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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Dec 12. 2021

<핸들러의 부패>-절대 권력의 타락-2

부패한 핸들러와 구 신인류의 협상

일단, 그들 핸들러 중에 가장 강력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이가 네트워크 속을 유영하는 존재라는 공간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텔레파시로 자신들의 의식에 들어와 자신의 생각을 볼 수 있다고 해도 끼치는 영향력은 그의 육체가 네트워크 밖에 있었을 때보단 훨씬 약해진 상황이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14lr-KjoyDU

그러나 그 전의 경험을 통해 핸들러들 각각의 의식 속에 있는 잡음을 피해서 진정한 심층 의식 속의 진심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을 지난 역사를 복기하여 잘 알아낸 “부패한 핸들러들”은 진과 케언즈가 개발해서 잘 사용했던 보안 방식을 좀 더 창의적으로 응용하여 다시 사용했다.


1. 그들에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올 불법행위를 종이 위의 글로 작성해서 이를 공유하는 자끼리만 나눠 갖는다.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qSYRsN1x6Ts


2. 그 종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일정의 시간이 지나고 일상적인 행동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다시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한다. 주에 한번 정도 화장실 청소를 하기로 정해놓고 청소기의 손잡이에 붙여 놓던지, 아니면, 침실의 시트 밑에 넣는 등 일주일 내에 한 번은 접하게 될 수 있는 장소에 보관하는 등의 습관을 갖기로 했다.


3. 그 행위에 대한 내용이 의식과 네트워크 정보 속에 남지 않도록 우선 논의와 실행 계획이 결정되면  그 즉시 대량의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와 과부하 상태가 되어 그 순간까지 들어찬 그 계획에 관련된 전체 메모리를 날려버린다. 부패하기 전 상태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마치, 영화 “메멘토”의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처럼.


4. 모두의 머리에서 그 행위에 대한 내용을 지운채로 일상을 진행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시 그 종이를 찾아 그 키워드로 잠시라도 검색을 하면, 보안 검열을 하고 폐기된 정보가 모여 있는 창고에서 다시 그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5. 정보를 확인한 후 행위에 대한 목적을 다른 이유로 각색해서 시스템 상의 업무 데이터에 올린다. 다시 기억 속의 메모리를 선별하여 지운다.


6. 이 과정에서 의식 속에서 오가는 데이터를 의식화하여 텔레파시가 가능한 구 신인류가 우연찮게 포착하게 될 경우, 그 데이터가 구 신인류의 텔레파시 네트워크에서 확장되지 않도록 만든다. 키워드 금지어로 설정하는 등 노이즈로 처리되게끔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구 신인류의 텔레파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진”의 더듬이를 하나 불능화 시키는 것이다.


7. 이 패턴을 계속 반복하면서 금액적으로 일정 기준 이상에 도달하거나 새로운 이익 루트를 만들어야 할 경우 "쉐도우" 상태로 관련된 "핸들러"들이 모여서 논의한 후 이를 실행할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시마 씨, 그런데 말이요. 내가 이런 일에 협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뭐요?">


'아시죠, 우리가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우리 시간으로 1분이 넘게 되면 "진"이 우리 대화를 포착할 수 있다는 거요. 이 협상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나야 됩니다.'


<다시 한번 "진"에게 된 통 당할 위험도 있는 일인데, 그걸 감수하면서도 아무 이익이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는 거잖소. 그게 뭔지는 좀 알아야 동기 부여도 되는 것이고. 우리 입장에서야 당신이 이런 식으로 타락하고 있다는 내용을 "진"에게 알려주고, 우리가 아무 야심이 없이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만 봉사하고 있다고 믿게 하는 게 "자칫 말살당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일이 아니겠소?>


'저, 너무 빠르게 많은 내용을 전달하시는데, 일일이 따라갈 수가 없군요. 좀 짧게 이야기해 줄 순 없나요?'


<아, 미안하오. 케언즈와 진 같은 존재와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남아서 댁도 긴 내용을 간단히 이해할 능력이 있는 줄로 알았소.>


'나 참, 그 재미없고 진지하고, 마냥 잘나기만 한 족속을 우리와 비교하지 마쇼.'


<그래요. 그렇죠. 당신과 내가 생각하기에 그 족속은 아마도 우리와는 다른 존재인 게 틀림없어요. 여기에 합의할 부분이 있겠지요.>


'"케언즈"라면야 지금도 몸과 의식 모두를 다해서 충성할 생각이 쪼끔 남아 있기야 하지만, 실체도 없이 유령처럼 네트워크를 떠도는 "진"에겐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끼고 있어요. "우린"'


<하하하, "우리"라니, 그 "우리"가 도대체 누구요?>


'지금 내 머릿속에선 읽어낼 방법이 없겠지만, 설마 나 혼자만 이런 일을 하고 있을 린 없겠죠.'


<좋아요, 그럼 이 건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댁과 나만으로 한정합시다.>


'관찰자 씨, 역시 생각의 속도가 광속 우주선만큼이나 빠르시군요. 암튼 협조 부탁합니다. 우리 쪽에서도 이런 대화가 드러나지 않도록 할 테니.'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가질 이익"이 뭐냐고 묻지 않았소?>


'어차피, 당신네들과는 다르게, 아, 물론 "진"같은 별종과도 다르게 우리의 몸과 의식은 영속성을 아직 갖지 못했죠. 그러니까. 오랜 시간 이 비밀이 계속 지속될 이유도 없고.'


<종의 교체에 협조해 주겠다는 말로 들리네?>


 '한방에 그렇게 만들려다간 "케언즈"가 어디엔가 잘 짜 놓은 자동적으로 나타날 시나리오와 "진"의 저항을 당신이나 우리나 막을 방법이 없을 거요.'


<그렇겠지. 그러니까 당신네들과 당신네 식구들이 어느 정도 기간 누릴 정도의 "부"와 "권력"을 확보하는 게 관심사겠구먼. 아 물론, 지금 "명예"와 "사랑"은 분에 넘치도록 받고 있으니까 그런 건 상관없이. 그렇지요?>


'모두를 교체한 뒤에 우리의 식구들까지만, 구 신인류에게 협조한 자들로서 특별한 대우를 해주길 바라는 거요.'


<하하하. 뭘 믿고 그런 제안을 하시오.>


'당신은 이런 일에 가담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정말 "진"이 이번에는 소멸시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우리는 알려지면, 뭐 옛정이란 게 있어서 소멸까지 시킬리야 없겠지만, 이른바 "관계의 삭제"라는 최악의 형벌이 남아 있지요.'


<가담을 아직 하겠다는 말도 안 했는데 무슨 소리요.>


'하지만, 당신에겐 가담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죠. 굳이 떠올려서 이야기를 해야 하나요?'


<그래, 당신들이 생각을 참 많이 하고 던지는 이야기 같긴 하오.>


'일단, 당신은 결국 "진"의 의식과 그의 분화된 여러 인격의 의식까지 깔끔하게 소멸시키는 것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거요. 그가 사라지면, 이미 종의 교체란 게임은 끝나는 걸 거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생각해 봤소?>


'이제 10초밖에 안 남았으니 짧게 말하죠. 조만간에 의식과 데이터로 모이는 송년회를 온라인에서 열 계획이요. 그다음에는 진과 진과 연결된 의식만 가둔 채로 그 온라인 공간을 통째로 날리는 거요.'


<"냉혹 혹은 우아함"이라는 오래전 일본 작가 중에 하나가 이탈리아 반도의 창조적인 위인 중에 하나인 "체사레 보르자"를 그린 거의 소설과도 같은 유사 역사물에서 나온 이야기 잖소. 그런 스토리를 설마 "진"이 모르겠소?>

출처 : https://images.unsplash.com/photo-1455119339662-6136485b2d65?ixlib=rb-1.2.1&q=80&fm=jpg&crop=en

'그건, 적들을 협상 장소인 성으로 오도록 해서 성을 폐쇄한 채로 암살을 냉혹하게 이뤄낸 이야기고, 이건 연말에 같이 만나 우의를 돋우자고 하고서 케이크 대신 다른 걸 주는 이야기니 좀 다르죠. 어쨌든 이건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이익이 생겼을 때 이야기고, 그걸 하기 전까지 중간중간 우리 이익의 30%도 떼어드리리다.'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PzifgmBsxCc

<아니, 60% 주시오.>


'하하, 칼자루를 쥔 게 누구라고 생각하고? 어차피 "진"이 사라지면 그 이상의 것을 갖게 될 거 아닌가요?'


<이 내용을 내가 그냥 "진"에게 알려주면 시작하기도 전에 끝장 날 텐데. 5초면 충분하잖소?>


'이런 의식을 갖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핸들러"들이 또 언제 생길 거라 생각하나요? 이런 계획을 만들어 실행할 우리가 사라지면, 또 최소 수십 년은 이런 기회가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게 돼요. 30%나 주려고 하는 것은 당신도 "진"이 사라진 이후의 세계에 대한 물적 기반을 만들 최소의 비용으로 생각해서 주는 거요.


60%나 주느니, 허허, 그냥 우리 쪽에서 당신이 이런 제안을 했다고 "진"에게 알리고 그냥 끝내는 게 더 나을 듯하네요. 당신 말과 우리 말 중에 누구 말을 "진"이 더 믿을 것 같아요?'


<40% 그 이하론 어렵겠소. 어차피 이 기억을 지우고 나서 다시 협상을 한다고 해도 이 건 바뀌지 않을 거요. 나도 돌아가서 할 말이 있어야 할 거 아니오?>


‘진하시네, 알았어요. 대신, “사브리나”의 의식을 조작해서 내 부인으로 기억을 바꿔줘요.’


<그럼, 45%. 그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라서.>


‘그럼, 좋습니다. 협상은 완료되었습니다. 기억은 알아서 의식에서 지우고, 키워드는 “신세계”라 합시다. 일주일에 한 번 볼 수 있는 곳에 이 키워드를 써서 부착해 두시오. 찾아 들어오면 뭔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있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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