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언즈는 자신의 전뇌에 연결된 시스템의 전파망의 네트워크를 의식의 심층부에 숨어 있는 키워드를 조작해서 슬그머니 연다.
(출처: unsplash.com)
대부분의 텔레파시 네트워크에 접속한 신인류는 케언즈의 의식 전달 방식과는 다른 방식의 사고 양식, 그리고, 삶을 이해하는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가장 온화하고도 중립적으로 만들어진 버전을 끄집어낸다.
이 버전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쉽게 쉽게 자료를 뽑아내는 신인류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었다.
‘구인류에겐 미래가 없다, 이젠 막다른 길이다 같은 종말에 대한 두려움은 약 100년 주기로 증폭되는 일종의 관념과 환경의 사이클을 따라서 벌어지곤 합니다.’
그의 신체 이미지는 신뢰할만한 인상을 충분히 풍기기에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그의 생각의 속도에 조급함을 느끼면서도 신인류는 인내심을 갖고서 천천히 들을 수 있었다.
첫 문구만 들어도 결론은 이미 나온듯한 느낌에 빠지기 일수인 특별한 두뇌의 청중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모습은 그런 조급함을 잠시 누를 정도로 나름 매력적이다.
‘치명적인 자신의 오류가 그들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인류가 태어난 이래 지속적으로 사유되고 있는 또 하나의 선천적인 자기 방어기제이죠.’
분명히 뻔한 소리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라는 인상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난다.
‘이 불안감이 DNA를 통해서 몸과 몸으로, 관념과 사유의 DNA랄 수 있는 Meme을 통해서 정보와 정보를 거쳐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구인류는 지금까지 줄타기를 잘하는 외발자전거 위의 광대처럼, 잘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출처: undplash.com)
그런 비유를 쓰는 것이 강의할 때야 학생들에게 잘 먹히는 것이지만, 여기에 있는 극단적으로 사고의 속도가 빠르고, 이미지와 언어를 한데 묶어 인식하는 신인류에겐 짜증이 날만한 일일 수도 있다.
‘원론이 길어지는 것은 뇌세포의 피로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일단 간략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렇다 신인류는 이런 방식의 전개를 선호한다. 항상 그랬다.
‘저는 인간의 몸과 의식의 절묘한 연결이 만들어내는 기적적인 상호작용과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문명의 비극성을 통찰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었고, 비극적인 종말을 멈추는 방식 중에 가장 효율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습니다.’
그래 여기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시민 직접 정치가 벌어지는 아고라다. 케언즈는 자기도 모르게 소크라테스라도 된 것 같은 분위기에 젖는다.
(출처: unsplash.com)
‘저 혼자의 힘으로 안 것이 아니라 진화된 신인류 여러분이 주어온 힌트와 협력을 통해서 깨달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을 시스템으로 연결 짓는 것을 적어도 지금 이 순간까지는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신인류가 잘하는 칭찬하기도 배워서 써먹는다. 이것이 습관이 되기가 참 어려웠지만.
‘이에 대해서 전적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은 토가와, 무라다, 까미유, 달톤, 레이, 코세트씨에게 일단, 감사드립니다. 그분들의 영속적이고도 진보적인 진화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가속화되어 일어나기를 매 순간 기원하면서요.’
15초 정도가 의식 바깥에서 흐르는 동안 이 장문의 발표가 이뤄졌고, 신인류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약 150초가량 된다.
‘그것은 '오류'를 자동으로 그러나 절대적인 함숫값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컴퓨터 시스템의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율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수정해내는 시스템의 구축이었습니다.’
(출처: unsplash.com)
‘프로그래밍인 동시에 프로그래밍이 아닌, 인간의 불확실함과 가변성을 최대한 수용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면서, 이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서는 결국 저란 존재가 이 시스템과 불가분의 관계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자신의 시스템에 의해서 변화된 세상의 모습을 간추린 그래프를 좀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500퍼센트의 탄소 배출 감소, 대량 살상 전쟁의 종말, 인공지능의 살상 능력 무력화, 구인류의 인격을 16 구획으로 단순화시켜 자율적 존재에서 인격 구분 안에 갇힌 존재로 만든 것.
‘만약 개발 당시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저의 심연을 이해할 수 있을 한 명의 구인류가 제게 호의적이었다면, 시스템에 뇌를 결합하는 역할을 그에게 이전하였을 것입니다.’
이제야 ‘진’이란 존재의 위상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듯, 신인류는 저마다의 채널을 뒤져 ‘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려 애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주위에서 지켜보았던 유일한 적임자 한 명이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거부하는 쪽으로 그의 인생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죠.’
케언즈가 통제하지 못하는 구인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일부 신인류가 불만스러운 신호를 알게 모르게 내고 있다.
‘그것은 제가 임의적으로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젊음의 질투와 사랑, 또는 걷잡을 길 없는 본능적인 권력의지 때문이었지만, 그 결과 그는 그 어떤 시스템 속에서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끔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출처: unsplash.com)
‘그를 이 세상에 내어놓은 존재가 그와의 관계를 삭제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는 스스로 자신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존재로서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저는 그의 아버지 상이 되어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죠.’
(출처: unsplash.com)
이런 감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신인류다. 왜냐면 그들이 세대를 바꿔가는 방식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복제해 내는 것이니까. 어찌 보면 ‘진’과 신인류는 닮아있다.
‘결국 제가 만든 시스템에 융합될 적임자라기보다는 곁에서 지켜보며 수정해줄 수 있는 역할로서, 그를 지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