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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an 01. 2022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시대를 살짝 벗어난 극화

조금씩 다루는 시대를 살짝 벗어난 작품 2개를 말하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10)

감독 이준익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후회가 들었던 영화였다. 비극을 향해 계속 4명의 주인공들이 달려가고 있고,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인 비극도 이와 같이 진행되고 있다. 차승원은 보다 악랄한 야심가인 몽학을 연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특별히 날카로와 보이는 송곳니 2개를 붙히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붙인 것임을 확신했던 것은 영화를 본 중간 정도에서였다.

           

님은 먼곳에 (2008)


"님은 먼 곳에"가 이준익 감독의 바로 이 작품 이전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작품 전까지 이준익은 흥행을 보증하는 감독으로서 "왕의 남자"를 통해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라디오 스타"로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올렸었다. 원작과의 궁합이라든가, 감독이 영화 속의 소재나 주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풍부한가가 결국에는 시대극을 다룬 영화의 흥행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하는 큰요소로 본다면, 베트남 전과 임진왜란이라는 두가지의 범국민적인 전쟁사와 이준익 감독은 약간은 맞지 않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두 영화를 보면서 들었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환경을 적절히 관객들에게 현실감과 더불어 설득력 있게 들이밀기 위해서는 고증이나 치밀한 연구와는 다르게 그 시대 안에 있을만한 인생의 경험이나 그 배경과 환경을 나자신의 삶이 그 안에 속했던 것처럼 상상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왕의 남자는 결국 연산군이 살아 있었을 때의 시대 상에 대한 적절한 상상력이 매우 잘 다듬어져서 구사되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님은 먼~과 구르믈~은 (원작에서의 시간과 공간, 스토리를 많이 축약하지 않고서는 힘들었기 때문이었겠지만) 뭔가 우리가 그 시대에 가있다는 느낌과는 동떨어진 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게 만들고 있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장치가 군데군데 있었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시대를 벗어난 달처럼 만들어진 영화가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이 아니었던가 싶어진다. 이 영화에서 황정민의 장님 검사 연기를 빼놓고 넘어가는 것은 매우 예의 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첨언하자면, 그가 극 중에서 죽은 뒤로부터는 그나마 살아있던 영화 자체의 긴장감이 60%는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20%의 몫을 황정민을 제외한 세명의 주인공들이 끌고가고, 나머지 20%는 조연들의 연기가 받쳐주는 구도 같았다.


진정한 주인공은 제목으로나 비중으로나 몽학 역을 맡은 차승원이어야 했는데 황정민이라는 배우 앞에서의 차승원은 왠지 더한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황정민이 아닌 다른 배우가 그 장님 검객을 연기했다면 이 영화는 20% 정도의 관객들의 몰입 요소를 잃어버리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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