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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28. 2015

<로마 위드 러브>-자기 현시욕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망

로마 위드 러브 (2013)

To Rome with Love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페넬로페 크루즈, 로베르토 베니니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 111 분 | 2013-04-18



 모두가 재미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디 알렌이

점점 더 과거를 회상하는 능력이

배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종의 문화를 엮고

일상인이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욕구,

보다 매력적인 이성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과정,


그리고 숨은 재능을 발굴해서

다소 변태적임에도

대중에게 전달해서

유명한 문화 상품이 되는 과정,


사랑 앞에 수줍은

막 결혼한 두 남녀에게 벌어지는

요절 복통하는 사건들 등등.

모두가 재미있었다.


더구나 그곳이 로마임을

적절하게 잘 이용해서

수많은 매력적인 풍경들을

절묘하게 선사하는 능력에도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관광 비용을

일부 아껴주는 동시에

언젠가는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게끔 한다.


감이 잡히지 않기에 더더욱 궁금하다


이 사건들을 오밀조밀하게

현실과 비현실, 환상과 실제를

섞어가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치밀하고도 허술한 구석이 없이

잘 진행되어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곳에 신경을 기울일 일이

없도록 만드는 능력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서

손에 땀을 쥐는 흥분으로

몰아가는 그 이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알렉 볼드윈은 자연인으로 돌아간

왕년의 유명 건축가의 풍모를

그대로 내 보여준다.

멘토 같은 모습으로 등장해서

소셜 네트워크의

마크 주커버그 역을 맡았던

제시 아이젠버그의

환영 같은 멘토로 내내 등장하여


잠시 하정우와 공효진이 주연했던 영화

러브픽션에서 이병주 씨가 맡았던

환영 속의 러브 멘토 M의 역할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었다.

엘렌 페이지는 귀엽고도

다소 신경질적인

팜므파탈 역을 연기하며

이 멘토와 멘티의 합작으로도

통제가 되지 않고 거부할도 수 없는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매력녀를 연기했는데

인셉션에서 봤었던 모습과

상이한 또 다른 역할을 잘 만들어 낸

그녀의 연기력은 일품이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자신의 하드웨어

자체가 갖고 있는 섹시함에

이전의 바닐라 스카이에서 보여주었던

청순함을 완전히 지워버린

매춘녀의 역할을 잘도 형상화했다.

그녀는 신혼부부의 방에

잘못된 주문으로 들어와

길을 잃고 로마 시내를 헤매는

신부를 대신해서

경험이 없고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신랑의 성적인 멘토가 되어준다.

그 신부는 거리를 헤매다

그녀가 평소에 좋아했던

대머리까진 남자 배우를 만나

설픈 연애질을 하게 되고

결론은 호텔 방에 침입한 강도와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는

난감하기 그지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우디 알렌이 오랜만에 영화에 등장하는

부분이 나와서 반갑기 그지 없었다.

우디 알렌은

유명하지 않은,

목욕탕에서 샤워하는 때에만

기가 막히게 오페라를 잘 부르는 사돈을

가수로 만들어 대중에게 데뷔시키고,


샤워기 아래에서 오페라를 부르게 한다.

이 공연은 엄청난 인기를 몰게 되는데,

이러한 벼락 성공의 과정에 대한

혹평을 받고는 약간 씁쓸해하기만 한다.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정도의 반응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대의

팝계의 제왕 중에 하나였던

프린스가 무대에 욕조를 가지고 올라와

노래를 불렀던 화면이 떠오르는

그 부분은 우습다 못해

부들부들 떨리게 만들 정도의

코미디를 연출했다.


마지막은 약간 김이 새는 정도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로베르토 베니니는

갑작스럽게 아무런 이유 없이 유명해진

일반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아침에 평범한 가장에서

벼락 인기인이 되었던 그가

너무 많은 인파의 관심과 간섭에

진저리를 치지만


결국 다시 유명하지 않은 자신이

되어버린 이후에는

다시금 그 인기 있던 시절을

발광하듯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길가에서 바지를 벗고 나 좀 봐달라고 소리친다.

유명해지거나 유명하지 않거나

양쪽 다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결론은 유명해지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는

심플한 문구가 나온다.   


엘렌 페이지가 방금

여자친구로부터 완전히 빼앗은

남자와의 연애를 마치고

미국의 방송 일을 잡았다고

떠나는 이유,

방금 결혼한 신부가 유명한 남자 배우와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결국에는 유명세라는 것이

사람의 욕망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조명하는 장면들이다.


그 모든 것들을 담아 보여주는

도시가 로마가 된 것도

로마도 마치 사람처럼

예전에는 유명세를 누렸고

지금 또 다시 누려보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는 도시라는 이야기를

PPL 삼아 해주기 위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미드나잇 인 파리와 연결해서

떠오르는 것은 언젠가는

이 서울이라는 도시도

우디 알렌의 관점에서

채색되는 일이

생애에 한 번쯤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다.


이 도시는 인간의 어떠한

욕망을 다루는 무대가 될지,

감이 잡히지 않기에

더더욱 궁금하다.


파리에서는 과거 시대의

영광에 대한 환영이.


로마는 인간이

현재 누려보고파 하는

유명세에 대한 욕망이.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에서는

아마도 당장 내일이라도

누리고 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상실감이 담겨지진 않을까?


그런 궁금함을 남기는 영화,

(투) 로마 위드 러브였다.


007 영화의 제목 하나를 패러디하고

프린스의 공연 하나를 참고하고

어쩌면 러브픽션의 멘토 부분도

오마쥬 한 것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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