 마이크 타이슨과의

숨 막히는 결전 장면은 이미 봤는데

그 이상의 액션이 있을지 등의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늦은 심야에

이 영화를 골랐고 끝 장면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봤다.


결론만 말하자면 숨 막히도록

재미있게 만든 영화다. 원화평 감독이

무술 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인 데다

“일대종사”에서의 화려한 합이 맞는

무술 씬이 일대다와 일대일 가리지

않고 숨 막히게 배치되어 있어

장면 장면 빠져든다.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된 특별한

대결씬들은 기억나는 대로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1. 엘리베이터 안밖에서 무에타이로 덤비는

야성적인 상대를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보호하면서도 말끔하게 이기는 장면.

좁은 공간에서 아내도 지켜야 하는 어려운 격투씬이었다.


2.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밀어닥친

불한당들을 자신의 제자와 함께 격퇴한 장면.


3. 같은 스승으로부터 영춘권을 배운

장천지(배우: 장진)와 함께 납치된

자신의 아이와 장천지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많은 수의 불한당들과

조선소에서 싸우고, 아이들을 구한 뒤에

경찰이 도착해서 넘기기까지 버틴 장면.

상당히 복잡한 대결이 벌어진다.


4. 불한당들의 배후이자 엄청난 무력을

가진 마이크 타이슨과 3분의 시간 동안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를 보여주면서

끝까지 대등하게 싸우고 서로 급소를 가격하기

직전에 멈춘 장면.

몇번 엽문이 펀치를 맞거나 팔꿈치로 막아내는 장면이 나왔다. 사실 그렇게 맞고서도 멀쩡할 수는 없다. 대략 1톤의 충격이 나오는 펀치인데...

5. 불한당의 사주를 받아,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엽문에게 도전장을 던진 장천지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긴 나무 봉과 사시미 칼 같은

것을 2개씩 들고 매우 빠른 속도로 싸우고 나서

호각세의 대결 중에 결국에는 무의식적이고도

자동적인 방식으로 장천지의 공격을 피하고

필살기를 날려 이긴 장면.

정밀한 연습이 없이는 피를 봤을 것 같은 쌍칼 격투씬이다.


이 다섯 가지이다. 심금을 울리는 장면은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와의 시간을 좀 더

나누기 위해 장천지의 도전을 오랜 시간

회피하면서 아내의 예정된 죽음 앞에

점점 슬픔에 깊이 빠져들어가는 엽문을

연기한 견자단의 연기가 만들었다.



장천지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공교롭게도 왕가위 감독의 엽문이 나오는

영화에서 궁가의 딸과 싸우게 되는,

궁가를 살해하고 후계자를 자처한,

권력의지로 똘똘 뭉친 악당역을

맡았던 배우 장진이다.


견자단보다는 훨씬 젊은 듯한 외모지만

74년생으로 나와 동갑인 40대 후반이다.

하지만 2~30대가 가질만한 엄청난 권력과

명예에 대한 의지와 더불은 활기찬

무술 실력을 카리스마 넘치게 보여줘서

견자단 못지않은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영춘권의 달인임에도 불구하고

낮엔 인력거를 몰고, 밤에는 불법 대결을 하며

가난하면서도  어둠의 돈을 버는 자로 나온다.

정의감이 있어, 엽문과 함께 불한당 무리와

싸우며 일면 같은 동문의 의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엽문과 대결하게 된 것은

이 배우의 배역이 이전의 영화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명예”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로마의 스토아학파의 여러 문구 중에

내겐 이 영화를 보면서 나온 경귀가

하나 떠올랐는데, 그것은 “자아(또는

자존심)은 너의 적이다.”란 것이다.

자존심 없이 인생을 사는 것은

보통 사람에겐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러나 자존심에게 잡아 먹히지 않은

자신으로 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엽문 3편과 일대종사에서 장진이 맡은

일면 유사한 캐릭터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주는 교훈은 자존심에 사로잡히지 않는

존재였다면 그 같은 높은 실력의 소유자가

오히려 더 얼마나 존경받고, 후세에 더

잘 알려진 존재가 되었을까라는 것 같다.


이제 더 이상의 엽문은 기다리지 않고자 한다.

이젠 그의 제자이자 중국 무술의 정말 자존심

아이콘인 이소룡이 제대로 무술의 역사에서

해석된 방향으로 다시 영화화되어 나와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그전에 나온 이소룡을

다룬 영화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도

잘 나지 않으며, 겉도는 이미지밖에 없다.


구도자와 철학자로서의 중국 무술의 무거운

역사를 짊어진 다소 무거운 이미지의 그를

누가 한번 그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물론 젊은 이소룡이 나오긴 했다.

애송이처럼 한없이 가볍게. 과연 그게 전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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