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어린 성찰
스포일러가 일부 나옵니다. 보지 않으신 분은 보신 뒤에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영생을 다루는 영화를 근래 연결이라도 하는 것처럼 몇 편을 보았다. 시작은 "올드 가드"였고, "어벤저스"의 일부는 "신"과 "마법사"이기도 하므로 그것도 따지고 보면 "영생"이겠지만, 그다음의 "이터널스"는 이름 자체와 그들이 태어난 기획 자체가 영생이므로 줄줄이 이 세상에는 아직 없는 "영생"을 일부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임은 분명했다. 그러고 나서 하나 더 다룬 작품을 본 것이 "리틀 뱀파이어"다.
올레 티브이의 "본 자들"이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잠깐 패널로 출연하게 되어서 녹화를 하는 중에 던져진 질문이 올레 티브이에 새롭게 올라올 영화 몇 편에 대한 소개 뒤에 그중에 어떤 영화에 관심이 있는가였다. 사전 극본을 논의할 때는 이미 보았던 "원 샷"이라는 영화가 그 소개되는 내용 중에 있었으므로, 당연히 "원 샷"에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를 할 셈이었으나, 실제 촬영 중에는 다른 프로그램 "파본자"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되어 빠졌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당황했다.
그런 것이 방송이고 설명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되기 마련인 것이 그 세계인데 그런 것을 잘 알지 못했던 방송 초짜로서 순간 머릿속이 새하예지면서 소개된 여러 영화에 대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고, 이른바 순발력이 발휘되어 "영생이란 주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데, '리틀 뱀파이어'가 그런 이유에서 관심이 간다."라고 이야기를 해버렸다. 그저 "임기응변"이었는데, 방송에서도 이 영화를 픽한 것으로 나와버렸으므로 내뱉은 말을 책임지기 위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으로 위험한 세계다. 그런저런 상황에서 한두 마디 말을 잘못하거나 행동거지를 잘못해서 저 뒤편으로 사라져 간 사람이나 아직도 계속 저주받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올드 가드"나 "이터널스"나 "리틀 뱀파이어"나 이 시대에 이르러 영생을 다루는 그 내용만으로는 관객에게 아무런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작화 구조를 갖고 있다. 너무나 많은 영상물과 수많은 극화가 불사의 인물을 그려왔다. 이젠 그저 그것만 다룬다고 해서 흥미가 생길 확률은 낮다.
인류가 막연히 죽음을 두려워하고 사후 세계에 대한 순진한 내세관을 종교나 신화, 민화 등을 통해서 "초자연적인 상식"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었을 때완 달리 지금의 세계에선 "영생"은 어떤 의미에선 과학 속의 의학으로 도전하고 있는 영역이라는 "유발 히라리"의 "사피엔스"에서 나온 "길가메시 프로젝트" 정도의 내용이 혹, 우리 앞에 정말로 영생이 가능한 세계가 펼쳐질까?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긴 해도, 그저 마냥 좋지만은 않을 거란 성찰이 번져가고 있는 것 같다.
늙지도 않고 평생을 살아간다면야 당장 생각하기에 얼마나 좋겠는가만, 수백 년이나 수천 년, 수만 년을 살아가야 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인류가 쌓아온 모든 지식을 다 공부하고, 할 수 있는 직업을 모두 다 가져보며, 만날 수 있는 모든 연인을 다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 엄청나게 긴 세월 속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런 "영생의 덧없음"에 대한 생각이 "실존주의"란 철학이 지구를 강타했던 수십 년 전의 시대를 떠나서 광범위하게 펴진 탓인지 너무 많이 만들어진 "영생 물"의 탓인지를 떠나서 그런 소재를 다룬 영화가 초반 이후에 긴장감을 유발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바뀌는 지점은 이전의 "올드 가드"에 대한 감상문에서 언급했듯이 "영생"을 갖고 있는 인물이 죽거나 소멸될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되는 지점이다.
이것은 이전에 보았던 "이터널스"라는 영화에서도 마치 공식처럼 나타났다. 영생을 가진 존재가 하나둘씩 죽으면서 영화는 갑작스러이 지루한 느낌을 벗어난 흥분감을 전달하기 시작한다. 수천 년을 살아왔던 존재가 그 모든 것을 갑자기 잃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은 마치 돈을 많이 벌어 놓은 이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 것 이상의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
"리틀 뱀파이어"는 평범한 2D 만화일 수 있으나 상당히 참신하고 독창적인 만화체를 선사하고 있고, 인물의 감정선을 잘 전달하면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어린 관객의 시선을 계속 붙잡을 수 있게끔 스토리와 영상 모두가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원래 인간이었다가 위기의 순간에 영생을 가진 "해적 선장"과 그의 "괴물 해적 부하"들과 함께 뱀파이어로서 살게 된 어머니와 아들이 300여 년간 그들을 찾고자 하는 열정적인 순애보를 가진 "독재자"이자 폭력적인 악당을 피해 투명 베리어를 친 유령성에서 몰래 살다가 아들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서 같은 신체 나이 또래의 친구를 찾아 학교와 집으로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작품은 어른인 내게도 볼만했다.
"이터널스"를 본 뒤에 아직 그런 "영생"보다 중요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사랑, 우정 등의 가치를 더 중요시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경험해야 할 나의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뜬금없이 "민주주의"를 찬양하는 후크송이 나와서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아직도 지구 상에 중요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린이들에게도 전달하려고 하는 작가나 감독의 의지에 웃음이 나면서도 일부 감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