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Sep 06. 2015

<지아이 조 2와 킬링 소프틀리>-미국의 양면성

건재한 미국과 암울한 미국의 공존

일단 두 영화를 보신 바가 없는 분들은

이 스포일러가 있는 글을 읽지 않고

조심스럽게 밟고 넘어가시기를 바랍니다.            







눈부시게 다른 두 영화의 차이점이
도드라지게 눈에 와 박히게 된다


영화를 두 개 정도 이어서 보면

재미있는 구도가 생기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극명하게 다른 영화 두 개를 보면

마치 색상 대비라도 하게 된 것처럼

눈부시게 다른 두 영화의 차이점이

도드라지게 눈에 와 박히게 된다.  


1편과는 다른 정서와 마켓 전략을
추구한 것처럼 보인다


지. 아이. 조 2 (2013)

G.I. Joe: Retaliation

감독: 존 추

출연: 브루스 윌리스, 드웨인 존슨, D.J. 코트로나, 이병헌, 애드리앤 팰리키

정보: 액션 | 미국 | 110 분 | 2013-03-28


미국이 아직까지도 세계의 질서를

관리하는 나라이고 타국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환상을 미국 영화는

블록버스터를 통해서

계속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영화계에서도

이런 환상을 대중들에게 불어넣고

국가적 자부심과 의욕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웃 국가 일본에서 만든

전함 야마토에는 전범 국가로서의

각성 없는 자기중심 주의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던 바,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영화가 보란듯이 만들어져도 괜찮은 이 어색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나치즘은 계속 청소가 되고 있지만

내게도 이중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지아이 조 2를 보자면

이 영화 속에서 나타난 미국 중심 주의는

사춘기의 미국 소년들의 에고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탈북자를 구하기 위해

휴전선 이북의 북한 초소를 급습하고

그 위에 지. 아이. 조의 상징인 깃발을

올리는 모습은 사실 우리가 보기엔

멋있다는 말만이 나오기엔

씁쓸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위협적인 적으로 포장되고 있는

북한을 별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지. 아이. 조 2는 자국 중심 주의의 배면에

아시아의 우방국들을 잘 섞어 넣었다.


가상의 적국인 북한을

핵을 가진 기존의 플레이어 중에 하나로

완전하게 끼워 넣고 위협적이지만

통제할 수 있는 국가로 그리며,


아시아에서 나름 티켓 파워를

갖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한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별다른 설명 없이

1편의 죽음으로부터 다시 부활시키면서

지. 아이. 조를 도와 평화를 지키는

인물 중에 하나로 넣었다.

채닝 테이텀은 극 초반 사라지지만 이병헌은 살아남았다. 티켓 파워 가치의 희비가 흐른다

물론 이병헌이 맡은 스톰 쉐도우가

갑자기 미국의 편이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누가 자신의 스승을 죽이고

배신자라는 억울한 죄목을 씌웠는가를

알게 되어 이를 바로잡는

복수를 하겠다는 동기이긴 하지만.

어느새 운명적인 숙적이 갑자기 아군이 되어 버린다

실상 이병헌의 영화 속 국적은

일본인지, 중국인지, 한국인지,

태국인지 어디인지 확실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저 영어를 모국어 인양 사용하는

신비한 동양 무술 고수의 모습을

강조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디까지나

친숙한 배우 하나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다소 오랜 시간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즐겁게 보게 된다.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의 영화 시장이

외형상 꽤 큼직하고 그가 그마저도 넘어선

범아시아권의 배우였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티켓 파워 계산상

가치가 별로 없어 보이는

채닝 테이텀을 영화 속에서 요절시키고,


 미국의 파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배우인 드웨인 존슨과

액션의 대부격인 부르스 윌리스가 나타난

이 영화는 이병헌의 출연 분량을 늘리면서

시에나 밀러도 출연자 명단 자체에서 빼고

보다 육감적인 여배우를 등장시켜

이를 강조하며 1편과는

다른 정서와 마켓 전략을

추구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아시아 지역에서

수익이 더 좋다면

이병헌의 비중이 커질 것이고

영화상 로맨스가 나오는 스토리도

다음 시리즈쯤에는 제공될 수도 있었다.


미주나 유럽 지역에서 더 수익이 좋다면

부르스와 드웨인의 비중은

당연히 더 커질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코브라 군단의

변신 재주꾼이었던 황당한 사태가

간단히 해결되었고 또 다른 위기는

나타나지도 않은 채,

코브라 군단의 두목을 죽일 총을

한 자루 브루스가 드웨인에게 선물한 것이

마지막 장면이었기에

기대감을 심기는 심은 것 같다.


그러나 생각보다 흥행 성적이 안 좋다면

시리즈물의 마무리 투수 브루스가 등장한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은 또 하나의

마지막 편이 이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미국은 국가가 아니야.
그냥 하나의 사업이지.
그러니 이제 돈이나 내놔


킬링 소프틀리 (2013)

Killing Them Softly

감독: 앤드류 도미니크

출연: 브래드 피트, 리처드 젠킨스, 레이 리오타, 제임스 갠돌피니, 스쿠트 맥네이어리

정보: 액션 | 미국 | 97 분 | 2013-04-04


그리고 이어서 본 이 영화는

마치 “지. 아이. 조”를 찍은 할리우드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자조를 깊이 깔고서

코미디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엄청나게 진지한 스토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특수효과를

극대화한 하나의 살인 장면을

매우 미학적으로 그려내었다.

초고속으로 촬영했을 것이 분명한 매우 미학적인 살인씬이 하나 등장한다. 모든 영상기법이 여기에 다 동원된 듯할 정도였다

이 영화는 극단적으로 보자면

미국이라는 나라를 2008년도의

리만 브라더스  사태 하에서

자본주의의 지옥에 이른

사회처럼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정치적으로 어떤 입장임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지만,

돈이 되는 일이라면 살인도

진지한 비즈니스의 하나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공화당이고 민주당이고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 때에

말하고 있는 그 수많은 정치적인 수사들을

군데군데 등장시켜 실제의 미국 사회와

매스컴에서 외치는 미국 사회 간의 거리가

얼마나 먼 것인가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인 “킬링 소프틀리”는

마치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용어와

동일한 표현처럼 보인다.


매일매일의 일상적인 비즈니스를

행하는 사람들처럼 냉정하고도 건조하게

청부살인을 의뢰하고 잡범들을 소탕한다.


살인을 의뢰하는 조직 폭력배의 대리인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브래드 피트에게 핀잔을 주는 장면은

일종의 압권이자 난센스이며 이 영화 속의

거의 유일무이해 보이는 코미디이다.


내 건강에 해를 끼치니 피지 말아줘라고 말하면서 살인청부를 하고 있는 무미건조한 인물이 나온다

이 영화를 지. 아이. 조에 이어서

보게 되면 일순간 지. 아이. 조의

정의에 입각해서 적들을 소탕하고

죽이는, 우리 편들로 불리는 영웅들의

모습들이 일순 우스꽝스러워질 수가 있다.  


브레드 피트는 아마도

“지. 아이. 조” 같은 흥행 영화보다는

이 정도의 무게를 지닌

현실을 후벼 파는 듯한 영화에 출연해서

좀 더 중량감 있는 연기파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인정받기를

더 강렬히 원하는 것 같다.


욕설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대사들과

미스테리어스 한 당당함과 능수능란함을

마치 일상인 것처럼 연기하는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다.


아카데미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영화는

너무나도 불편하게

출구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해소감을 느낄만한 여지가 거의 없다.


미국인들은 자유롭고 모두 평등하다는

선거용 언사에 토마스 제퍼슨의 연설을

인용한 대통령 선거 캠페인 방송에 덧붙여

회유하며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하는

대리인에게 브레드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인들끼리 좋게 좋게 싸게 넘어가자는 말에 그는 약간 발끈한 것처럼 반응한다. 부려먹었으면 돈 내놓으라는 정도가 아니라 논리가 꽤 정연하다

"토머스 제퍼슨이야말로

노예제를 도입하고 노예 여자를

노리갯감으로 썼을 대표적인 사람이고

그가 말한 평등이라는 말은

쓸데없는 헛소리다.


미국은 국가가 아니야.

그냥 하나의 사업이지.

그러니 이제 돈이나 내놔

(America is not a country.

It's just a business.

Now fucking pay me). "


이것은 지. 아이. 조가

이야기하고 있는 강대한 미국에 대한

꽤 심한 조롱처럼 들린다.

이건 비즈니스야 돈 내놔

두 영화는 미국의 모순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정밀한 일관성을 드러낸다


나는 두 영화가 각기 다른 진실을

나름의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 가지 만의 진실이 아닌 양면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이 민주적인 시각이

공존하는 세계가 다름 아닌 미국의

진정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위대한 국가로 아직 남아 있는

이유는 물적인 자산과 경제적 가치의

일방적 논리만이 횡행하는 사회로서가

아니라 아직까지도 다양한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문화/언론계에서 만큼은.


두 영화는 미국의 모순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정밀한 일관성을 드러낸다.


"가급적 누구의 이야기도

하찮게 듣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이 일관성이 항상

좋은 결과만 낳고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겠지만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자 하는

사회와 비교해서는 항상성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로마 위드 러브>-자기 현시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