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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Feb 07. 2021

<승리호>-한국형 SF의 승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할 방향을 잡다

기다렸던 스케일의 작품이 나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그렇지 않았다. SF 스페이스

오페라에서도 기생충의 쾌거를

예감케 해주는 작품이 나왔다.

세트나 자본의 한계, 배우 이미지의 정형성에 휩싸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적어도 “우린 안 될거야”란 패배감이 없었고,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쌓은 디테일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항상 어설프고 아쉬웠던 한국형

우주 SF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패배감을 조금은 씻어 내려주었다.


이 꽃이 피기 전까지, “설국열차”가

있었고, 마녀”가 있었으며, “기생충”이

안 될게 무엇이 있냐는 자신감을

우리 영화계에 제대로 심어줬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해서 아주 높은

수준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

어디선가 본 듯하고, 클리세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등등 칭찬보다는 비난이

더 많이 도배되어 있는 것 같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가 가깝게는 떠오르고, 스타워즈나 매트릭스 등 이전 시대의 SF물의 종합적인 리뷰같은 장면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그 수준 비슷하게도 안되었던 시대는 넘어섰다.

그러나 본 순간 그 끝까지 영상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뻔할 것 같으면서도

그 뻔한 결말을 어떻게든 확인하게끔

만든다는 것은 내겐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발견한 것과도 같다.


클리셰가 전혀 없는 영화가 기괴함과

이상함으로 범벅이 되어 그다음 화면은

볼 생각도 들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

나을까? 어느 정도는 클리셰로 범벅이

되었지만, 군데군데 신선함을 찾을 수

있어 계속 화면의 변화를 쫓아 시선을

옮겨 가게끔 만드는 것이 나을까?

송중기는 로맨스로 소비되지 않고, 아이의 아빠로서의 책임감과 부성애를 더 강조하는 착하고 궁상떠는 전적이 화려한 인물을 연기한다. 한국 남주의 새로운 니쉬 마켓을 찾은 셈이다.


상업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당연히

후자를 더 좋은 영화라고 평해야 할 것이고,

영화의 전문성과 예술성, 완결성, 영화사적

의미를 탐구하는 저 높은 이상적이고

창조적인 세계를 끝없이 탐색하는

구도자라면 아마도 전자일 것이다.


여러분이 특별함만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이 영화는 추천할

만한 영화의 목록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시각적 즐거움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잠깐이나마 경험코자 한다면 이 영화는

목록의 끝이나마 실릴 수 있는 품질을

갖고 있다.


이런 수준에 이른 우주 공간을 다룬

SF를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렸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 수준에 완전히

가 닿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하게나마

닿아 있는 작품을 보았다.


좋게 말하자면 국뽕에 차오르게 만든

영화였고, 나쁘게 말하자면 그런 수준

이상의 무엇이 되고자 하는 야심은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어설픈 CG와 신파가 약간 있다.

맥락이 잘 안 맞는 것 같고, 템포가 살짝

어긋난 듯한 긴박감이 모자란 장면이

조금 보인다. 결말의 다소 김빠지는

해피엔딩은 후속편을 의도했다는

가정 하에서만 이해 가능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화면을 돌리거나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이 정도 수준만이라도 나오길 기대했던

시간이 벌써 40년 가까이 되었기에.

어설픈 기계음이 아닌 여성 로봇의 남자 목소린 클리셰를 분명히 벗어난 부분이다. 그리고 아이로봇의 생김새를 살짝 배낀 이 모습이 보이는 엄청난 무력은 또한 화끈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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