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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10. 2021

<올드>-순간의 소중함을 깨닫다

급격하게 시간이 흐를 때 깨닫게 되는 순간의 소중함

스포일러가 순식간에 나타납니다.


이 영화를 볼까 말까 얼마나 망설였던가? 사실 개봉과 동시에 "나이트 샤말란"의 이 작품이 나름의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낳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에서 읽었고, 관심이 많이 기울어졌다. 그 감독은 지금 내 나이의 주변에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는 다종 다양한 세대에 "식스 센스"란 영화로 반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참교육"을 실행했던 이로 유명하다.


범죄물의 반전에 있어서 "유주얼 서스펙트"가 하나의 대표적인 작품처럼 거론되는 것처럼, "식스 센스"는 일면 범죄물 인척 하다가 "심령물"로 마무리 짓는 장르 파괴의 걸작으로 계속 언급된다. 그러나 뛰어난 작품 이후에 "싸인"이나 기타 몇 가지 작품의 품질이 매우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한 때 그는 할리우드에서 버려진 카드 중에 하나가 되었었다.


그의 기적적인 복귀는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 "글래스"라는 그만의  다른 몬스터 안티 히어로물 장르를 통한 SF 세계관의 영화가  통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브루스 윌리스" "새뮤얼 잭슨"열연한 "언브레이커블" 보았지만, "제임스 맥어보이"  작품 속에 끼어든 "23 아이덴티티" 개봉된 이후부터 "볼까 말까" 망설인  어언 5년이 넘어가 버렸다.


그에 대한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는 거리낌이 계속 나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드"는 어쩌면, 그 꺼림칙함을 무릅쓰고 보게 될 경우에 불길한 예감대로 "재미없고 낭패스러운 구시대적인 반전"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지 않을까 주저했던 내가 오늘 가까스로 낸 용기로 본 작품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감독의 주특기인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성취하면서도 재미있고, 의미도 잃지 않는 또 하나의 인생 수작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었다. 용기를 낸 것을 후회하지 않았고, 영화의 끝까지 잘도 끌려갔다.


심지어 이 영화 속에 감독이 아주 작지만은 않은 비중의 조연으로 출연해서 거의 끝부분까지 나왔기 때문에, 이 감독, 자신의 얼굴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걸고 나름 투신했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이 영화가 선택한 반전이나 마지막 후반부에 밝혀지는 음모 같은 내용은 사실 이 영화에서 크게 중요한 내용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주요 배역들이 몰려가 있는 해변가의 밀폐되고 단절된 공간에서 급격하게 나이를 먹으며 노화하고, 지병이 악화되며, 아이들이 갑자기 성인이 되는 내용은 충격적이고도 스피디한 방식으로 나온다.


아역 배우 3명을 각각 2명 이상의 연기자가 배역을 맡음으로써 급격한 성장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By  Koimoi.com Team    -  May 28, 2021

그 과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잔인할 것만 같은 장면은 의도적으로 앵글 밖으로 벗어나 나타나지 않고 상상력만 자극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며, "엑소시스트"와도 같은 장면이 하나 후반부에 나타나지만 이미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비주얼은 선사하지 않는다.


이미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픽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일부러 다 보여주지 않고, 궁금함을 자극하며, 기술로부터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는 듯한 영상을 계속 보여주었다.


예산 최소화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제작사 측이 박수를 쳐주었을 것 같다. 흥행도 분명히 투자 대비 높은 이익(ROI: Return On Investment)을 기록했으리라.


제작사는 그다지 이 영화를 찍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예산을 이 정도만 확보해주면 이만큼 흥행이 되는 작품을 만들께요. 안 믿기신다고요? 제가 누군가요? 저 나이트 샤말란이에요. 네?"라고 이야기해서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것만 같은 상상이 계속 들었다.


음향이나 영상 기술 효과 등을 논하자면, 이 영화는 욕을 먹어야 하지 칭찬을 들을만한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어찌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덧없음과 미국의 문화이자 미덕처럼 일컫어지는 "쾌락주의, 행복 우선 주의, 실용주의, 소비지향 등등"의 현시대에 와서는 다각도로 비난받고 있는 자본주의적으로는 올바를 수 있겠지만 인간적으론 그 의미를 잃어가는 삶에 대한 비평이 들어가 있다.


동시에 연출적인 면에서 좁은 해안가의 산으로 둘러싸인 협곡에서 외부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그려지면서 일종의 연극 무대 위에서 좁은 간격으로 서 있는 배우들이 원테이크로 여러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듯한 장면이 반복된다.

www.newyorker.com

그중에서도 남매를 키우고 있는 두부부가 싸우면서 점차적으로 밝혀지는 갈등 속에서 그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이 글로벌화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어떻게 되건 말건 행복하지 않으면 "쉽게 이혼을 선택하고 헤어지는 풍조"가 얼마나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인지를 제대로 감잡게 해준다. 다만 정말로 잘못된 결혼인 한 커플의 기괴한 모습도 설득력 있게 나온다.


그런 부부가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노화가 촉진되고, 어린아이들이 순식간에 성인이 되는 급격한 변화를 겪는 가운데서 이 위기의 부부는 서로를 돌아보게 되고, 점점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죽음 앞에 연대감으로 묶이는 진정한 동반자로 변화해가는 것이 두 배우의 점차적으로 성숙해가는 연기력의 깊이가 드러나면서 더욱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나이트 샤말란"은 그런 면에서 영화의 중심에 무언가를 하나 제대로 던져서 그 메시지가 관객의 내부에서 어떤 울림을 가질 수 있는 것 하나쯤은 제대로 건져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낸다. 항상은 아니더라도 가끔이나마.


그러나 이전의 이 감독의 작품에서도 항상 그랬듯이 이 영화에도 논리적인 결락이나 모순이 듬성듬성 나타난다. 앞 뒤가 안 맞고 말도 안 되고 그냥 되는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이어 붙인 것만 같은 부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마지막 장면까지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뭔가 얻었다는 느낌을 그냥 무시할 수도 없다.



1. 주인공 부부의 아내의 지병인 종양 덩어리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절개한 부위가 급속도로 아물어 버리는 바람에 다시 절개하고 갑자기 커져버린 핸드볼 크기 정도의 종양을 절제해서 꺼낸 뒤에도 노화로 죽을 때까지 버티는 장면이 나온다.


그에 반해, 절벽을 기어오르다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은 그대로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회복의 속도가 빠르다면 추락으로 인한 골절이나 상해도 빨리 아물 수 있어야 하는데도 그 장면은 의도적으로 생략해서 아예 그려지지 않는다.


2. 주인공 부부가 서로 화해하고 있을 때, 정신질환자로 나오는 다른 가정의 가장이자 의사가 수술용 메스를 휘두르며 망상에 빠져 그 부부를 죽이려고 할 때, 수술용 메스에 아무리 배여도 두부부는 멀쩡했지만, 녹이 슬어 있는 나이프로 조금 찔리고 배인 뒤의 의사는 온몸에 독이 퍼져 죽는 장면이 나온다.


"1"에서 종양 수술도 거뜬히 했던 의사가 자기 몸에 녹슨 칼로 배인 부분이 독이 온몸으로 펴지는 중에 신체 절단이나 절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독이 혈관을 통해 퍼져서 죽는다는 설명으로 끝나는 것이 왠지 석연치 않게 보이지만, 원래 "나이트 감독"에겐 그런 거 물어볼 필요가 없단 생각이 들어서 잊기로 했다.


3. 특정 해저 지형상의 어떤 부분을 통해서만 외부 세계로 나갈 수 있음이 결국 밝혀지긴 하는데, 그 부분이 왜 그 해변가의 광물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전무하다. 이런 것도 굳이 이 감독에겐 따져서는 안 될 것 같아 그냥 마음에 묻기로 했다.


4. 할리우드 영화가 최근 십수 년간 히어로와 뱀파이어, 좀비 등의 초인적이고 불멸의 존재를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단명하고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만듦으로써 나름의 니시 마켓 포지션을 잘 잡아 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복잡한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부담을 느끼는 관객층에게 약간 인지적인 부담감이 덜한 영화를 제공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5. 이 모든 배후에 있는 것이 "거대 제약 회사"인 것으로 그려지고 그 이름은 왠지 모르게 "존슨 앤 존스"같은 형식을 가진 이름을 갖고 있다. "올드 가드"에서도 그렇고 여기에서도 그렇고 "미국계 글로벌 거대 제약 회사"가 자본의 노예로서 비윤리적으로 인간을 막 대한다라는 이미지가 한번 더 나온다.


"킹스맨 2"에서 언급된 정부에 로비를 해서 마약 성분이 들어간 약을 팔고 이 약의 중독성을 해독할 수 있는 약도 그 제약사가 만들어 갖다 파는 "병 주고 약 주는" 미국의 실정상, 미국의 대중은 이미 이 거대 제약사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약을 파는 회사가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반복되어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제약사의 이야기를 드러낸다고 해서 특정 제약사가 명예훼손 같은 것으로 시비를 거는 것은 보지 못했다. 입이 두 개 있어도 할 말이 없던지, 쓸데없는 논란을 피하면서 약만 팔면 된다는 지침이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6. 꼼꼼하게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고 치밀하게 해석하고자 한다면, 이 감독의 영화는 좀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이해하고 감상문을 적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영화에 그런 시도를 하려고 했다가 낭패스러웠던 전적이 있어 아마도 세상 끝날까지 내겐 그의 신작은 항상 볼지 말지 망설이는 대상이 될 것 같다.


단순한 주제를 담아놓고 아무 생각 없이 보게도 만들지 않으면서 묘하게 신경이 자꾸 쓰이는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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