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느껴지는 세기말의 감동
얼마 전에 인셉션으로 시작했다가
매트릭스로 마무리한 글 뒤에
뭔가 미진한 정서가 남았다.
그래서 예전의 감상문을 찾아
이곳에 다시 올려본다.
그 영화를 보던 때의 십수년 전의 나는
이른바 시장경제에 충실하게 적응하기
전의 순수한 사회초년생이었다.
따라서 글은 시장경제를 다소
등한시한 치기 어린 열정으로
쓰여져 있다.
지금의 나와는 다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사람들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도 달라졌으리라......
다만, 내가 느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다시 보여 드리고자 한다.
2015년 9월 어느날 아침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깨달은 것은
모든 탑승객이 스마트폰을 들고
저마다의 매트릭스에 갇혀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이 영화는 거의 현실화되었다.
Matrix의 의미는 학교 다닐 적에, 국제 경영학이라든가, 마케팅 등에서 배운 의미가 전부였던 제게, 영화 Matrix가 처음 개봉하던 날은, 그 평면적인 교과서 속의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바뀌는 첫날을 의미했습니다.
가상공간이라는 정도의 축약된 의미로 설명되는 Matrix는 사전적으로는, 수치로 집약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눈으로 볼 수 있게끔, 인간의 정보 전달의 편의를 위한 공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Matrix의 Matrix 공간은 인간의 의식을 투여해서,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을 현실로 착각하게 만들어,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자신들의 양분으로 사용할 전력을 인간으로부터 뽑아내 오기 위한 시스템으로 나옵니다.
Matrix가 기계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된 순간, 단어의 의미는 반전되는 것이죠. 기계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으로 변화하니까요.
자신이 타인의 편의를 위해서 철저히 기만당하고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은, 현실의 어느 곳에든,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일상적인 상황이기도 합니다.
Matrix라는 영화 속에 담겨진, 좀 더 확장된 영화의 의미는, 바로, 타인들이 설정한 인식의 감옥에 갇힌 현대인들에게, 자유의 의미와 인간의 자유의지의 환상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1편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편을 보고 난 뒤에, 2편을 다시 보게 된 사람들은 이 일상의 비유화된 모습으로의 Matrix의 의미가 송두리째 바뀌어 있다는 느낌과 감각 때문에 일종의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영화를 보는 내내 겪었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영화 속의 주인공인 Neo는 현실 속의 우리를 비추거나 투사하는 좀 더 일상적인 존재의 측면에서 벗어난, 진짜 슈퍼맨 내지는, 이미, 가상의 차원에서 거의 완벽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장시킨, 전혀 다른 차원의 인물로 변화하여 있으니까요.
Neo 의 직업은 비록, 컴퓨터 회사의 직원에다, 유명한 해커라는, 좀 더 세련화된 Two jobs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가치를 조율당하고, 일상 속에 침잠해 있는 우리들 자신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나약하고, 좁은 인식의 감옥에 갇혀있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1편에서 느꼈던 모종의 쾌감과 카타르시스의 배경에는, 이렇게나 친근한 주인공이, 결국에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마치 영화 속에서, 좀 더 확장시켜, 위대하고도 자유로운 존재로 만들어 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던, 1편의 스토리 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면서, 동시에 기성세대에게조차 1편이 확실한, 지지와 마니아 계층을 만들게 된 것에는, 바로, 우리와 주인공인 네오가 갖고 있는 어느 정도는 동질적인 차원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었고요.
* 2편에서 우린 일상 속의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매트릭스 속에서의 영 딴 존재인 Neo를 목격한다.
CG 기술의 발달은 매트릭스 1편과 2편의 간극을 만들어내는 여러 장치들을 만들었습니다.
5-6배 많아진, 보다 세련되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 그리고, 활력이 넘치고, 상상이 풍부해져 있는 스토리가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에 일순간 1편과는 거의 완전히 다른 성격의 네오나 시온의 모습 앞에 당황하게끔 됩니다.
여기에서, 저는 일종의 자기 자신의 일상과 매트릭스 사이에 있는 연결성을 저의 내부에서 찾아낼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스토리는 붕떠서, 전편에서는 그 정체를 정확히 드러내지 않았던, 현실의 세계를 깨달은 뒤에 한 곳에 모여, 기계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인간들이 모여사는 시온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 지점에서, 완전히 우리들의 모습과 영화 속의 현실 속의 인간이라는 것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 버립니다.
한껏 관능적인 시온의 축제는 카니발을 연상시킬 정도로 노출과 육체적인 매력의 도가니에 몰입시키면서, 네오와 트리니티라는 두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의 열정적인 사랑으로 흥분도를 끌어올리지만, 그것은, 왠지 가까이 느끼기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장면으로 보이게 됩니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비유적이나마 연결되었던, 영화 속 인물들과 저자신과의 연결점을 망각하거나, 모종의 실망감 속에서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더군요.
* 프로그래밍된 세계 속의 네오일 뿐인가, 아니면, 우리 세계 속에서 기적은 진실로 일상적인 현상이 될 수 있는 것인가?
Matrix가 SF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닐까 싶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게 해주는 것은, 네오가 1편에서 영화 속의 현실세계 속에 등장하는 방식을 경험하는 관객들이, 어느 정도 영화 속의 설득력 있는 가정들을 납득하도록 하는 탄탄한 논리 구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2편에서 20세기 말의 집적된 모든 정보가 Matrix를 현실인양 구현하고 완전히 가공인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의식은 거의 완벽히 기만당하고 있다는 설명이 다시금 나오면서, '아,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이것이지...'를 다시 깨닫는 과정이 있었고, 이 부연설명이 가져오는 것은 영화 몰입을 사실은 반감시키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것이 안타깝게도 몰입을 사라지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물론, 수년만에 다시 만든 시리즈라 새롭게 보는 관객들이나 기억력이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필요악으로 넣었겠지만. 제게는 과유불급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편안히,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었던, 1편의 매력이, 바로, 편집되고 축약된 설명의 마력이었음을 2편을 보면서 절절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마력은 영화의 끝 부분과 중간의 Matrix 공간을 설계한 프로그램인 아키텍처와 네오와의 만남의 부분에서, 상당히 결락된 바가 많은 장면들과 대화 속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기는 합니다.
Neo라든가 시온이라는 존재 역시도, 사실은 Matrix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 등등... 하지만, 영화 이해의 방식은 보다 단순한 것일 수 있습니다.
Neo가 만약, 일상 속의 우리의 반영이라면, 결국, 반항하고 저항하는 역할 그 자체도, 이 사회, 이 세상의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일부분이고, 그것을 통해서 시스템의 안정성이 배가되는 현상은 언제라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아키텍처와의 만남 장면은 반전의 놀라움을 다소 가라앉힌 상태에서 던져줍니다.
이미 Matrix는 저항군이나 Neo와 같은 영웅적인 인간에 의해서 6번이나 붕괴와 재창조를 했던 상황이고, 이번에도 Neo는 사람들을 구하던지 승산 없는 싸움을 하던지를 선택해야 한다라는 어찌 보면 전형적인 컴퓨터 게임을 클리어하는 스토리가 나오게 됩니다.
Matrix 내부에서 벌였던 Neo의 기적적인 활동이 매트릭스 밖에서도 벌어지는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그런 의미에서, 일상은 비일상적인 저항이 갖는 의미가 다시 순기능이 되어 올 수 있는 곳이라는 부분입니다.
어찌 보면 한 사회는 저항과 반발을 겪음으로써 오히려 그 사회의 영속성이 더 보장되고 존속성이 강화된다라는, 다른 말로는 병을 앓아본 사람이 오히려 나이 들어서는 더 건강해지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정을 느끼게 하면서, 다시 이 영화의 마력은 갱신되어 다가오려 하나... 마무리를 짓지 않고 3편을 보기를 강제하는 마지막 화면은 관객들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립니다.
이 지점에서 1편에서 겪었던 몰입의 여지는 2편에서는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죠.
다만, 넷이라는 세계에서의 우리의 모습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 활동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라는 생각이 비약을 넘어 떠올랐습니다.
인터넷이라는 Matrix가 현실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어쩌면 영화에서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잠시간, 저는 이 영화가 결국 이 두 공간의 통합을 언젠가는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 우리는 두 편의 영화를 경험하면서, 매트릭스의 경제 모델로부터 해방되거나 그 정체를 깨닫게 될 수 있다.
1편이 갖고 있는 진정한 성공의 이유를 성찰하는 제작스텝들이었다면, 2편이 선사하는 유리감이 가져올 관객들의 실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 속의 핸드폰에서부터, 선글라스, 의상, 부츠, 노트북 등, 그리고, 화려해진, 액션 영상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의 개발, 그리고, 모든 관객들의 예상이나 기대를 훨씬 벗어나는 스토리 구조를 영화 바깥에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매트릭스 1편이 갖고 있는 미덕들이 조금씩 깨어져 나가 버렸습니다.
1편과의 차가운 단절감이 2편 내내 흐르고 있게 돼버린 것이죠. 이것은 1편의 성공과 더불어 연관 상품들을 개발하여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영화 제작사 마케팅이었겠지만, 1편의 심플함이 가졌던 순수한 매력의 적지 않은 부분을 가져갔음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소비의 일상이나, 기타 사회 시스템 속에 눌려서, 왜소화 된 존재들인 현대인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영화라기 보다는, 이 영화는 다름 아닌 현실사회의 우리의 인식을 좁혀버리는 시스템 자체를 더욱 합당화하고, 매트릭스를 소스로 하는 그야말로 현실의 Matrix를 재생산하는 과정으로 흐르고 말았습니다.
영화가 우리를 '소비의 Matrix'속에 가두려 한다는 느낌을 직설적으로 2편 속에서 체험합니다.
다시 말해서, 영화 속에 1편에서 몰입되었던 관객들이, 2편을 보다가 "영화" 밖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들을 기반으로 한, 자기반성과 관조, 성찰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부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이게 그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2편의 메시지의 출구 같습니다.).
우리는 소비사회를 진행시키는 부속으로, 마치 인공지능이 만들어놓은 Matrix 속에 사는 것처럼,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 모순 두개가 잘 포개어져서, 서로 만족한 듯이 바라보게끔 이끌고 있는 것이 Matrix 2가 1과는 달리, 우리에게 거북스러움을 주고 있는 부분입니다.
영화 속의 Matrix로부터 인간들을 해방시키려는 움직임과는 별개로, 개봉된 영화 Matrix라는 상품은 관객들을 자신의 상업적 Matrix 안에 가두려 다가옵니다. 물론, 이것은 상업영화의 당연한 본질입니다.
우리는 현실 세계 속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별로 살 필요도 없는 상품들을 사게끔 미디어나 넷 속에서, 강제당하고, 별로 할 필요가 없는 관념이나 사상에 빠지고, 인정하기도 힘든 현실인식을 자기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강요당합니다. 여기서 필요와 불필요를 가르는 것은, 과연 그것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가의 측면입니다.
Matrix 2는 바로, 소비를 자극하는 측면이 보다 극대화되어 1편과는 상당히 다른 Matrix를 영화 속에서 구현하고 있습니다. Ani Matrix를 통해서 구조를 확대했다고는 하지만, 제게는 1편과는 기본적인 콘셉트부터 달라진 작품이 2편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 Matrix의 원래 의미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 내었음.
Matrix, 즉, 가상공간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편의를 위해,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무척 유용한 공간이란 것이 바로 그 단어가 정의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matrix [mitriks, mt-]L 「자궁, 모체」의 뜻에서 n. (pl. trices [-trsz], ~es)1 a 주형(鑄型), 모형; 각인기(刻印機)
b 인쇄 (활자 주조의) 자모, 모형(母型), 지형
2 a 고어 자궁(womb)
b 모체, 기반
3 생물 세포간질(間質)
4 광산 모암(母岩) (gangue); (암석의) 소지(素地)
5 (레코드 복제의) 원반, 모반(母盤)
6 컴퓨터 매트릭스 ((입력출력 도선의 회로망)); 수학 행렬
the ~ of a nail 해부 조모(爪母)]
Matrix가 가공할만한 악으로 변화해버리는 순간은, 곧, 인간의 편의가 아니라, 기계적인 시스템, 그리고 악의적으로 인간을 이용하려 하는 어떤 존재의 손아귀에서 작동되고 있는 것이 되었을 때입니다.
실상, Matrix 1이라는 영화 속에서 인간들이 시스템에 반항하는 것에 대해 관객이 동의하는 도덕적 정의는 "인간의 자유를 위해서"라는 것인데, Matrix 2가 의도하는 것은 이 사회 속의 이미 기계화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본 시스템의 확장"이라는 것이어서,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게 영화 몰입을 결정적으로 방해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럼으로써 영화를 벗어난 성찰을 하느라 깊이 딴생각에 잠기도록 이끌어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같이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지 않았을 대다수의 관객은 이것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 겨를이 없을 정도로 쉴 샐 틈 없이 볼거리가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trix는 우리에게 보다 인간적인 성찰을 하도록 이끄는 그 순간을 벗어나, 우리에게 영화 밖의 Matrix를 보게 만드는 하나의 힌트 역할을 하는 영화로 다가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편과 2편의 달라진 영화의 구조와 역할을 파악해 나아가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피로하게 만드는 것이긴 하지만. 두 영화를 보는 것은, 여가 시간에 대한, 즐거운 유희를 하는 순간인 동시에, 좀 더 긴장된 순간이었습니다.
다운로드를 받아보더라도, 볼만할 영화라고 생각해봅니다.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보아도, 이 영화가 선사하고 있는 감각의 극대화는,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IT 종사자나 종교 종사자분들은 이 영화를 각자의 직업적 관점에서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영 딴판으로 해석해도 이 영화는 아귀가 맞는 결론을 내놓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잘 팔리는 스토리나 영상의 공통점은 아닐까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