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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pr 11. 2021

<어른의 무게>-어른 되기의 무거움

어른이 없거나 어른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세상에서 성장하기로 마음먹다.

작가님으로부터 이 책을 선사 받은 1월 31일로부터 수개월이 지났다. 언젠가는 서평을 올려야 한다는 부채감이 계속 있었다. 써달라는 부탁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안면도 서로 없고, 중간에 아는 사람도 껴있지 않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저절로 책을 다 읽고 읽은 내용에 대한 감상을 적어야만 할 이유는 충분히 생겼다. 그분의 다른 브런치 북에서 느꼈던 것 이상의 공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글을 적는 전후에 나는 나름 성실한 회사원으로 보고서를 이 휴일에도 작성해서 마감에 맞춰 보내야 하는 입장이다. 내 글을 작성할 시간마저도 온전히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과 "어른의 무게"를 나눠 어깨에 올리기로 약속이나 한 듯이 이 글을 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비슷한 연배의 직장인이자 나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며,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 작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장한이" 작가님, 브런치 작가명은 "이드id"님의 브런치(https://brunch.co.kr/@workerhanee#info)에 들려서 "착각은 자유지만 혼자 즐기세요(https://brunch.co.kr/brunchbook/thehanee)를 열심히 읽고 거의 모든 글에 저절로 답글을 달았고, 이후에 하나씩 답변을 받으면서, 동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 간의 공감이 오가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한 직장에서 또는 한 직업의 세계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직급이 오르면서 갖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회사로부터 인정받고 하급자로부터의 자연스러운 존경을 받을 수도 있을 거란 상상을 직장생활의 초기에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생활 초기에 보았던 차장이나 부장의 위치에 올랐을 때, 오히려 더 초조하고 긴장되며 위축되고 있는 자신을 목격하게 된다.


일단, 세상이 변화했다. 나이 많고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그에 비해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람의 대열에 오르면, 실제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늘어나는 교육과 주거비용, 품위 유지비, 더 높아진 세금, 뒤쳐지기 싫어 시작한 주식 투자 등의 금융 비용 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신입사원이나 대리, 과장 급보다 더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위축되기까지 한다.


책에서 "최악의 인사고과"를 받은 내용이 나올 때, 숨이 턱 막히는 그의 심정이 잡힐 듯이 느껴졌던 이유다. 이전의 시대의 직장인은 설사 그러하더라도 그런 이야기를 외부에 이렇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게 그 시대의 어른의 무게였다. 이제 이런 이야기를 드러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행한 면으로는 슈퍼맨처럼 보여야만 하는 "어른"의 시대에서 탈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불행한 면으로는 더 이상 아무도 "어른"을 슈퍼맨으로 보지 않는 시대에 이르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싶었다.


이 사회가 고령자를 우대하는 분위기의 성리학적 질서로부터 꽤 오랫동안 급격하게 이탈해왔고, 탈권위적인 정책과 더불어 대학 졸업자들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내기 위해 나이 먹은 장기 근속자를 더 많이 퇴출시키라는 압력을 가하는 시대에 이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나이는 어른 대접을 받고도 넘을 만큼 먹었지만, 이전의 선배와 같은 수준의 사회적 위상이나 풍족한 급여를 받고 있다는 입장은 점점 더 줄어든다.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는 점점 더 줄어들고 최악의 경쟁상황을 뚫고 직장에 입성한 후배들의 "자존감"과 "실력"은 그전의 자신과는 다르다.


일단, 앞 선 선배들조차 정확히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측정되거나 평가된 자료도 없이 거의 무조건 "꼰대"로 분류되며,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다는 상황은 이제는 장점보다 약점으로 비치기도 한다. 부하직원에게 잘해주었다고 생각하며 고마움을 느낄 거란 생각도 물정 모르는 착각에 불과하고, 이전 시대처럼 몰아칠 수도 없고, 회유할 수 있는 수단은 점점 더 줄어든다. 객관적으로 인사상으로나 업무적으로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직장 내의 나름 고직급 직원은 고달픈 "어른"이다.


이런 배경과 삶의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서도 작가는 직장생활 속에서 "어른"으로서의 깨달음을 갱신하며 주변에 나름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자 치열하게 생각하고 변화된 세상을 포용하며, 아주 조금씩이지만 성장하고 전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직장인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독서량이나 상식을 결합하여 의미 있는 통찰을 너무 무겁진 않게끔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드러낸다.


그런 잔잔하고 작은 단서 속에서 조금씩, "어른의 무게"란 자신이 자신의 행위와 말속에서 찾아내고 부여하는 자에게 생길 수 있는 의식적인 노력의 결실임을 깨닫게 된다. 누구도 그저 나이를 먹고 직급이 높아졌다고 그대로 인정하는 세상이 아니라면, 스스로 "어른"이나 "상급자"로서 어떤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세우고 나아가야 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가 또한 공감하고 일면 감동하게 되는 면은 그가 그 직장에 비정규 계약직으로 들어와서도 업무성과를 인정받고 정직원으로 오랜 시간 근속하면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용이다. 그 초기에 오래 다니지 못하고 다른 일이나 직장으로 옮길 생각을 했었다는 내용도 우리 중에 직장 생활하고 있는 대다수가 공감하는 스토리다. 성실함과 하드 한 업무를 통해서 인정받는 것이 주는 뿌듯함과 당당함의 중요성도 그가 놓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어느 순간에 이 직장으로부터 자의든 타의든 떠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것임을 긴장된 상태로 받아들이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출간하는 등의 나름의 자구책을 실행하고 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가장"으로서의 "어른"인 그가 자신의 "꿈"과 더불어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 분명함을 느끼게 한다. 그저 "직장인"으로서 뻔히 다가올 수 있는 신변의 위협 앞에 속수무책으로 있지 않다는 것 자체도 감동을 낳는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퇴사가 아니다. 어떤 입장에 처해서도 당당해질 수 있는 준비를 하자는 뜻이 더 강하다. 퇴사를 유행화 시킨 다소 무책임한 어른이나 젊은이보다 일면 성숙한 태도를 알려주는 것에 더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는 직장인도 그것이 자신과 다른 남의 이야기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시도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꼰대"의 조언이 아니라 같이 직장이란 공간을 실시간적으로 공유하는 직장인으로서의 긴장감과 초조함, 불안함을 느끼고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취하고 있는 행동이 마치 "나 자신"의 모습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통해 독자 역시 변화된 행동을 추구할 수 있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한국의 직장인으로서의 "어른"은 이전의 시대와 분명히 다르다. 그 다른 면을 솔직하게 그려가면서 동시에 만고불변의 진리로서의 "성장"과 "깨달음"의 필요성과 작가 이전의 직장인들이 이렇게 책으로까지 출판하면서 드러내지는 못하는 정말 공감할만한 직장 생활의 이모저모를 잘 드러내 주었다. 이 부분은 세세히 잘 읽어야만 그 유니크함을 잘 알고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끝에 이르러서도 이 작가가 더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해가며 또는 두 번째의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하며 펼쳐갈 비교적 솔직한 또 다른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가 마치 "미생"이라는 만화의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되는 것처럼 흥미진진함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생각과 행동, 글, 말이 나름의 어른이 되는 방향으로 계속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밀도 높은 변화에 대한 실시간적인 대응을 갖고 있는 그야말로 이 시대에 맞는 "어른의 무게"를 지닌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본인의 나약함과 약점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충실하게 실현해 가고 있는 모습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직장인 대다수의 존재감을 잘 드러내주어서 일면 고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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