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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an 22. 2022

<돈 룩 업>-진실에 눈 감게 하는 시대

절멸의 위기 앞에서도 인류가 우왕좌왕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답답한 심정이 들어 마음이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 때가 가끔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불의와 불합리를 제대로 보여주고 우리가 무엇에 현혹당하면서 이용당하거나 망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이런 느낌을 더더욱 강력하게 선사한다.


불의와 불합리를 그대로 직설적으로 보여주면서 이를 공격하면, 공격당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방어적이 되고 대응할 방어 논리를 펴는데 에너지를 집중하게 되지만, 우회적인 이야기로 비유를 빌어서 이야기로 보여 주면 별다른 방어를 하지 못하고 끌려가면서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를 스스로 공감하게 되기도 한다.


자기 개발서도 보고 이른바 유익하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서적 외에도 극화를 찾아보는 이유는 세상의 진실이나 현재 정말로 벌어지는 일을 그 현상의 본질을 명철하게 보고 경제 논리나 정치적 이념에 휩쓸리지 않은 채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때로 극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라는, 어쩌면 영화 속에서 인류의 거의 대부분이 죽건 말건 상관없이 권력과 돈, 명예(인기),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징그럽게 챙기는 소수 특권 계층에 포함되는 회사 중에 하나일 수 있지만, OTT 플랫폼 회사가 과감하게 이 작품을 만들어 자신들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포함해서 배포했다. 이 작품이 왜 플랫폼 안에서 현재 1위를 랭크하고 있는지 보는 내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여한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도 하나 빠질  없이 으리으리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그들의 위상도 많이 올라간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다들 의식을 지니고 제대로 생각할  알기에 캐스팅에 응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모로서는 더 나이를 먹고 망가졌지만 연기력은 더 수준급이 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연기를 더 세련되게 구사한 "제니퍼 로렌스", 말 그대로의 생각 없는 "악녀" 역할을 한 "메릴 스트립", 그의 더 생각 없는 "아들" 역할을 한 "조나 힐", 팜므파탈적인 연기를 한 "케이트 블랑쉐", 퇴폐미를 다시 매력으로 전달한 "티모시 살라메" 등 주조연은 명불허전이라고 불리울만큼 맡은 배역에 맞게 연기를 잘 해냈다.


이 작품은 코로나로 뒤덮인 지구의 현실 속에서 왜 “미국”이란 거대한 영향력과 최첨단의 문명,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 나름 발달된 사회 시스템 등을 가진 국가가 현실에 맞는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대응을 하면서 크게 망가졌는가를 제대로 드러낸다.


영화는 미국에서 왜 그렇게 엄청나게 어리석고도 안타까운 일, 즉,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책 없는 확산으로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죽어가는 일이 벌어졌던 동시에 방치되었었던가를 다큐멘터리처럼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우회적인 우화로 그려내는 것처럼도 보였다.


맹렬한 산업 및 경제적 발전의 과정에서 인류가 발생시킨 CO2가 지구온난화로 이어져 급격한 사막화의 위험을 맞고 있다는 97% 이상의 해당 분야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이 시간까지도 믿지 않고, 부정하는 그저 과학적 사실의 발견을 눈을 뜨고 찾아 확인하고 검증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이나 인기, 돈, 사랑을 얻기 위해 부정하고 왜곡하며 차단하는 모바일 SNS 문명이 지배하는 이 시대의 예견된 비극을 코미디로 그려냈다.


조금 호흡을 돌리고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생각해보면 영화가 공격하는 대상은 명확해 보였다. 그것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 "트럼프"와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소수의 부와 권력을 지닌 이들이 언론을 호도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고, 대중조차도 SNS에서 유명해지고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둠으로써, 지구에 닥치는 위기를 의심하고 음모론을 불태우며, 위기를 밝힌 이를 이미지에 따라 평가해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평에서 이 영화는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조언을 거부하는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하면서 이른바 미국 내의 우파 또는 극우파 및 "트럼프" 지지자, "마크 저커버그" 지지자의 원성을 피하려고 하고 있으나 공격을 당한 진영에서 "로튼 토마토"같은 영화 평가 사이트에서 줄줄이 낮은 신선도 평점을 매기며, 다소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 되어 있다.


그것이 재미있는 것은 이 "위기라는 진실을 가리는 입장"에 대한 공격을 하는 입장이 된 "돈 룩 업"이란 작품이 영화 속에서 예견한 내용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변화 없이 지속된다면 "공룡을 절멸시켰을만한 수준의 행성"이 날아와 지구에 부딪칠 때까지 갑론을박하는 이 세계가 결국 그 혼란 속에서 절멸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게 된다. 코미디지만 사실은 리얼리티로 뒤덮여 있는 상당히 진지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지구를 향해 "10km"크기의 소행성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으며, 지구와의 충돌까지 6개월 여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를 발견한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케이트 디비아스키"를 따서 행성 이름이 "케이트 디비아스키"가 된 이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렌달 민디" 교수는 이를 상급 기관에 보고한 뒤에 미국 대통령의 호출로 백악관으로 날아가게 된다.

출처: Rolling Stone

실제 존재하는 기관인 "지구 방위 위원회(?)" 소속의 "오글소프 박사"를 만나 대통령을 보고자 하지만, 백악관 내에서 무료로 주는 스낵과 음료를 갖다 주며 돈을 받는 파렴치한 장성도 만나게 되고, 인류 위기 상황에서도 대법관 임명자로 "대통령"이 지정한 카우보이 모자를 쓴 이가 전직 누드모델에 포르노 배우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지지율이 폭락하여 중간 선거 결과에 노심초사하게 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제이니 올린" 대통령은 하루를 기다려서야 이들과 만나 자신의 아들이자 비서실장인 "조나 힐"이 연기한 "제이슨 올린"과 함께 당면한 "위기"에 대해서 '말도 안 돼"란 식의 문답을 한다.

출처: Mental Floss

이 상황에서 두 과학자와 같은 시선을 가진 관객은 당장 인류가 죽건 말건 상관없이 벌어지는 최고 권력층과 부유층 간에 밀약으로 이뤄진 이상한 대비책들과 이에 제대로 된 이유 없이 동조하는 SNS에서의 당장의 인기와 영향력이 더 중요한 대중의 말과 행동이 오글거리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조금 더 자기 객관화의 시선이 있다면 이 순간 전까지의 자신의 행적을 돌아보게 될 수 있다. 그러고 싶지 않다면 그저 이 영화를 욕하고 돌아서 앉으면 되겠지만.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 "코어" 등등 재난을 맞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영웅적인 행위를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이란 나라 자체의 행정부 수반이나 의사 결정자, 군당국, NASA 등이 해서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인류를 구하는 작품을 다수 봐왔던 어느 정도 연령을 가진 관객에게 이 영화는 그런 판타지가 제대로 현실화될 수 없는 역전된 이 세계의 진실을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출처 : Netflix

"스티브 잡스"가 완전성을 더하여 인류에게 전달한 "모바일 폰"과 이를 통해 사이버 세계에 대다수의 일상을 던지도록 만든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등이 만드는 눈앞의 "진실과 사실"을 고개를 들어 "쳐다보기 Look Up"보단 "쳐다보지 말기 Don't Look Up"로 만드는 이 시대는 말이 좋아 "메타버스"지 어쩌면 자기 자신의 눈과 의식을 수익성을 확장하기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속에서 잃어버리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벌써 전 세계를 뒤엎은 "모바일 문명"에 대한 경각심을 전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류의 오랜 역사 내내 어차피 최상의 특권층은 그저 나머지 계층을 이용하는데 골몰해왔다. 그들이 죽건 말건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이런 주제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2012"이란 영화에서 나왔었고, 여기서도 유사하게 나온다.

출처: Reddit

최소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이 웃고 깨닫고,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가리는 이들을 경계하고 제대로 진실을 볼 것을 다시 각성하여 다짐한 사람이 많은 나라는 앞으로 최소한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영화 속에서 "미국 대통령"이 중간 선거에서 이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성 충돌"에 대한 조치를 보류하면서, 다른 언론과 각종 기관에 이 내용을 보낸 뒤에 이에 관심을 보이고 논의하겠다고 나오는 국가 중에 "한국 South Korea"의 이름이 잠시 언급되고 이에 대해서 인상을 받은 듯한 "민디 교수"의 반응이 나온다.


나만의 해석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미국에 의식이 있는 층에 위기에 대해서 그나마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는 국가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이 같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단지 "넷플릭스"나 제작자, 감독 쪽에서 가입자가 많고 수익성이 높은 영상 소비 시장이라는 인식만으로 이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 같은 영화에서.


어쩌면 이 영화는 가장 큰 "넷플릭스"의 시장인 미국과 주요 고객층인 SNS 사용자와 좌우파 뉴스 시청자 등등을 신랄하게 비꼬고 조롱하면서 전방위로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고, 굳이 "한국"이 긍정적인 내용으로 들어갈만한 이유는 없었다.


얼마 전에 케이블 티브이 방송에 처음 출연했었고, 영화 속에서와 같이 "라이브 방송"은 아니었지만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흥분해서 이야기한 사람"은 인기를 잃고 말의 진실성조차 의심당하며 추락하고 "참고 억눌러서 담담하게 이야기한 사람"은 "부와 권력, 사랑"을 얻는 내용을 보고 나서 내가 출연한 내용을 모니터링 하며 나름 깨달은 바가 있다.


방송에 출연하고 인기를 얻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내가 쓴 글에서 나타난 "나만의 진실"을 이야기하기보단 방송의 주체나 시청자의 관심에 부합하는 "가공된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진실한 나"가 되기보단 "남이 바라는 나"가 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이것을 일부 반성하게 되었다. 그것이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얻은 교훈이고 이것이 나를 어느 정도 바꿔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꼭 알아야만 하는 핵심적인 진실은 어디서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코로나 확산이나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진실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최소한 벌어진 위기를 제대로 쳐다볼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가져야만 한다. 그것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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