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설 튜닝 Part l에서 이어짐
https://brunch.co.kr/brunchbook/tuning-i
4. 진과 진화된 신인류와의 대면
a. 커보키언과의 협상
‘내 머릿속에 있는 적지 않은 부분을 당신네들이 모두 읽어내는 거지? 보안 기능을 넘어서, 그리구 여기저기 의식을 돌아다니는 정도도 훨씬 넘어서’
<능숙하게 우리와 이야기하는 법을 빨리 깨우쳤네. 사실 총을 들이대지 않고도 너를 망가뜨리는 방법도 시간은 좀 걸리고 다소 복잡한 트릭이 좀 필요하지만 갖고 있어.>
‘그렇지만 그렇게 했다간 메인프레임 네트워크상에 미심쩍은 로그가 발생하게 되겠지. 핸들러라는 게 항상 의식을 공적으로 개방하는 일이니까. 월별 보고서에 이상 징후도 공개되고 말야’
<이런, 생각의 속도가 거의 우리 수준이야. 놀라움의 연속이군.>
‘우선 지금의 이 대화는 우리 기술로는 마땅히 기록으로 남길 방안이 없어. 나 혼자 헛소리 하고 있는 수준에 다름없거든. CCTV나 저 구급용 로봇, 당신의 스캐너 모두 일단 레코드를 지우자.’
<그럼, 일단 휴전인가?>
‘휴전인지 아니면 당신네들이 나를 어떻게 해볼 시간을 주는 건지 솔직히는 잘 모르겠어. 협상을 하자는 이야기야. 내게 합격 통지서를 발급하는데 적어도 방해를 하지 않는다면 우선은 누구에게도 당신네들에게 관련된 정보를 알리지 않겠어.’
<메인프레임의 정보 속에서 우리에 대해 알아낸 것은 어디까지인가?>
‘아까 이미 날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죽기 전에 맛보기나 보라고 남겨줬던 듯한데, 통째로 2 테라바이트 정도의 데이터에서 키워드로 좀 추려서 보긴 했어’
<좋아, 얘기가 좀 통할 것 같은데?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니 대략 75% 정도는 네가 우리에 대해서 좀 더 의식적으로 잘 알게 된다면 우리 편이 될 수도 있다는……내용이 나왔네.>
‘짧은 시간에 별걸 다하는군 그래.’
<그럼 당신네의 시간 개념으로 하루 주겠어. 그게 대략 우리 시간 개념으론 엄청 긴 시간이 된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우선 합격 통지서 발행부터 협조해줘. 안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혼자 지껄인 이 내용과 당신네들에 대한 정보를 네트워크에 통째로 뿌려버리는 것밖에 없어. 0.5초면 충분하다고.’
진은 혀로 어금니의 알파 트래커를 살짝 과장스럽게 더듬어 보았다. 이런 신체 이미지가 그들에게도 전달되리라 추측하면서.
<잠깐, 이미 발행될 수 있도록 처리했어. 그 혀는 좀 치우라고.>
‘알았어, 당신도 얘기가 좀 통하는 군’
커보키언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진의 요청을 고분고분 잘 들어주고 셔틀에 태워서 진의 거처까지 정중하게 에스코트해 주었다. 마치 제대로 된 협상 상대로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혀의 힘이군’
(출처: unsplash.com)서로 간의 의식적인 대화를 거의 하지 않은 상태로 40분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진은 도라도 닦듯이 머리를 비우고 집에 도착한 다음, 편안하게 소파에 기대었다.
진은 뇌 안에 있는 정보를 보기 위해 자신의 컴퓨터를 오프라인 상태로 만든 뒤에 신체와 연결했다. 검색 키워드로 “진화된 신인류”를 필터링한 후, 메인프레임에서 건져온 데이터를 차폐된 기억 서버 속에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보가 뜨는 모니터는 자신의 의식으로 설정했다.
(출처: unsplash.com)이것은 지금까지의 전 생애를 걸쳐서 한 번도 그 힌트조차 받지 못했던 정보들이었다. 뇌의 기능이 최적화된 상태에서, 진의 뇌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된 신인류’라는 키워드 아래에서 종이책으로 따지자면, 달 전체를 뒤덮을 만큼의 대량의 정보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A 파일부터 ZZZZZZ 파일까지 동공이 연기라도 내면서 터져버릴 만큼 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의식의 차원으로 떠오른다.
진은 목덜미 근처의 깨알처럼 만져지는 버튼을 이용해서, 정보를 읽는 모드를 '소설'모드로 변경한다.
문체는 그가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로, 언어는 글로벌 스탠더드 영어가 신 중국어로, 신 중국어가, 구 한국어로, 에스페란토어와 라틴어에서 다시 신 한국어로, 그것이 다시 구 영어로 변경되었다가 구 영어가 다시 신 영어로 번역되는 방식으로 하여 최대한 소스들이 함축적이고 쓸데없는 정보들은 최대한 결락될 수 있게끔 최적화하여 읽히도록 만든다.
이 모든 것이 진행되는데 걸린 시간은 SPTS 이전 시대의 사람들이 Coffee Break Time이라 하여, 커피를 한잔 마시며 쉬는 시간에 이를 뿐이었다. 그 시간 동안 마지막 파일들인 오메가 A~ZZZ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스킵해서 보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알고 있었던 역사와는 많은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확연히 다른 능력을 가진 두 종류의 사람들이 동시에 지구를 활보하고 있었다. 진화된 사람들이 지상을 활보하기 시작한 것은 지상의 석유를 쟁탈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져, 인류가 큰 파동을 한차례 더 맞이한 뒤에, BC/AD의 개념이 사라지고,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고백한, 1차 석유 고갈 선언 이후, 지구에서 말끔히 석유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 뒤부터였다.
호사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다행히 대규모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전에 연구되었던 차세대 동력원들이 차례로 시험되었다.
실상 문제가 되었던 것은 전 세계를 누비는 석유연료를 필요로 하는 제품들이 쓸모없게 되었다는 것이지, 대체할 에너지원이 없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효율면에서 가장 호평받았던 압축 수소 연료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반경 2 km의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에너지 파장이 발산하는 이 동력원은 후에 파장을 감쇄하는 디스코틱 폴리 매트릭스가 개발되면서 비로소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퀴리부인이 그랬던 것처럼 연구 초기단계의 연구원들과 연구소 인근 주민들의 경우 그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초기 위험했던 그 시기 연구원 중에게서 태어난 자녀들로부터 종의 분리는 시작됐다. 급격한 유전적 변이를 거치면서 겉모습은 같지만 기존의 인간과는 달랐다.
구인류는 그들이 신인류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외양상으로 전혀 구인류인들과 다른 점이 없었기 때문이었으며, 태생적으로 주위 사람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그들이 신변의 안전을 위해서 서로 간의 안전을 위한 규칙을 만들어 이를 지켜나갔기 때문이었다.
신인류의 뇌는 태어남과 동시에 4 반구로 구성되어 있었다. 4 반구의 뇌를 지닌 탓에(좌후반구, 좌전반구, 우후반구, 우전반구) 사용하는 영역의 구분 자체가 구인류와 달랐다.
최소한 기재사반이라고 불리는 모차르트의 이상의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수소 연료 사용 하의 지구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2km라고 하는 영역까지 수소 폭탄처럼 연료로 사용되는 것들이 터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이 그들이 반경 2km의 활동 공간에서 초인적인 텔레파시 등의 능력을 가질 수 있게끔 만든 중요한 이유였다.
(출처: unsplash.com)자동차 연료로서의 수소는 오랜 시간의 연구결과로 안전했지만, 기타 분야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낸 개발 도상국과 기존 산유국 등에서 제작한 수소 연료통은 위험성이 높았다. 그래도 쓰지 않을 수 없었고, 그로 인한 사고로 사람이 죽는 것보다 유익이 더 많다고 적지 않은 국가의 정부는 생각했다.
불시에 폭파 사고가 나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실상 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구인류 중에 누구도, 살아남은 그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인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최초의 수소 연료통의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에 가사 수면 상태로 아스팔트 갱도 안에 들어가 호흡을 멈추는 법을 태어나자마자 5살이 되기 전에 습득했다. 그리고 그것을 구인류에게는 철저하게 숨겼다. 아기에게 텔레파시 자장가로 불러주는 노래에 그 방법이 들어 있었다.(눈을 감고 천천히, 몸은 바닥 밑으로, 머리 속은 고요히……)
석유를 대체한 수소 연료는 전 세계로 전파되었고, 곧이어 에너지 혁명과 더불어 급격하게 연관된 혁명을 이루어내기 시작했다.
이것의 영향과는 일면 무관한 것 인양, 점차적으로 진화된 조건들을 충분히 갖춘, 신인류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2km 이내의 반경 이내에서 확연히 남들과는 다른 자신과 감응하는 또 다른 진화된 자들과 함께 텔레파시의 영역을 넓혀갔다.
결국에 그들은 전 지구를 뒤덮는 텔레파시의 채널을 만들 수가 있었다. 이것은 구인류가 아직도 의지하고 있는 전파망과는 차원이 다른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었다.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진화된 신인류는 구인류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교묘하게, 구인류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배후에서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그 일차적인 성과는 수소 연료의 거의 완벽한 안전 시스템이었다. 그외에도 신인류의 계속적인 증가와 능력의 퇴보를 막기 위해서, 그들은 변화된 자신들의 향상된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항상, 텔레파시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서 이루어낸 긍정적인 정보로 넘실거렸고, 끊임없는 토론과 토의 대화가 채널을 통해서 그치지 않았다.
수소 연료의 사용은 그 잠시간의 불안정성으로 말미암아 일종의 긍정적인 변이를 지상에 남겨주었던 것이다.
진은 이쯤에서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자기들의 행동이 보다 진보적으로 진화되고, 세계의 역사와 환경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중요한 것들이라는 정보로 자신을 치장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들의 행동은 구인류에 대한 기만과, 자기 방어에 치우친 은둔기행에 가까운 것이었다.
구인류 간의 폭력성이 발현될 때마다, 실제로 국제 정치 역학과 돌발적인 사건을 뒤에서 일으키고 조정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진까지를 포함한 구인류의 대부분은 정밀한 시뮬레이션으로 여러 차례 조작된 정보들의 뒤에서 거의 완벽하게 기만당하고, 진실을 모른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구인류에게로 살포되는 정보의 거름체를 꽉 쥐어 틀어막고 있는 이들이 다름 아닌 이 자칭 '진화된 신인류’이었기 때문에, 구인류는 자신들이 받아들이는 정보가 '진화된 신인류”의 검열 시스템을 철저히 통과한 뒤에 전달되는 왜곡된 정보라는 사실을 대부분 깨달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출처: unsplash.com)그리고, 이제 구체적으로 현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유력한 진화된 신인류의 핵심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진의 의식 위로 떠오를 시점에 홀연히 아까의 대머리 아저씨가 의식의 건너편으로부터 그의 의식 속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전송 용량이 모드가 설정한 방식을 넘어서서 부하를 맞게 되자, 갑작스럽게 스토리의 진행이 멈추면서, 저장되지 않은 정보들이 백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송두리째 진의 내부에서 사라져 버린다.
‘뭐야 이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