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다양한 집단 안에 동양인 노동자 계층의 히어로 커플을 연결하다
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샹치가 어떤 작품으로 나타날 것인지
정말로 많은 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작 개봉했을 때는 달려가서 보지 못했고
느지막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지워지고
더 이상 이야기도 없을만할 때
영화를 보게 되니 조급함도 없었고,
영화 속의 이전의 마블 히어로물의 톤과
많이 달라진 요소가 있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그 차이점을 굳이 도드라지게
느낄 이유도 없었다.
이 영화는 숨 가쁘게 움직이는
다이내믹함으로 가득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눈에 띄는
몇 가지 액션 장면에서의 스피드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느릿느릿하다.
주인공인 "샹치"의 서사를 조급하게
알려주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었고,
이전의 마블 작품들에 비교해서
더 뛰어난 작품이 되어야만 한다는
초초함 같은 것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저 또박또박 영화의 서사를 써 내려갔고,
몇몇 홍콩 등지의 무술 액션 영화와
중화권 영화에서 매력적인 장면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요소들이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끼워져 있었다.
나름 히트했던 북미의 드라마에서
한국인 역할을 했던 남자 주인공이
이 영화에서 중국인을 연기하였으므로,
우선 초기의 친구들 간의 대화 속에서
그를 한국인으로 오해하고
"강남 스타일"이라고 부른 사람에게,
자신이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라고
밝혔다는 대사가 나온다.
조금씩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근육질의 몸과 뛰어난 무술 실력이
나름 화려하게 나오기 전까지
주인공 "샹치"는 그저 평범하게
"아콰피나"가 연기한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표정을 짓는 작달막한
여주인공의 "머리가 엄청 크고"
구수하고 우직한 성격을 가진
오래 알고 지낸 남사친으로만 나온다.
그 둘이 하고 있는 일은 "스파이더맨"의
가난한 기자와 "앤트맨"의 "좀도둑"만큼은
아니지만 궁상 맞고, 사회의 밑바닥은
아니더라도 초라한 "발레 파킹"이다.
영화 속에서 그 둘은 "케이티(아콰피나)"의
가정의 할머니에 의해서 충분히 그런
직업 이상의 일을 할 능력이 있음에도
"발레 파킹"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백인 중산층도 취업이 녹록지 않은
미국의 현실에서 아시아인이자
유색 인종 계층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그다지 수월치 않은 현실을 흘러가듯
그려주고 있다고 느꼈다.
중화권 관객에 대한 흥행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양조위"와 "양자경"이
그 오랜 인지도를 화려한 존재감으로
제대로 영화 속에서 보여주며, 동시에
영화 전반에 "중국어" 대사가 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개봉은
중국 정부에 의해서 보이콧당했다.
물론, 중국색이 강력하게 드러나지만
미국 할리우드식 액션 영화 분위기가
너무 많이 녹아 있어서 비위에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계속 이런 식이면 중국이 세상에
내다 팔 상품의 수준 자체의 상향도
어려울뿐더러, 음성적인 영상 송출
기술만 더욱 발달할 뿐이겠지만,
대중의 사고가 자유나 평등 같은 것으로부터
멀어져 있어야만 더 권력과 정치적 위상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중국 공산당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위의 단락은 사실 순진한 내용이고
같은 종류의 미국식 히어로물 영화라도
중국 자본이 만든 “퍼시픽 림 2”에는
중국 최고 주의도 도드라지게 깔면서
개봉을 허하고 막대한 수익을 거두도록
도와주었었기에, 이건 미국과 중국 간의
자본과 정치적 알력의 싸움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다. 이 둘의 싸움 중에
서로가 잃고 있는 것은 미국 영화사의
잠재 매출 및 수익 상실과 중국 대중문화
상품의 세련화의 지연, 잠재 확장성 감소다.
이른바, 대국의 풍모, 다양성에 대한
관용을 중국 정부가 아직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가진 것은 사실상 그 외의
국가에게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계속 이렇게만 한다면 한류 문화의
질주도 더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정치적인 이유를 통해서
창작을 제어하고 문화적인 역량을
적지 않은 시간 떨어뜨려왔지만
최근의 쾌거는 그런 인위적인 통제가
상당수 사라진 상황에서 가능해졌다.
그처럼 자신의 역량을 숨기고 살아왔던
"샹치"가 중국의 고대보다도 훨씬 더
오래전에 만들어진 "10개의 링"을
찾아내고 용을 불러내며 자신의
아버지인 "만다린이자 웬우"와
싸워서 숨겨져 있던 마을에서
봉인하고 있던 "게이트"를 다시 막고,
그 안으로부터 나온 괴물들과 붙어
싸워 이기는 스토리는 중국 정부로선
꽤 위험한 "민중봉기"의 전설이었다.
클리셰를 빗나가는 스토리는 통상
히어로물 주인공의 남녀가 꽤 괜찮은
외모를 지니고 로맨스를 펼쳐가는 것관
다르게 평범하게 "발레 파킹" 일을 하던
모자라 보이던 외모의 유색인 계층이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복귀하여 "마블 히어로"들과
연결되어 본격적으로 인류를 지키는
일을 하게 된다는 결말까지 가는데
있어서 장애가 되는 "중국"과 그 나머지
세계의 관객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뜨려 갈 수 있도록 잘 편집되어 있다.
노래방에서 오랜 시간 녹초가 되도록
노래를 부르는 문화라는 것은 사실
굉장히 아시아적이고도 일상화되어 있는
문화인데, 그동안 보았던 그 어떤 대형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았던 장면이어서 이를 문화의 일부로
드러낸 내용도 꽤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히어로물의 공식을
무난하게 채용해서 성공하기보다는
좀 더 일상의 방향과 정치적이고도
문화적인 관객의 고정관념을 은연중에
공격하면서 그 빗장을 풀고 내부로
들어가는 굉장히 영리한 방향을
영화의 작법으로 잡았다.
전형적인 악당도 영웅도 영웅의 애인도
전설에 따라붙는 너무 진지한 엄숙함도
없는 상태에서 곳곳에 부담스럽지 않고
촌스럽지 않은 동서양 문화가 녹아든
유머가 녹아 있다. 그리고 미국식의
블록버스터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계층을 주인공으로서 연결시켰다.
칭찬받아 마땅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래픽의 일부에는 이전의 마블 작품의
자연스러움이 다소 사라진, 한 템포씩
늦거나 빠른 장면이 눈에 띄지만
그것이 무색할 정도로 긴장감 넘치고
시선을 뺏기지 않는 액션 장면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