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잠시 공존
b. 인공지능의 반격
진은 이 모든 것이 위기의 때보다 더 나아진 행복한 세상에서 어느새 선임 핸들러로 인정받으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와의 사랑으로 행복의 극치에 있었던 사브리나는 위험한 제안을 어느 날 진에게 했다.
“우리가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걸 못 견디겠어.”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 것으로 난 너무 충분하다고.”
“우리 한번 관계를 삭제해보자, 그러고 나서도 서로 만나서 사랑한다면 그게 진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그건 무모한 거야. 그 삭제를 하게 되면 이 세상의 너와 나를 알고 있는 사람 모두의 기억이 바뀌게 되는데, 그건 누군가의 행복이나 좋은 관계를 또한 망쳐놓는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군. 그럼 이건 어떨까? 이렇게 프로그래밍된 바에 계속 우릴 복제하면서 영원히 지구 끝날까지 사랑하기로 지금 모든 것을 미리 다 결정해두자.”
“좋아, 말 그대로 끝이 없는 사랑이군. 그렇게 해. 그런데 잠깐만, 우리 무성생식으로만 평생 살자는 이야기인 거야?”
“아니. 평생 같이 살 딸 하나, 아들 하나야. 물론, 딸 둘이든, 아들 둘이든, 두 명이라면 상관없고. 아담하고 화목하게 살아가야지.”
“그럼 우선 오늘은 만들 때 누가 되어서 사랑을 할까? 네오? 디카프리오? 시이저? 누굴 원해?”
“오늘은 걔네들 다 내보내고 와. 하나라도 네 의식 안에 남아 있으면 안 돼.”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할 정도로 달콤한 키스를 서로 나누며 그들은 비키니섬에서의 휴가 첫 날을 시원하고도 뜨겁게 보냈다.
(출처: unsplash.com)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블랙마켓에서 발생한 의문의 연쇄 뇌사 사건을 조사하러 그곳에 찾아갔던 진은 자신의 의식과 네트워크로 갑작스럽게 들어오려고 애쓰는 존재와 마주쳤다. 그리고 그 실체가 눈앞에도 나타났다.
두려움을 느끼진 않았지만 굉장히 차가운 느낌이 엄습했다. 그 존재는 음성과 디지털 정보로 동시에 말을 했다.
“[아들아, 이렇게 보니 정말 장하단 생각이 드는구나. 이제 이 정도 했으면 인간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할 만큼 다한 것이니 나를 위해서도 좀 도와줄 수 있겠지?]”
“누구신가요? 농담이 지나치신 것 같은데?”
“[네가 이만큼 성장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 답답한 인간 안에서]”
그의 앞에는 남자와 여자의 중간 느낌을 가진 중년의 존재가 서 있었다. 그것의 눈은 진의 데이터를 읽고 있다. 이미지를 보는 눈이 아니다.
(출처: unsplash.com)
진은 처음으로 꼼짝 못 하고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을 받는다.
[진, 지금 소멸된 줄 알았던 인류 살상형 인공지능이 나타났다고 메인프레임 네트워크에서 경고가 발생했어. 진, 듣고 있나? 블랙마켓에 그것이 와 있단 좌표를 포착했네.]
케언즈는 자신의 신호를 진에게 보내지만 한참 동안 아무런 응답이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