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Sep 14. 2015

<늑대아이>-자연과 더불어

자연과 인간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늑대아이 (2012)

The Wolf Children Ame and Yuki 

감독: 호소다 마모루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오사와 타카오쿠로키 하루니시 유키토오오노 모모카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로맨스/멜로 | 일본 | 117 분 | 2012-09-13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치밀함을 체험하고 감동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만화 영화들은 이제껏 

내가 보아온 한에서는 

모두 성공작들이었다. 

지브리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시대가 

저물어 갔다면, 에반게리온 등의 

TV 시리즈가 영화판으로 

확장된 버전들을 제외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리더십은 

이제 호소다 마모루에게로 

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의 말미에 

원작자가 감독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자면 


천재성으로 무장한 이 감독에게 

경이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전함 야마토와 같은 

국수주의의 주제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보고 

분노 비스름한 감정을 

품다가도 호소다 마모루의 

영화를 보고 나면 


애니메이션 문화의 뿌리가 

단단하고 오밀조밀한 

디테일의 세밀함과 

인간의 감정에 대한 

소소한 고려와 배려들이 

골고루 표현되고 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치밀함을 체험하고 감동한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불세출의 소설가를 통해서 

취향의 방향이 결정되어버리는 

독자 중에 하나가 되는 것마냥,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관객들의 취향을 결정지어 버릴 정도의 

강렬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모성에 대한 조명을 다시 하고 있다


트와일라이트처럼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전설과도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가 타깃으로 하는 

관객들은 십대 후반의 

주머니가 다소 가벼운 

분들은 아니다. 


(나이로 따지자면) 대학 재학 

또는 직장 초년생 이상의 

성인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육

아 스토리를 다루고 있으며 

유아를 동반한 가족들 중에 

아이들 보다는 부부들, 

좀 더 좁히자면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보다 더 넓은 

관객층을 포용하고 있지만. 


다소 비극으로 끝나버린 

첫사랑의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자연에 걸맞은 본성을 가진 

늑대 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변함없는 사랑과 인내의 

모습은 존경스럽기 그지 없다.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모성에 대한 조명을 다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나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를 

꾸준히 그 자녀들의 선택으로 

놓아두는 그 모습은 

권장할만한 삶의 방식일 수도 있다.


인간들이여 인간다움을 찾아가라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비유적이나마 삶의 선택지를 

강요당하고 자신에 대한 

존중감보다는 사회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10대부터 40대까지 

1위의 사망원인이 자살인 상황

(50대는 2위)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누군가 엘리트나 

특권층이 아니라면 

입 다물고 죽어버려라라고 

자꾸 외치고 있는 듯한 이 현실을 

일본 사회에서도 극명하게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들에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외치고 있다기 보다는 

인간들이여 인간다움을 찾아가라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고군분투해야 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이 영화는 당신을 보드랍게 

껴안는 자연과도 같은 영화다. 

나도 내 아이에게 

자연이 되어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앤트맨>-색다른 강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