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케언즈의 정체>-a-4

PRESENTATION-3

by Roman

8. 케언즈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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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적 구분을 하기 위해서는 그 계층 단위에서 맞닿는 면이 되는 부분에는 완충을 위한 쿠션과 같은 존재들이 끼어들기 마련입니다.


진과 사브리나는 둘 밖에 안되지만, 완충작용을 멋들어지게 해주는 존재들입니다. 물론, 제가 간략하게 말하면서 구분한 16가지로 간단하게 구분되는 인류 카테고리에는 끼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에 모종의 배신감이나 놀라움, 맞아요, 당혹감을 관찰자 씨는 느꼈겠죠.


그리고, 그 의식의 단절이라는 부분은, 20여 년 동안 제 의식을 유영하였다니까, 왜 모를까? 저로서도 의아한 부분입니다만, 다름 아닌 이런 의식의 상태입니다. 노인네가 젊은 아가씨를 좋아하는 것은, 구인류로서는 일종의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은 구도의 연애죠.


물론, 신인류 여러분들은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신적인 교감, 서로의 의식을 탐구해가는 과정 자체에서 심미적인 만족감과 이해의 폭을 광범위하게 넓혀 가는 과정을 보다 승화된 애정으로 간주하는 여러분에게는 다소 의아스러운 것이죠.


이를테면, 여러분도 발견하듯이, 그런 관계를 구인류는 원조교제다, 노인네 주책이다는 표현을 써서 강력하게 제어하고 문화의 바깥으로 버려놓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금기시되는 상황이고, 금기시되는 욕망으로 사회 자체가 공적인 무대에서는 보통 인정하지 않으려는 비상식적인 행위이죠.


저 역시, 그러한 강력한 의식, 무의식적인 제어가 제 안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구인류 사회에 사는 인간의 현실적인 비애이죠.


프레마치온 같은 이들은 공공연히 그러한 관계를 쉼 없이 저지르고 있고, 일부 구인류들은 일루미네이션 공원 안에서 자기들만의 내밀한 그런 종류의 욕망을 충족시키며 살고 있습니다만, 저의 전뇌는 일부나마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고, 저에게 최소한의 공약수가 되는 윤리가 유지되지 않는 한, 구인류 사회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저도 절제하고자 하는 유무형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사브리나에 대한 이 노인네의 욕망은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의식 세계 속에서 기화하거나 연소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여러분들은 이것이 상황에 맞는 설명이자, 변명이라고만 생각하겠지만, 저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고백인 것입니다.’


<아니야, 그런 것도 구분 못하고 파악 못하는 게, 우리 관찰자는 아니라고. 지금, 케언즈 당신은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면, 그럴듯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것은 아주 솔직한 것 같은 내용의 일부일 따름이라는 것을 난 알고 있어.


당신은 무언가 계획을 갖고 있고, 그 계획에는 사브리나와 진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그리고, 아주 교묘하게 그 계획을 자신의 머릿속으로부터 지워놓고, 어딘가 다른 곳에 그 내용을 진행시키고 있어>


‘관찰자 나으리, 도대체 어디에 제가 그런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인가요? 특히나, 의식에는 나타나지 않는 계획이라면 말이죠. 그건 내가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는 말인데, 생각하지 않은 계획이 진행될 수가 있다는 것인가요?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좋습니다, 저도 한마디 의혹을 말해보겠습니다. 관찰자님은 그동안 구인류의 의식 속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탐색하고, 신인류와 더불어 산 시간보다 구인류와 더불어 보낸 시간이 더더욱 많은 사람입니다. 물론, 저보다야 많지는 않겠죠.


그렇지만, 그런 의혹은 하나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이 신인류의 이익보다는 더더욱 구인류의 이익을 생각하고 따지는 사람으로 변모할 수도 있는 분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계획을 취소시키기 위해서, 아무리 완전한 시스템으로 통제해도 구인류 중에 나타날 수 있는 변종을 막을 수는 없다는 증거를 찾아다녔고, 그러던 와중에 진과 사브리나의 변종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이것에는 케언즈의 음모가 숨어 있다고 얘기하고서 그 모든 “신인류들에게는 장밋빛인 계획"을 중단시키고자 하는 것 아닌가요?


아, 물론, 저는 당신의 의식 속을 유영할 기재는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지금 방금 이야기한 의혹은 그다지 큰 설득력이나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고 유추하고, 추측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 없이는 적어도 저는 그런 의혹을 드러내고 말하거나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의식화시키는 것마저 쓸데없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신인류의 이성이 보다 고결하고 위대하여 지구 상에서의 인류의 존속을 보장하는데 더 합당하다고 제가 인정하는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상호 간에 쓸데없는 의심이 없는 삶이 가능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전쟁을 일어나게 만들고, 미움을 일으키고, 삶의 낭비를 낳고, 그 수많은 서로 간의 불필요한 오해를 걷어버릴 수 있는 세상. 그것은 문제 덩어리로 살아온 구인류를 최소한의 기계적 행위를 반복하는 존재들로 만들고, 진정 순수하고 고결한 정신을 가진 신인류가 지배하는 세상만이 가능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이외의 대안은 적어도 이 지구 상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케언즈의 하나 사심 섞이지 않은 신념인 것입니다.’


<그럼, 진과 사브리나라는 전혀 기계적이지 않은 구인류들은 완충작용을 위해서 그렇게 인간답게 남겨두었다....... 이건가? 단 두 명으로 그렇게 광범위한 완충작용이 가능할 정도로 당신과 견주어줄 정도의 인재들이 바로 그들인가?>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말을 하지 않고 보고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것은 일종의 추문이기 때문에 누구도 알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브리나는, 여러분, 이 지구 상에 단 하나뿐인 신인류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살아 있는 구인류. 다시금 구인류와의 사랑을 나눈 신인류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존재, 하이브리드, 네, 튀기, 잡종, 혼혈이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여러분들이 알게 되면, 일종의 파장이 크게 일어날 것 같아 최대한 이정보에 대한 보안을 유지했습니다만, 현존하는 유일한 신인류와 구인류의 혼합형 인간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관찰자님에게만큼은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크게 놀라지는 않았소. 자긍심을 상실한 신인류 중에 누군가가 실수를 했던 모양이군. 그런데, 그 사실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비밀이 될 수 있었을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분명히 심기 불편해할 신인류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 사실은 저와 그리고, 네트워크 영역의 좌표 a1, a1, a1 지역에 가까운 곳에 사는 분들이 신인류 대다수에게 보안을 유지하도록 제 전뇌의 이 사실과 관련된 의식 부분을 차단하는 조치를 항구적으로 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키워드에 대한 차단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의식의 영역에서 "사브리나"가 관련된 언어화되거나 영상화되는 의식 중에, 맥락이 그 상황과 일치되는 패턴이 나타나면, 거의 자동적으로 a1, a1, a1에 근접한 지역에서 차단을 위한 텔레파시 전파가 발생합니다. 그것은 그쪽에서 잠이 들었던 들지 않았던 이루어지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실은 관찰자님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신인류들이 모르도록 컨트롤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이야기를 지금 하는가 하면, 바로, 관찰자님이 속한 분들이 이 의혹을 그대로 갖고 있는 상태로 우리의 계획이 진행된다면, 이제부터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비밀을 유지한 것은 제 능력의 영역이 아니라, 바로 신인류분들의 능력이었습니다. 그것은 장난이라기보다는, 바로, 센세이션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단된 내용인 것입니다.’


<우리가 구인류에게 가하는 정보 차단 및 교란을 우리들끼리 우리에게 가했다고? 그리고 그것을 내가 모르고 있었다고? 그럼, 케언즈, 당신은 지금 우리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이군. 나보다 더 중심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글세요 중심에 다가갔다기보다는 중심을 지원하는 또 다른 역할이 저에게 주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관찰자님께서 중심을 보필하는 또 다른 역할을 다소 은밀하게 진행해 왔듯이 저 역시 제 역할을 해왔던 것입니다.


아, 그리고 진에 대한 감정상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이유가 너무 간단해서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이 인간이 도대체 자기 자신의 잠재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타입이라 자기 자신 저보다도 훨씬 뛰어난 바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직, 그의 가치를 아는 것은 저 혼자 뿐이지요.


몸과 정신의 두 가지 차원이라는 다소 이분법적인 사고의 맥락에서 그를 설명하자면, 이제껏 구인류의 줄기에서 나와 구인류 자체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닌 상태로서 가장 완벽한 균형감을 갖고 있는 인물을 들자면 그 이외에는 그 누구도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감히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부심은 다름 아닌 저라는 인간에게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구인류 유일의 메신저라는 자부심이 그렇게 알게 된 사실에 의해서 무너지는 것은 상당히 가슴 아픈 일이지요. 저는 그를 사건 속에 빠뜨리고 교묘하게 조작된 시험을 통해서 제거하고자 하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는 이미 완충 작용을 넘어서 구인류로부터 신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를 100% 파악하여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저에게 모종의 절망감을 주었고, 그 절망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에 대한 키워드가 떠오를 때마다 의식의 스위치를 끄는 자동반응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구인류의 그 누구에게도 느끼지 못하는 열등감을 저는 인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나는 그의 머릿속에서 주로 이글거리는 사브리나에 대한 성욕과 당신에 대한 모종의 열등감을 주로 읽었지. 물론, 아주 재미있는 현상도 보았어. 일루미네이션 시스템이 구인류를 단순화시키는데 일조를 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이 진이라는 인간만 확실한 발전과 분화, 복잡화를 이루어가더군.


인간적인 심리구조의 진화를 나는 그의 안에서 목격할 수 있었어. 신인류가 사고적인 측면에서 혁신적인 진화를 이루고, 생식적인 면에서 보다 올바른 방향을 찾아갔다면, 그 두 가지 면에서는 다소 심각할 만큼의 문제점과 다소 반사회적 요소를 보였지만 진은 심리적 구조에서 문제점을 상쇄하고 혁신적인 진화, 즉, 여러 개인의 역사를 자신의 내부 한 곳에 모으는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적인 진화를 자기 자신도 모르게 수행해내고 있었지.


이를테면, 필요한 인격을 도구처럼 체득해서 내부에 갖고 있는 거야. 이건 솔직히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납득할 수가 없는 내용이었지. 이건 교과서든 신의 계시든. 그 어디에도 없는 거야. 그런데, 당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제야 이해되는군. 당신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능력이 그에게 있다는 사실에 당신이 느꼈을 당혹감도 이제 와서 파악이 되고 말이지.>


‘그럼, 이제 오해가 풀렸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네, 그 두 인간이 존재해야 할 필연을 당신은 최근에 만들어 우리에게 선사했지만 어떻게 그 오랜 세월 동안 그 내용을 의식화하지 않고, 들키지 않으며, 우리 중 누구도 모르도록 만들 수 있는지는 여전히 내겐 의심으로 남네. 어찌 되었든 자네의 프레젠테이션의 끝까지 봐야 하는 것이 지금의 중요한 일인 것으로 생각되니까 말이지, 이제 끊어졌던 이야기나 다시 이어가도록 하게나.>


‘그렇다면...... 다시 이야기의 맥락을 이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